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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소나를 바라보는 우리의 태도

컬럼/성기원의 심리성장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7. 7. 25.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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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원의 심리성장]

페르소나를 바라보는 우리의 태도

 

 

  이전에 직장에서 MBTI 전문강사의 직책을 가지고 있던 저는 동료들에게 MBTI 성격유형에 관한 많은 질문을 받고 있었는데, 그중 ‘친선도모(ESFJ) 유형’의 동료강사가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강사님, 지난번 MBTI 워크샵 때 MBTI 성격유형은 선천적인 부분이 강하고, 타고난 유형이 바뀌지 않는다고 하셨는데 정말 그것이 맞을까요? 저는 많이 바뀐 것 같아서요.”

 

  저는 어떤 부분이 어떻게 바뀐 것 같은지, 그 부분이 본인에게 있어 얼마나 중요한지 상세하게 물어보았습니다. 그 강사는 자신의 성향이 매우 활달해 사람들 앞에서 강의하는 것이 좋아서 회사에 입사하게 되었는데, 생각과 달리 현재 부서의 분위기가 강의를 할 때를 제외하고는 너무 정적이어서 자신의 성격마저 내향적으로 변한 것 같다고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았습니다. 저는 그것이 본래의 성격이 변한 것이라기보다는 부서장의 성격유형이 뚜렷한 ‘관리자(ISTJ) 유형’이라 부서 전체의 분위기가 내향적인 분위기가 강할 수밖에 없었고, 그로 인해 내향적인 성향의 ‘페르소나(가면)’가 형성된 것이라고 상세히 답을 해주었습니다. 그러자 친선도모(ESFJ) 유형의 그 강사가 마지막으로 했던 질문이 기억에 남습니다.
 

  “본래 내 모습 이외에 다른 모습이 가면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은 안 좋은 것 아닌가요?”

 

  저는 이 질문에 순간 말문이 막혔습니다.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난감한 가운데 답변을 해주긴 했지만, 솔직히 그리 명쾌한 답변은 아니었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왜 이 질문에 명쾌한 답을 주기 어려웠을까요?

 

  우리는 일생동안 다양한 사회적 역할을 요구받습니다. 남자와 여자의 역할, 사회적 지위에 맞는 역할, 직업에 따른 역할, 그리고 가정에서의 역할 등을 적절히 수행하면서 살아가야 합니다. 동시에 우리는 자신을 다양한 방식으로 포장하며 살아갑니다.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출신지역, 출신학교, 출신가문, 직업, 지위에 의해 평가받고 대접받고 사는 것이죠. 이와 같이 우리에게 사회적 역할을 부여하고 우리를 외적으로 포장하고 있는 집단정신의 인위적인 단면을 스위스의 분석심리학자 칼 융은 ‘페르소나’persona라고 불렀습니다. 우리가 흔히 ‘체면’, ‘낯’, ‘도리’, ‘본분’ 등의 말로 표현하는 ‘집단적인 행동규범’이나 ‘사회적 역할’이 페르소나에 해당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페르소나’를 어떤 시각과 관점으로 바라보아야 할까요? 분명 페르소나는 우리가 우리의 개성을 찾아가는데 연결되는 내면의 통로는 아닙니다. 아니마, 아니무스가 자아를 무의식의 깊은 층에 연결해주는 내적인격이라면, 페르소나는 외부세계와 적응하면서 편의상 생겨난 기능콤플렉스이며 외부세계와 나와의 상호작용의 체험을 거치면서 생성되는 외적인격에 해당됩니다. 이 때문에 자기원형을 찾아가는데 페르소나가 방해가 된다고 생각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도 페르소나는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는데 많은 어려움을 줍니다.
  ‘나는 00학교를 나왔으니까…’, ‘그래도 내 직업이 00인데…’


