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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가정 대학 진학률, 40.5% 한국 학생 진학률 71.5%에 비해 현저히 낮아

2022년 9월호(155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2. 12. 11.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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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너와 나의 이웃이야기 4]

다문화가정 대학 진학률, 40.5% 
한국 학생 진학률 71.5%에 비해 현저히 낮아

 

지난 6월 말 여성가족부는 ‘2021년 전국다문화가족실태조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전국 1만5천여 다문화 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다문화가정 자녀의 대학 진학률은 40.5%로 한국 학생의 진학률인 71.5%에 비해 현저히 낮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만 15세 이상 다문화가정 자녀의 비재학, 비취업 즉, 아무것도 하지 않는 니트(NEET, Not in Education, Employment, and Training - 학업도 하지 않고 일도 하지 않으며 취업을 위한 훈련도 받지 않는 젊은이를 지칭) 상태의 비율은 14%로 집계되었죠. 여가부는 다문화가정 자녀의 낮은 진학률의 원인으로 부모의 낮은 사회경제적 지위, 입시 정보의 부족, 한국 학생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사교육 수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교육에 있어 부모의 관심과 역할, 지원이 얼마나 중요한가는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결혼이민자의 경우, 세월이 지나 자녀가 초등학생, 중학생이 되어도 여전히 한국어가 미숙하고 한국 사회의 시스템을 어려워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그 중 만 5세 이하의 자녀 양육 시에는 ‘한국어 지도(26.8%)’의 어려움이 가장 크고, 만6세 이상의 자녀 양육 시에는 ‘학습 지도와 학업 관리의 어려움(50.4%)’, ‘진학이나 진로지도의 정보 부족(37.5%)’, ‘양육비용 부담(32%)’등이 크다고 호소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한국인 아빠는 자녀 양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소통능력과 정보가 부족한 결혼이민자에게 맡기다보니 아이들은 말이 통하는 아빠보다 오히려 소통이 제한적인 엄마와의 관계에서 더 정서적인 만족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또한 자녀가 성장함에 따라 나타나는 ‘대화 감소’ 현상으로 부모와 자녀 간의 거리는 점점 더 멀어집니다. 게다가 관련 기관에서 실시하는 학습지원들도 자녀가 고학년이 되면서 점점 줄어들지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다문화가정에서 자녀의 돌봄을 제외한 학업과 관련한 대부분의 일은 자녀가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자라면서 한국어가 미숙한 이민자인 부모를 도와주고 가르치는 일까지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민 당사자인 1세대가 그 사회에 진입하여 성공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새로운 사회와 환경에 뿌리를 내리는 과정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초기에 피땀 흘려 경작을 한 세대가 가고 다음 세대가 오면 수확을 기대할 수도 있겠죠. 늘어나는 이민배경의 아이들을 잘 키워 풍성한 수확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개인 및 가정의 노력과 사회의 노력이 함께 요구됩니다. 

학업보다 중요한 자존감
가정에서는 한국인 부모가 자녀 교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합니다. 그리고 한국어가 미숙한 결혼이민자는 자녀의 이중 언어 교육을 책임져야 하고요. 가정환경에서 가장 잘 실행할 수 있는 이중 언어 교육을 개인과 가정의 노력 없이 사회적인 책임으로만 돌려서는 안 됩니다. 개인(가정)과 사회가 함께 노력할 때 시너지가 일어나 교육적 효과는 갑절이 될 것이고, 국제사회에 필요한 언어능력을 갖춘 진짜 인재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차별과 관련해서는 결혼이민자 스스로가 자존감을 가지고 당당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외국어 능력이 부족하다고 해서 한 인간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인간은 그 자체로 고귀한 존재이므로 결혼이민자는 자녀에게 자신을 뭔가 부족한 존재로 인식시키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차별과 배제 없는 다문화사회는 한국 사회의 노력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결혼이민자와 그 한국인 배우자부터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면, 그러한 생각과 태도가 자녀에게 전달되고 자녀도 자신의 존재 가치를 소중히 여기며 자신의 배경에 자긍심을 가질 것입니다. 


다양한 선택지를 사회가 제공해야
연합신문(22.6.27일자)은 ‘21년 전국다문화가족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다문화 청소년 저학력 굴레’라는 기사 제목을 달았습니다. ‘굴레’라는 단어는 일반적으로 부정적인 인식을 주어 필자에게도 반감이 일었습니다. 오히려 우리 사회가 ‘고학력의 굴레’에 갇혀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유명한 일간 신문의 성찰 없는 기사 제목은 우리 국민의 다문화 인식에 ‘굴레’를 씌우는 위험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대학에 진학하지 않으면 실패한 인생인가. 분명한 목표나 목적도 없이 고등학교를 졸업했으니 대학에 진학하는 것보다 목적이 분명한 다른 길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고, 아이들의 다양한 결정을 응원하는 높은 의식 수준이 부재한 현실이 우리의 민낯이고 굴레인 것입니다. 대학 진학, 오직 한 길이 아니면 사회적 시선과 각종 부당한 차별을 온 몸으로 느끼면서 힘들게 인생을 개척해 나가야 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창의적인 인생을 살 수 있도록 더 많은 선택지를 주는 것. 이것이 우리 사회의 교육적 역할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사회가 할 일을 하지 않으면서 기성세대가 정해놓은 틀 안으로 아이들을 몰아넣는 것부터 반성해야 할 일인 것이죠. 
특히 중도입국청소년을 포함한 다문화가정 자녀에게는 더욱 다양한 선택지가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익숙하지 않은 사회시스템과 언어 장벽으로 인한 교육정보의 부족, 일반적으로 낮은 부모의 사회·경제적인 배경 등으로 학업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의 개인적인 노력만으로 대학에 진학하거나 좋은 직장에 들어가거나 원하는 일을 하면서 계층 상승을 이루어내기에는 현재 우리 사회가 주는 기회와 지원이 너무 조각나 있습니다. 여기에 정책은 미사어구로 표현되고, 서비스는 지역별·연령별·대상별로 제한적이어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지요.

오늘날 우리 사회의 가족 형태는 정말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핵가족은 옛말입니다. 1인 가구가 35%를 넘어섰고, 결혼 안 한다는 비혼주의, 결혼해도 아이를 낳지 않는 딩크족, 독거노인, 입양가족, 한부모가족 등 과거에는 소수였던 가족이 이제는 다수를 차지합니다. 다문화가정도 이러한 현대 가족 유형 중 하나일 뿐입니다. 그러므로 우리 사회는 다문화가정을 지나치게 대상화하거나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아야 합니다. 결혼이민자와 그들의 자녀가 온갖 사회적 시선을 받으며 결핍의 상징으로 자리 잡지 않도록 다문화가정 스스로 자긍심을 가져야 하고, 사회는 이들의 특수성을 고려해 학업과 진로에 다양한 선택지를 마련하는 노력을 상호간에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온 마을이 아이를 키운다’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내외국인이나 이주배경에 관계없이 아이들은 우리 모두의 아이들이기 때문입니다.

 

군포이주와 다문화센터
김강남 사무국장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55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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