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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월한 리더십의 이순신이 당대 동아시아 질서에 미친 영향을 평가해 보다

2022년 10월호(156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3. 1. 14.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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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월한 리더십의 이순신이 
당대 동아시아 질서에 미친 영향을 평가해 보다

 

한국 영화 최고 흥행작인 <명량>의 뒤를 이어, <한산>의 인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힘든 코로나 시기에도 불구하고 관객 인원이 8월 말 700만을 넘었다고 하니, 두 작품의 주인공인‘이순신’을 한국인들이 얼마나 선망하고 좋아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지난 추석 연휴를 이용해 방문한 남해안 일대는 과장을 조금 섞어 말하자면, 이순신 장군이 먹여 살리고 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습니다. 곳곳마다 경쟁적으로 이순신 장군과 관련된 유적지와 컨텐츠, 문화 상품을 만들어 놓았기에 이순신 공화국처럼 여겨졌습니다. 이렇게 인기 있는 이순신은 우리 민족 누구에게 물어봐도 존경하는 인물이 분명합니다. 그렇지만 그것이 냄비근성과 자기만족만을 자극하는 단순한 ‘국뽕’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평가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 내부가 아닌, 임진왜란과 관련된 두 국가 일본, 중국의 평가와 세계 속 대표적인 두 해양국가의 눈에 비친 이순신의 평가를 살펴보겠습니다. 그리고 난 뒤 우리 자신의 평가가 정당했는지를 돌아보고 마지막으로 동아시아의 국제정치질서라는 좀 더 큰 차원에서 이순신을 조명해 보고자 합니다.


1. 이순신의 리더쉽에 대한 세계의 평가
1) 일본의 평가
당대 : 한산도 해전에서 이순신 장군에게 참패를 당했던 와키자카 야스하루(脇坂 安治)는“내가 가장 미워하면서도 존경하는 인물은 이순신이다.”라고 고백했습니다. 비록 이순신이 임진왜란 전체를 끝장내는 결정적인 패전을 안겨 준 적장이었지만, 인품이나 전쟁에서 보여준 리더십 등 모든 면에서 우러러보지 않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 이후 : 250여 년 뒤, 메이지시대 학자와 관리들은 앞장서서 이순신 장군을 해군의 롤 모델로 삼았는데, 세키코세이(惜香生), 오사가와라 나가나리(小笠原 長生), 사토 데쓰타로(佐藤 鐡太郎)가 가장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이들이 이순신을 연구하고 관련 책까지 쓴 목적은 다분히 정치적인 것으로서, 결코 일본이 포기하지 않는 칼(의 문화)을 갈아 줄 숫돌과 같은 존재로서, 대륙진출을 위해 일본의 해군력을 증강해야 할 필요성을 역설하기 위해 해군 장교들에게 큰 영향을 주어야 할 인물이 필요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로 인해 이순신 장군의 업적이 크게 부각 되고, 좋은 이미지가 확립되는 기회가 되었으니 참으로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2차 세계대전 패전 후, 국민소설가 시바 료타료(司馬遼太郞), 역사가인 도쿠토미 소호(徳富蘇峰)등 일본 국민들 뇌리에 이순신 장군을 계속 각인시켰습니다. 서양에도 이순신을 널리 알려 준 사람들은 일본인입니다. 그뿐 아니라 러일전쟁(1904~1905)에서 승리하게 된 것도 이순신 장군의 전략을 이용한 것이라고 했을 뿐 아니라, 신사까지 만들어 마치 신처럼 이순신을 숭배했을 정도입니다. 


2) 중국의 평가
당대 : 명나라 수군 도독 진린(陳璘)은 명나라 신종 황제에게 한 통의 편지를 올려서 ‘이순신을 오랑캐를 견제하도록 요동으로 오게 하자’고 했을 뿐 아니라, 이순신의 공을 ‘욕일보천(浴日補天)’, 해를 목욕시키고 하늘의 구멍을 꿰맬 수 있을 정도라고 극찬했습니다.
그 이후 : 동북공정의 일환인 고구려 역사를 중국의 역사로 편입시키는 일을 맡았다가 이순신 학술회를 시작으로 고구려 역사 편입 작업에서 스스로 물러났다고 하는 장웨이린 교수는 <이순신에 대한 평가와 고백>에서 거북선을 만든 창의력과 어부와 농부들을 훈련시켜 용맹한 수군으로 만든 지도력, 지형지물을 활용한 주도면밀한 전략 등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3) 두 해양 국가의 평가
영국: 영국의 해군 제독 조지 알렉산더 발라드(George Alexander Ballard)는 그의 책,《The Influence of Sea on the Political History of Japan》에서 임진왜란 때 일본이 조선에게 패배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동양의‘넬슨’처럼 영웅, 이순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영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버나드로 몽고메리 장군은 “일본의 침략으로부터 조선을 구한 영웅, 거북선을 이용한 기술 혁신가”라고 평가했습니다. 
미국 : 세계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미국의 체스터 윌리엄 니미츠(Chester William Nimitz)는 일본이 2차 세계대전 당시 역사적으로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다는 광고를 했을 때, 이순신 장군의 승리를 언급하면서 그들의 거짓말에 일침을 가했습니다. 그리고 마크 길버트(Marc Gilbert) UCLA 역사 교수는“히데요시의 범아시아적 야망을 좌절시킨 인물”이라고 평가했습니다. 