  이와 같이 외부세계와 상호작용의 체험을 통해 만들어진 가면, 즉 페르소나를 자신의 내적 자아와 일치시키고 합리화할 때, 자기원형의 성장이 방해를 받습니다. 이것이 오랫동안 굳어지게 되면 자아와 페르소나가 지나치게 밀착되어 떼어놓을 수 없는 상황까지 이르게 되지요. 자신의 내면을 돌보지 않고, 외부세계와 상호작용을 통해 만들어진 자신의 외적인격을 자아와 동일시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 같은 경우를 한국의 산업화시대를 거친 선배들의 삶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때는 개개인의 개성보다는 집단사회의 요구에 충실에 맞추어 사는 것이 더 중요했기 때문에 그 결과로 자아와 페르소나를 동일시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지금까지도 자아와 페르소나 사이에서 심리적 혼란을 겪고 계시는 선배님들이 적지 않습니다. 이와 같은 예를 본다면 분명 페르소나는 개성화 과정의 기회를 빼앗고, 집단사회의 작은 일부로서 획일화시키기 때문에 우리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원형입니다. 하지만 페르소나가 우리에게 좋지 않은 영향만을 끼칠까요?

 

  페르소나가 전혀 없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상상해보았습니다. 극단적 상상일 수 있겠지만, 그 결과는 매우 무질서했습니다. 사회 안에 고유의 전통과 문화, 규범 등은 찾아볼 수 없고, 회사 내의 직장인들에게 공동의 목표를 기대하기가 힘들었습니다. 제각기 너무나 다양한 개성 때문에 민주화나 산업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저는 페르소나의 이런 양면적 모습 때문에 동료강사에게 명쾌하게 답을 주지 못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 같은 질문을 다시 받는다면 확신있게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성장’이라는 것은 반드시 ‘벽’을 필요로 합니다. 왜냐하면 벽을 넘었다는 것이 성장의 증거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벽이 없다면 성장하기 위한 동기를 부여받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즉, 삶의 장애물이 성장의 한 요소가 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장애물을 넘지 못하거나 넘지 않으면, 그것은 장애물로 남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넘게 되면 우리는 성장을 경험하게 됩니다. 페르소나도 이와 같은 이치라 생각합니다. 단편적으로만 보았을 때 페르소나는 우리가 자기실현을 하는데 큰 장애요소가 되지만, 이 장애요소를 뛰어넘게 되면 우리는 자기실현으로 가는 방향을 보다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오답을 알게 되면 정답을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물론 이것은 개인과 내부의 세계와의 관점에서 본 긍정적 시각입니다. 개인과 외부의 세계와의 관점에서도 이 페르소나는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나는 이 페르소나를 ‘예방주사’에 비유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독감이 유행하기 전 예방주사를 맞습니다. 예방주사 안에는 독감성분이 소량 함유되어 있고, 그로 인해 우리는 체내에 그 독감에 대한 면역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사람은 결코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입니다. 어찌되었든 우리는 현실 속에 살아가고 있고  외부의 사람들과 사회 속에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외부 세계와의 교류 중 자신에게 이로운 영향도 있겠지만 해로운 영향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이 해로운 영향으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도록 예방해주는 예방주사와 같은 역할이 페르소나라고 생각합니다. 페르소나는 개성화 과정의 장애요소가 될 수 있지만, 사회적 관점에서는 자신의 자아를 보호해줄 수 있는 방패역할을 할 수 있고, 그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촉진자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페르소나를 일방적으로 ‘좋다. 나쁘다.’라고 평가하기보다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보아야 할 것입니다. 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내 마음속에 흐르고 있는 ‘리비도’libido(심리적 에너지)를 느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디론가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는 것처럼 판단을 잠시 내려놓고 내 마음속에 흐르는 에너지를 관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첫 질문으로 돌아가서 “본래 내 모습 이외에 다른 모습이 가면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은 좋지 않은 것 아닌가요?”라고 묻는다면 저는 이렇게 대답할 것입니다.


  “저는 그것이 강사님이 그토록 원했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하나의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동료강사는 훌륭한 강사가 되기 위해 3년 동안 이 길을 준비했습니다.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그토록 염원했던 꿈을 이루는 것이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그에게 있는 페르소나는 피하고 돌아가야 하는 대상이 아닌 적응하고 뛰어넘어야 하는 대상이었던 것입니다. 또한 직업이 강사이기에 무엇보다도 자기와 페르소나 관계의 역동을 잘 이해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흔들리는 나뭇가지를 통해 자신의 마음을 통찰한 어느 스님의 이야기처럼 정답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에 따라서 늘 변화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페르소나’를 바라보는 우리의 태도 역시 상황에 따라 성장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해석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심리성장조력자/교육프로듀서(E-PD) 성기원
kaga@humancollege.co.kr

 

이 글은 <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제 90호 >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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