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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대포장이라고요?

2023년 4월호(162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3. 12. 23.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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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명의 디자인 이야기 1]

 

과대포장이라고요?

 

 “여보세요, 네? 50만원 벌금을 내야 한다고요?”
수입을 담당하는 직원이 전화를 끊으며 한숨을 짓습니다. 이번에 들어오는 수입품목 중에서 과대포장 검사 기준을 초과해 또 다시 벌금을 내야 한답니다. 정부의 탈 플라스틱 정책이 발표되기 전 이미 계약했던 제품이라 패키지 디자인 변경이 불가하여 그대로 수입을 했는데 과대포장으로 벌금을 받은 것입니다. 앞으로 들어올 상품들이 많기에, 패키지 사이즈 변경이 가능한지, 플라스틱 사이즈와 용량을 줄일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담당 직원이 분주해졌습니다. 그 직원이 분주해지니 디자인 담당자인 저 또한 바빠지게 되었죠. 기존에 작업했던 패키지 디자인을 새로운 사이즈에 맞춰 다시 디자인을 해야 한다는 뜻이니까요. 

코로나19 발병 이후,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일회용품 사용이 급증되면서 플라스틱은 급박하고도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었습니다. 그 이전에도 2015년 UN에서 기후변화협약을 맺으며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온실가스 줄이기 협약을 맺고 플라스틱 사용 줄이기를 노력해왔으나 코로나19 이후 개인의 위생과 안전을 중요시 여기며 플라스틱과 일회용품 사용이 급증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배달 또는 신선식품 배송을 받을 때마다 쌓이는 수많은 플라스틱을 보며, 지구 환경에 대한 염려와 죄책감까지 생기기도 했습니다. 마치 지구가 이 모든 쓰레기들을 다 먹어주기를 바라고 오직 인간만 살겠다는 것처럼 생각되어질 정도였으니까요.  

출처-EAST NEWS


지금까지의 국가 규정으로는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플라스틱 문제에 대해서는 국경 없는 다각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 점점 명백해졌습니다. 그러면서 2022년 3월 UN이 2024년까지 법적 구속력이 있는 ‘플라스틱 전주기(life-cycle) 국제협약안’을 마련하는 결의안을 채택한 후 탈 플라스틱 전환을 가속화하는 움직임이 일어났습니다. 우리나라도 2022년 10월 20일‘탈 플라스틱 대책과 2025년까지 2021년 대비 폐플라스틱 발생량을 20% 줄이는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또한 2050 탄소중립 목표에 대해 선언하며 재무적인 효과 외에 ESG라고 하는 E(환경,Environment) S(사회, Social) G(지배구조, Governance)를 통해 기업 가치를 평가하고, 탄소를 덜 쓰는 방향으로 친환경 활동을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2023년을 겨우 2달 정도 남겨둔 채 발표된 탈 플라스틱 정책에 많은 제조사들과 유통사들 사이에는 비상이 걸렸습니다. 품목마다 다르지만 제품을 제외한 포장공간비율을 25~35% 이하로 낮춰야 하기에 패키지 디자인을 전면수정하거나 플라스틱을 대체할 방법을 찾아야 했습니다. 포장공사 전문기관에서 검사 명령을 제조사에 내리면 제조사는 20일 안에 검사받고 결과를 제출해야 하는데 과대 포장으로 판명되면 과태료가 발생하고 회차가 넘어갈수록 벌금이 올라갑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3년부터‘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를 시행하고 있지만, 아직 유럽이나 다른 국가들에 비해서는 그 수준이 매우 낮은 상태입니다. 
기업들은 이제 제품 생산 뿐 아니라 제품 사용 후 발생하는 폐기물과 재활용까지 책임지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1)제품 생산 시 재활용이 쉽도록 설계하기 2)유색 페트병 대신 무색 페트병 사용하기 3)석유 유래 플라스틱 사용 줄이기 4)손쉽게 라벨을 제거할 수 있도록 수분리 접착제 사용하기 5)플라스틱 트레이 사이즈 축소 설계하기 6)플라스틱 대신 종이로 대체하기 등으로 실제 친환경적으로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기업들이 이런 노력들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지 사용자들 또한 지속적인 관심과 피드백을 주고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한국 사람들은 유독 제품보다 패키지에 더 민감할 때가 많다는 유통업체 사장님의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해외 고객들은 제품이 멀쩡하면 겉 박스가 손상되는 것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패키지가 조금 찢어지거나 구겨질 경우, 불쾌해하며 항의를 많이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겉포장까지 깨끗하고 멀쩡하면 기분은 좋겠지만 바로 뜯어서 버려질 포장인데 말이죠. 겉포장에 다른 나라 사람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유독 집착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이것은 다른 부분에서도 함께 생각해 볼 문제인데 실제 내용보다 겉치레에 먼저 눈이 가는 우리의 문화도 한 몫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품을 대형 매장에 납품할 경우, 반품이 들어오는 것들 중에 패키지 불량으로 반송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햇빛으로 인해 패키지 색이 바래서 팔리지 않으니 매장 쪽에서 새 제품으로 교환해달라는 것이죠. 온라인으로 구매를 하는 고객들은 보양재로 포장을 해서 보내더라도 패키지가 찢어졌고, 플라스틱이 깨졌으니 새 상품을 바꾸어 달라고 하기도 합니다. 패키지가 파손되면 실제 재판매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고스란히 재고로 남게 되고, 제조사에서는 이런 재고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 가격을 어느 정도라도 더 올리게 되니 결국, 이 피해들은 사용자들에게 돌아오는 악순환이 계속 됩니다. 이러한 고리를 끊기 위해 제조, 판매자 뿐 아니라 사용자들도 함께 환경을 생각하고 지금 당장의 필요만이 아니라 내 행동의 결과까지 한 단계 앞서 생각하는 자세를 갖는다면 우리와 우리 자녀들에게도 좀 더 나은 지구환경을 물려주지 않을까요?

 

편집 디자이너 고경명
joyfuloil@naver.com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62>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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