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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겨루기를 받아랏!

2022년 9월호(155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2. 12. 11.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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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겨루기를 받아랏!

언제나 즐거운 퇴근시간. 이번주 분리수거 당번이라 쓰레기봉투를 들고 나서는데 옆자리 조이님이 슬쩍 따라나오네요. “저도 같이가요~” ‘잉? 나 혼자 충분히 들고 갈 수 있는데?’ 알고 보니 동료직원인 리디님과 애플워치로 운동량 겨루기를 하고 있는데, 오늘 분량을 더 채울 겸, 겸사겸사 따라나섰다고 합니다. 저도 스마트워치를 사용하고 있었지만 제 개인의 운동량과 수면의 질을 측정하는데 사용할 뿐, 이렇게 하루의 운동량으로 동료와 선의의 경쟁을 하는 기능이 있는지는 미처 몰랐습니다. 그것도 회사 내에 1:1로 여러 팀이 하고 있더라고요. 그럼 잠시 저희 회사 직원들의 겨루기 이야기를 들어보실래요?


조이 “평소에도 주3회 정도 검도장에 가서 운동을 했었는데 겨루기를 시작하고부터는 가끔 운동을 가기 싫은 날도 겨루기 하는 친구가 점수를 더 얻을까봐 꾸역꾸역 검도장으로 발걸음을 돌립니다. 그래서 겨루기를 하는 주간에는 거의 주5일, 검도장에 출근도장을 찍고 있어요. 하루는 저녁 퇴근 후에 운동을 했는데도 600점이 다 채워지지 않아 집에 들어가기 전에 아파트단지를 돌며 600점을 채우려고 노력하기도 했어요. 물론 그날은 정말정말 힘들어서 다시는 그렇게 하지 않지만요.(웃음)”
조이와 겨루기를 하는 리디 “상대방이 운동을 했다는 알람이 애플워치에서 울리면 집에 가만히 쉬고 있다가도 승부욕이 불타서 바로 가까이 있는 폼롤러를 굴려 점수를 채우기도 해요.”
리디와 또 다른 1:1 겨루기를 하고 있는 줄리 “열심히 헬스장에서 운동을 다 끝내고 개운하게 샤워 후 집에 왔는데 밤늦게 리디님이 폼롤러로 운동을 해서 점수를 역전시키는 바람에 아직까지 전적이 7전 7패입니다. 성적은 이렇지만 겨루기를 하면서 운동을 포기하지 않고 해보려던 나의 의지가 일할 때에도 발휘되는 것 같아 스스로 더 열심히 해보려고요.”


이렇게 서로서로 겨루기를 하는 직원들이 많아지면서 팀원들 사이의 관계는 더 친밀해지고 자연스레 식사시간의 대화도 운동과 건강에 관련된 이야기가 많아집니다. 운동을 같이 하고자하는 분위기도 사무실에 점점 퍼지고 있는데다가 건강검진을 가서도 작년까지는 문진표를 작성하면 의사선생님께 “운동 좀 하세요”라고 한소리 들었었는데, 올해는 당당하게 주3회 이상 운동한다고 표시하는 자신에 대해 뿌듯함도 느낀다고 하는 한 직원의 말도 서로에게 자극이 됩니다.
어떤가요? 사실 직장을 다니면서 혼자 꾸준히 운동하기가 쉽지 않은데 스마트워치의 이런 기능 덕분에 운동이 습관화 되는 것은 IT기술이 우리의 삶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운동이 우리에게 꼭 필요하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단, 머리로 아는 것에서 실제 손발을 움직여 삶으로 실천하기까지를 게으르게 미룰 뿐이지요. 일단 IT 기술을 빌려 이러한 게으름을 어느 정도 이기게 된 것은 좋지만, 여기서 만족할 것이 아니라 운동자체를 더 깊이 생각해 보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럴 때 더 풍성하고 가치 있는 IT기술의 실현이 가능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EBS 다큐프라임에서 공부 전후의 뇌 혈류량은 거의 변화가 없지만 운동 후 뇌 혈류량이 크게 증가해 운동이 뇌를 활성화 시킨다는 것을 MRA를 통해 보여준 적이 있습니다. 이는 운동이 단지 육체만을 건강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정신요소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두뇌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지요. 
여기에 혼자 하는 운동이 아닌, 같이 협력해야 하는 단체 스포츠가 훨씬 우리의 정신적 부분에 큰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 연구팀이 어린 시절 축구, 하키 등 단체스포츠를 겸하는 것이 그릿(GRIT) 발달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여기에서 GRIT은 성장(Growth), 회복력(Resilience), 내재적동기(Intrinsic motivation), 끈기(Tenacity)의 줄임말로 성공과 성취를 끌어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는 투지 또는 용기 등을 뜻합니다. 연구의 주요 저자인 에밀리 노스네글 교수는 “스포츠에 참여하는 아이들은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도전을 극복하고, 다시 시도하기 위해 실패에서 회복하며 투쟁이 어떤 것인지를 배운다.”면서“스포츠에서 배우는 교훈이 성장한 후 그들의 삶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시사한 연구 결과”라고 평했습니다.


