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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 유진하우스에서 에스토니아인들과 금(金), 금치체험을!

2022년 11월호(157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3. 2. 18.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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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 유진하우스에서 에스토니아인들과
금(金), 금치체험을!

“Tere päevast! (테레 파바스트!)”,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던 인사말
“어서오세요! 유진하우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우리는 처음 만나면“안녕하세요?” 라고 인사를 하는데, 한 번 해볼까요?”했더니, 모두들 서투른 발음으로 안녕하세요?를 제각각의 억양으로 말한다. 그래도 잘 했다고 칭찬을 해 드렸다. 그럼 “에스토니아어로는 어떻게 말하나요?” 물었더니, “Tere päevast! (테레 파바스트!)” 라고 한다. 아이구 이제까지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던 인사말이었다. 어슬프게 따라 했더니 다시 발음을 한 번 하신다. 그들의 귀에 거슬리는 발음이 있었던 것 같다. 이렇게 다른 나라 사람들의 간단한 인사를 따라하는 것조차도 쉽지가 않다. 말을 배우는 것은 단순히 단어 몇 마디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문화를 배워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국에 관심을 가지고 여행을 온 분들이 한국 음식에 관심을 가져주다니 그저 감사할 뿐이다. 


“우린 김치 안 먹고 살아요”
한국의 가장 대표적인 음식인 김치가 코로나를 겪으면서 세계 사람들에게 더 인기가 많아졌다. 그런데 우리는 외국인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김치를 잘 먹지 않는 사람도 많이 생겨나고 있다. 어른들도 예전에는 김치가 없으면 밥이 안 넘어간다는 말을 하는 분도 있었는데, 요즘은 해외에서 살다가 오신 분들도 많아서 “우린 김치 안 먹고 살아요” 라는 사람도 만나게 된다. 이런 이유가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니, 우리가 요사이 흔히 먹고 있는 김치가 맛이 없어서 그렇지 않을까? 김치는 힘이 좀 들더라도 직접 만들어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해 왔다. 그러다가 외국인을 위한 김치체험을 유진하우스에서 시작했다. 김치를 만드는 일은 자신이 없었는데 김치도 잘 담고, 요리도 잘하는 울산여고 친구가 늘 선생님이 되어 주는 바람에 마치 김치를 잘 담그는 사람처럼 김치체험을 잘 해 올 수 있었다. 김치를 만들려면 양념 재료를 고르는 일도 쉽지 않았다. 배추를 절이는 일도 여러 번 해 보았지만 얼마나 실패를 많이 했는지 모른다. 그럴 때마다 우리 어머니들은 어떻게 그렇게 다양한 김치를 때마다 만들었을까? 감탄이 저절로 나왔다. 


에스토니아인 15명, 유진하우스 한옥마당에 한가득
코로나동안 해외에서 여행객이 올 수가 없었기 때문에 개인은 물론 단체가 오는 것은 훨씬 어려웠다. 그런데 여행의 물꼬가 터지자마자 에스토니아에서 단체로 관광을 왔고, 김치체험을 하러 온다니 더 반가웠다. 관광객으로 오신 15분, 그리고 한국과 에스토니아 가이드 두 분을 합해 모두 17분이 오셨다. 우리도 많은 손님들을 맞기 위해 단단히 준비를 했다. 평소에는 친구와 함께 둘이서 했는데 이번에는 북한에서 오신 박사님을 요리 선생님으로 모셨다. 남한에서는 김치도 퓨전김치가 된 것 같지만, 북한에서는 전통을 우리보다 더 잘 지키고 있을 것 같은 믿음이 있었다. 그리고 촬영을 담당해 주실 윤 선생님, 내 친구, 우리 식구 셋이니 6명, 모두 합해서 23명이 한옥 마당에 한가득이었다. 