4) 한국의 평가
당대 : 잘 알려진 대로 선조의 끝없는 시기심과 무능 속에서 전쟁 중에 이순신을 역적으로 몰았을 뿐 아니라, 전쟁이 끝난 후 공로를 치적할 때도 원균을 이순신, 권율과 함께 임진왜란 3대 선무공신으로 높여 이순신을 견제하려고 했습니다. 이후로 이순신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와 기록은 오랫동안 묻혀왔습니다.
그 이후 : 그러다 200년이 지나서야 정조의 지시로 겨우 이충무공전서(李忠武公全書)가 1795년에 발간되었고, 메이지시대 일본의 이순신 장군에 대한 연구보다 훨씬 늦은 1908년에야 신채호가 대한매일신보에 [수군 제일 위인 이순신]을 연재하면서 본격적으로 대중에게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당시 이순신이 소환된 것은 조선의 부패와 무능으로 나라가 망하게 되어 이순신의 정신이 이어지지 못한 결과라는 자각 때문이었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이순신 장군을 배출한 나라였지만, 오히려 일본보다 못한 무관심 속에 그의 리더쉽을 배운 인물이 없어 또다시 일제 침략을 당하는 뼈아픈 과거를 떠안게 되었습니다. 현대에 와서 박정희 정부가 성역화 작업을 하며 과도한‘이순신 성웅’추앙으로 시련을 겪기도 했지만, 이순신 장군이 남긴 업적과 흔적을 최대한 보존하는 일에는 큰 역할을 했습니다. 

2. 새롭게 조명되어야 할, 이순신의 리더십이 동아시아 정치질서에 미친 영향
앞에서 살펴본 이순신에 대한 평가는 이순신 개인과 그 리더십에 집중된 것이 대부분입니다. 이제는 조금 각도를 넓혀서 동아시아 전체의 질서를 움직였다는 측면에서 이순신이 이룬 업적으로 평가해 보겠습니다. 그러기 위해 이런 질문을 하나 해 보겠습니다.“만일 이순신 장군이 왜군을 막지 못했다면 동아시아는 어떻게 되었을까?”


1) 일본에 미친 영향 : 전쟁의 화신,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는 조선을 정복하고 그 여세를 몰아 명과의 전쟁을 계속했을 것입니다. 도요토미의 죽음이 있다하더라도,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 조차도 정복지를 포기할 생각은 하지 않았을 테니, 동아시아 전체가 일본의 손아귀에 들어갔을 것입니다. 여기에 근대화까지 갖춘 일본은 동아시아 전체뿐 아니라, 러시아, 동남아시아에 끊임없이 위험을 가하는 더욱 위험한 국가가 되어 서양의 역사까지 새롭게 쓰는 역할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2) 중국에 미친 영향 : 이미 기울어진 명은 일본의 상대가 되기 힘들었을 것이고, 간신히 방어에 성공했다 할지라도 급속히 성장한 여진족에 의해 쉽게 멸망했을 것입니다. 물론 여진족이 일본과의 대립 속에 어떤 결과가 나왔을지는 의문이지만, 전쟁의 피로도만 극복한다면 일본이 여진족까지 진압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가능했을 것이니, 중국조차 역사에서 사라질 운명이 되었을지 모릅니다.

 

3) 조선과 한반도에 미친 영향 : 조선은 당연히 일본의 일부가 되어서 대대손손 일본의 지배를 받고 일본에게 흡수되어 역사 속에서 사라졌을 것입니다. 혹시나 간신히 명나라의 도움으로 명맥을 유지했다 할지라도 250년간 유지되어왔던 이조 왕조는 붕괴되고(제대로 빠르게 교체되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새로운 왕조(꼭두각시)로 교체되어 식민지처럼 존재했을지도 모릅니다. 

이순신은 조선이라는 나라만이 아니라, 당시의 명나라와 동아시아 전체를 일본의 잔혹한 칼날 아래 구해 낸 인물입니다. 깨어있고 준비된 한 사람이 역사의 흐름을 완전히 바꿀 수 있음을 이순신이란 자랑스러운 우리 조상에게서 발견한 기쁨과 함께 어떻게 제2의 이순신이 될 것인가는 우리에게 남겨진 숙제입니다.

 

 

유진하우스 김영연
yykim65@hanmail.net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56>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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