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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하되 자책하지 말기!

2023년 4월호(162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3. 12. 2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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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에 담긴 당신의 마음 이야기 15]

반성하되 자책하지 말기!

 

“내가 하는 일이 늘 그렇지…”
“이번에도 실패 하겠지.”
“안될 거야. 난 부족하니까.”
어떤 일을 시작하고 마무리할 때까지 제 머릿속을 헤집고 다녔던 말들입니다. ‘프로 자책러’ 과거의 저에게 딱 어울리는 별명이었죠. 자책은 얼른 보기에는 반성과 닮아있지만, 그 본질은 조금 다릅니다. 반성의 사전적 의미는 ‘자신의 언행에 대하여 잘못이나 부족함이 없는지 돌이켜 봄’이고, 자책의 사전적 의미는 ‘자신의 결함이나 잘못에 대하여 스스로 깊이 뉘우치고 자신을 책망함’입니다. 나의 실수나 실패에 대해 스스로 깊이 뉘우치는 것은 호전적이지만 잘못을 꾸짖거나 나무라며 못마땅하게 여기는 책망은 그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이죠. 그래서 우리는 실수나 실패에 대해 반성을 하는 것은 지향하지만 지나친 자책은 지양해야 한다고 합니다.
작거나 큰 실수, 모든 나의 선택에 있어 자책투성이였던 그 시기, 누군가가 저를 탓하지 않아도 저는 저의 행동 하나하나 곱씹고 비난하고 책망했습니다. 처음 대학 강의를 했을 때입니다. 학기 말 학생들의 강의 평가를 받고는 혼자 화장실에 들어가 30분을 펑펑 울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당연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지만 ‘프로 자책러’였던 그 시절 40명의 학생 중 단 2명의 학생에게 받은 부정적 강의평가는 ‘역시 나는 부족해, 앞으로 강의를 하지 말아야겠다’, ‘나는 실패한 강사야’라는 마음을 가지게 했습니다. 누군가는 책임감이 강해서 그런 것이라 했지만 실수한 나를 용서하지 못하는 건 제 존재에 대한 우월감 때문일지도 모르고 그것이 저를 ‘프로 자책러’로 만들었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저를 미워하고 부족하게 여겼던 것은 ‘너는 그래도 괜찮지만, 나는 그러면 안 되고 그러고 싶지 않다’는 너그럽지 않은 마음을 가졌기 때문이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그것은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완벽해야만 한다는 잘못된 신념과 욕심 때문이었습니다. 잘하고 싶고 잘해야만 했기에 작은 실수에도 “죄송합니다”, “제 탓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모든 행동이 저의 자존감을 야금야금 갉아먹기 시작했습니다. 상대의 말과 행동에 눈치를 보고 위축되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뭘 해도 불안하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 싫었습니다. 분명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괜찮은’ 일인데 말이죠. 

▲ 처음 그림을 그릴 때, 실수 했던 부분을 붉은 색으로 표시후, 같은 그림을 다시 그리면 실수 하지 않고 마음에 드는 그림을 그려낼 수 있었음


사람은 완벽할 수 없고 실수를 통해 배우고, 나에 대한 성찰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조금 더 일찍 알았다면 저는 스스로를 낮게 평가하거나 자책하지 않았을 겁니다. 자신이 한 일을 반성하고 앞으로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한 대안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지 자신이 한 일에 대해서 감정적 벌을 주는 것은 분명 잘못된 일입니다.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지금도 자책하는 습관이 살그머니 올라올 때가 있습니다. 특히 그림을 배우면서 같은 실수를 반복할 때 말이죠. ‘저 사람은 아무런 힘듦 없이 잘 그리는데, 왜 나는 못하는 걸까. 난 잘하는 게 없네’라며 스스로를 못마땅해 합니다. 과거의 저라면 ‘역시 나는 안 돼. 그림을 그만둬야지.’ 하고 포기했겠지만, 지금은 그림 안에서 고치고 싶은 부분, 자주 실수하는 부분을 표시하고 다음번 그림을 그릴 때 참고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다 보니 그림 안에 보이던 실수도 사라지지만 그 실수도 매력적으로 보일 때가 있습니다. 조금 뻔뻔해졌나요? 그러나 이런 뻔뻔함도 나의 건강한 자존감을 위해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제는 제 마음 안에 살고 있는 ‘나를 꾸짖는 나’를 꾸짖기 위해 제 마음 안에 ‘나를 존중하고 귀하게 여기는 나’를 불러냅니다. 그리고 “괜찮다. 괜찮다.” 늘 저에게 말해줍니다.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 “내가 하는 일이 늘 그렇지”가 아닌 “그럴 수도 있지, 괜찮아.”라고 말해주는 것. 그것이 ‘프로 자책러’에서 벗어나 ‘행복한 나’로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는 저의 비법입니다. 자책만큼 나의 마음을 시들게 하는 것은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도 저에게 말해 봅니다. “반성하되 자책하지 않기!!”

 

리네아스토리 김민정, 조세화
lineastory.com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62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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