김치체험과 함께 한국어도!
김치체험을 하면서 한국어를 배워보자고 주문을 했다. 아주 간단한 야채들의 이름을 한국어로 배우는 것도 그들에게는 특별한 김치수업이 될 듯했다. 그래서 ‘한국어 배우면서 김치체험하기’ 가 우리 집 김치체험의 이름이다. 통역을 하더라도 서로 서툰 언어로 다 이해를 하기 어려우니 짧은 단어라도 한국어를 배우면서 김치체험을 하는 것을 재미있어 했다. 김치체험도 코로나 덕분에 하지 못하다가 오랜만에 하니 새롭게 준비해야 할 것이 많았다. 하필이면 배추 값이 이렇게 비쌀 때라니! 추석 때는 한 포기에 2만원을 했고, 지금은 조금 내렸다고 하는데도 배추 값을 묻기가 무서울 정도였다. 그런데 김치체험을 하러 오겠다고 일치감치 예약을 했기 때문에 배추 값이 비싸다고 취소할 수도 없었다. 이왕 비싼 배추로 김치를 만드니 최고로 맛있는 김치를 만들기도 했다. “오늘 김치는 김치가 아니라 금치를 만들 거예요.” 일명 골드김치라고 생색을 냈다. 김치의 종류도 배추김치만 있는 것이 아니라, 무김치를 비롯해서 100여 가지나 되는 김치가 있다고 했더니 모두 깜짝 놀랐다. 잎으로 된 것은 물론 다양한 야채들을 양념하면 어떤 김치라도 만들수 있다고 설명을 했다. 김장김치의 풍경들도 알려 주었다. 11월 말부터 12월 초 정도에 추운 겨우내 먹을 김치를 집집마다 100포기 정도씩 김치를 담갔고, 김장김치를 하는 날은 온 가족과 이웃이 함께 도와야 했다는 이야기도 들려주었다.“이것은 배추에요. 다같이 ‘배추’ 해 볼까요?”했더니, 배추와 무는 발음이 그리 어렵지 않으니 쉽게 잘 따라 했다. 에스토니아는 배추와 무가 흔하지 않고 수입을 한다고 했다. 우리처럼 쉽게 김치를 담글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지만 오이 같은 것은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다고 했다. 마늘, 고추, 생강 등 양념을 만들기 위해 가장 기본적인 것들, 그리고 액젓 등은 입맛에 따라 조절하고 쉽게 구할 수 있는 야채로 만들라고 했다.  


금방 담은 금금치, 얼마나 맛이 있던지… 
“김치를 먹어 본 적이 있어요?”, ”네, 식당에서 먹어 봤어요.” 김치는 먹어 봤지만, 만드는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외국인들이 김치의 깊은 맛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사실 우리도 김치를 아주 간단히 만들어 먹거나 사서 먹다보니 원래의 김치 맛이 어떠했을까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어릴 적 정성스럽게 김장김치를 만들어 이웃들과 나누어 먹었던 김치 맛을 잊은지 오래다. 굳이 옛날 맛을 고수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더라도 우리의 전통 김치 맛을 보존해 가는 일도 중요할 것 같아서 이번 기회에 제대로 김치를 담갔다. 북한에서 오신 이박사님은 최고의 야채들은 물론 과일과 꿀 등 천연조미료들로 간을 맞추면서 그야말로 우리보다 더 양념에 신경을 썼기 때문에 금금치를 만들었다. 김치를 만들고 보니 우리가 이제까지 먹어본 김치 맛이 아니었다. 금방 담은 김치인데 얼마나 맛이 있던지… 외국인뿐 아니라 우리들도 너나 할 것 없이 김치를 엄청 많이 먹었다. 금방 만든 김치로 수육을 만들어 보쌈을 해 먹으니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김장김치를 하고 함께 잔치를 벌였던 것처럼 모두 툇마루에 앉아 음식을 나누어 먹었다. 마음 같아서는 손으로 쭉쭉 찢어서 밥 위에 척척 걸쳐서 먹게 해 드리고 싶었지만 설명만 해 주고 참았다. 우리 김치의 맛, 바로 이게 원래 김치 맛이로구나! 

외국인들과 김장김치 만들다, 파김치가 될 뻔
우리도 김치를 만드는 일이 쉽지 않은데 한번 김치체험을 했다고 돌아가서 김치를 만들어 먹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양념을 만드는 방법을 최대한 설명을 해 주었다. “파를 가지고 김치를 만들 수 있어요. 파김치가 절여지면 흐늘흐늘 해지는데, 사람도 피곤하면 파김치가 되었다고 표현해요” 이 말을 설명해 주고 싶었다. 그런데 통역을 해서는 전달이 쉽게 되는 말이 아니었다. 아무리 파김치를 설명을 해도 절여진 파김치를 본 적이 없어서 쉽게 전달이 되지 않았다. 그야말로 오랜만에 외국인들과 김장김치를 만들다가 파김치가 될 뻔했다.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성의 없이 김치를 만들었고, 맛없는 김치를 먹고 살아왔는지를 알 수 있었다. 무엇이든 정성을 들여야 제 맛이 나는 법인데, 앞으로는 정성을 듬뿍 들인 금치를 만들어 먹어야겠다. 이참에 제대로 된 우리 김치를 세계로 수출도 해 볼까?

서울시 종로구 유진하우스 김영연 
yykim65@daum.net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57>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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