팀 스포츠를 하며 자연스레 관계맺음 속에서 사회성을 쌓고 호흡을 맞추는 것이 무엇인지를 경험해 나가는 것은 비단 어릴 때만 필요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우리는 결코 혼자는 살아갈 수 없고 누군가와 영향을 주고받으며 집, 회사 등 내가 속한 크고 작은 공동체에 속해 있으니까요. 
축구, 농구 등의 운동은 기본적으로 경기가 끝날 때까지 계속 뛰어다니기에 기초체력이 길러질 뿐 아니라, 경기 도중 실수한 동료에게도 격려의 박수를 보내기도 해 결과보다는 무엇이든 시도하고 도전하는 중요성을 자연스레 체득하게 됩니다. 특히 야구는 희생번트, 희생플라이 등 팀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며 팀의 승리를 만들어가는, 어느 모임이나 사회에서든 꼭 필요한 섬기는 자세를 기르는 최고의 운동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지난달부터 지인들과 함께 족구를 배우고 있습니다. 함께 달리기를 하고 자전거 여행도 하고, 야구도 해왔던 팀인데 여자로서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족구를 해보니 헛발질에 몸 따로 발 따로 아직은 허당이지만, 한 팀을 이루기 위해 남자 분들이 우리의 실력이 올라올 때까지 배려해주어 열심히 연습중입니다. 내가 차 올린 공을 다른 팀원이 잘 받았을 때, 그리고 어설프게 공을 주고받다가도 점수를 따면 팀 사람들끼리 하이파이브를 하며 같이 기뻐하는게 얼마나 즐거운지 모릅니다. 경험하신 분들은 잘 아실 것입니다.


만나서 같이 단체운동을 하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에서 IT 기술을 적용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실내자전거는 혼자밖에 탈 수 없지만, 가상라이딩 어플리케이션인 즈위프트나 루비 등을 이용하며 다른 사람들과 같이 운동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VR기기의 발전도 공간을 초월한 만남을 현실적으로 가능하도록 만들고 있지요. VR기기가 아직은 헤드셋만 대중화 되어 있어서 우리의 시각과 청각에 국한되어 있지만 점점 몸에 착용하는 기기들이 개발되면서 촉각과 후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나중엔 각자 있는 장소에서 머리와 손, 발에 각각 VR기기를 착용하고 가상공간에서 만나 축구나 야구, 테니스 등의 단체운동을 하는 것도 곧 가능해지지 않을까요? 물론 실제 만나서 서로 격려하며 승리했을 때의 기쁨을 함께 누리는 것보다 감동은 덜할 것 같아 조금은 아쉽겠지만요.

 

경기도 군포시 이송아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55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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