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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부모님 방에 전등 바꿔드려야겠어요.”

2023년 4월호(162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3. 12. 24.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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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과 빛과 인간시리즈 1]

“여보, 부모님 방에 전등 바꿔드려야겠어요.”

 

인간과 영향을 주고받는 존재로서 공간인식
 “인간은 환경-공간을 만들고, 동시에 자신이 만든 공간-환경에 지배를 받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공간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수동적인 존재로가 아니라, ‘나’라는 존재를 형성하고 빚어내는 적극적 존재라는 것이죠. 점잖은 사장도 예비군 군복만 입으면 본능에 충실해져 노상방뇨를 거리낌 없이 하는 것을 우리는 쉽게 보게 되는데, 옷 하나 바뀐 것으로 생각과 행동이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태어나서 자라고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집이나 사무실 공간이 우리에게 주는 영향은 얼마나 클까요? 더군다나 북미와 유럽에서는 90%가 넘는 시간을 실내에서 보내고 있으니 집과 사무실 같은 공간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는 더 중요하다 할 수 있습니다. 

건축, 보이지 않는 것들을 생각하다
얼마 전, 일산에서 열린 가장 큰 건축박람회에서 제일 인상 깊었던 것 중에 하나는 온도와 습도, 공기 등을 종합 관리하는 시스템 전시가 많아졌다는 것입니다. 이전에 건축이 디자인과 내외장 재료 등에 집중되어 있었다면, 이제는 그 건축 공간 안을 얼마나 인간에게 쾌적하고 건강하게 유지할까가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죠. 쉽게 말해 우리 눈에 보이는 것들에서 보이지는 않지만 인간에게 중요한 요소들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관심들은 이미 포름알데히드와 같은 유해물질을 적게 배출하는 건축자재(SE0, E0등급)를 사용하려는 움직임 등에서 찾아볼 수 있었던 것인데, 오염물질에 더 많이 노출되는 환경적 요인과 더불어 인간이 다양한 외적 요인에 의해 육체적 건강 뿐 아니라, 정서적, 심리적 영향을 받을 수 있음이 밝혀진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세먼지가 많은 날은 우울하고 분노와 짜증이 쉽게 난다는 것은 누구나 경험하는 사실이니까요. 이제 건축은 단순히 외형을 디자인하고 구조화 시키는 것이 아닌, 보이지는 않지만 인간에게 지속적인 영향을 주는 요소들을 디자인하고 만들어가는 것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저는 인간이 살아가는 공간속에 늘 존재하며, 인간에게 지속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4가지 요소인 빛(색깔), 온도, 습도, 공기를 여러분과 함께 살펴보려고 합니다. 

‘빛 반짝, 생각-행동 활짝’
 그 첫 번째를 빛과 관련된, 이전에도 잠깐 소개했던 적이 있는 작은 프로젝트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저는 지난해 군포시 마을공동체 만들기 사업에 ‘빛 반짝, 생각-활동 활짝’이란 제목의 프로젝트가 선정되어 일 년 동안 활동했습니다. 잠깐 이 일을 소개하자면, 청소년들과 함께 어두운 조명환경 아래 살아가는 이웃을 찾아가 밝은 조명으로 교체해 드리는 것인데, 총 5명의 청소년들과 함께 11개 가정을 방문했습니다. 사실 이 사업의 출발은 ‘60대는 20대보다 조명 3배 밝게… 그래야 눈 노화 막아요’라는 제목의 신문기사에서부터였습니다. 마침 인테리어 일을 하고 있던 저는 노후 된 조명아래 살아가는 어르신들에게 도움을 드리면 좋겠다는 생각에 사업을 시작했는데, 지금 와 돌아보니 빛과 공간 그리고 인간의 관계를 더 이해하고 했으면 좋았을 텐데 라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고령화 사회 속의 빛 환경
인간은 정보의 80%를 눈을 통해 받아들이는 만큼, 눈은 세심한 보호가 필요한 인간에게 가장 섬세하고 중요한 신체 중에 하나입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인간의 시각은 7~9세까지 발달하다가 그 후부터는 조금씩 나빠지기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인생전체를 볼 때 눈은 안 좋은 쪽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는 운명을 가졌는데, 나이가 들면 더욱 그 속도가 빨라집니다. 이런 면에서 40대 중반이 넘으면 경험하는 노안은 자연스러운 것일 수도 있는데, 이 밖에도 눈의 기능이 전반적으로 저하되기 때문에 특별한 질병을 앓지 않는다 하더라도, 사물과 색을 인식하는데 어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람이 자체적으로 눈에 좋은 음식과 약을 꾸준히 먹거나, 눈 운동을 규칙적으로 해 주는 방법도 있지만, 외부 환경-빛을 적절하게 조절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고령자를 위한 빛 디자인
 1) 빛을 밝게 하라
 특정한 양의 빛을 보기 위한 동공의 크기는 나이가 들면서 점점 작아지고, 수정체도 혼탁해지고 황반화 되는데, 이로 인해 망막에 도달하는 빛의 양이 20대에 비해 60대가 되면 1/3로 줄어든다고 합니다. 따라서 고령자가 젊은 사람 수준의 시각적 행위를 하려면 줄어든 만큼의 조도를 높여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20대에 필요한 조명을 1로 보면, 40대는 1.4배, 60대는 2배, 70대는 2.6배, 80대는 3배 정도 더 밝게 해야 합니다. 즉 20대가 거주하는 거실에 30W 등 하나를 달았다면 60대는 60W를, 80대는 90W에 해당하는 등을 달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공간의 크기에 따라 조명을 획일적으로 설치하는 것은 잘못된 방법입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눈 내부에서 빛의 분산이 커져 눈부심도 많아지기 때문에 너무 밝은 빛을 설치하거나, 광원이 직접 눈에 보이게 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2) 공간의 빛을 고르고 연속적으로 밝게 하라
 노인들은 밝은 곳에서 어두운 곳으로 이동할 때 눈동자가 즉시 조명의 밝기에 적응(암순응)하지 못해 어두운 곳이 더욱 어둡게 느낍니다. 따라서 공간전체가 밝지 않거나, 공간들을 밝게 만든다 하더라도 그 공간사이를 연결하는 통로가 어두우면 불쾌함을 느끼고,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따라서 복도나 현관에 조명을 충분히 설치해 필요에 따라 켜고 끌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여기에 덧붙이자면, 계단이나 공동현관에 설치된 희미하고, 작동이 불량인 센스 없는 센서 등은 당장에 교체해야 하겠지요.

3) 보조등을 적극 활용하라
넘어지기 쉬운 계단이나, 요리와 설거지를 하는 싱크대의 상부장 아래, 또한 물건들을 보관하는 수납장 등에 보조등을 다는 것은 노인의 안전과 편리함을 위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 전선을 끌어오는 것이 힘들 수 있는데, 요즘은 건전지로 작동하는 센서등이 다양하게 나와 있기에 원하는 장소에 사용하면 됩니다. 

마지막으로 조명을 교체해 드리면서 밝아진 조명뿐 아니라 간편하게 리모콘으로 등을 켜고 끌 수 있게 되어 기뻐하시는 어르신들에 마음이 흐뭇하면서도, 형광등이나 백열등과 달리 교체가 어려운 LED 조명 때문에 마음이 쓰이는 것은 독거노인들이 많아지는 상황 속에서 한 번 더 생각해 봐야 할 내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글을 읽고 ‘우리 부모님은 어떤 조명환경 속에 있을까?’ 생각하고 살펴보는 독자들이 생긴다면 더욱 행복해질 것 같습니다.

 

어메이징 스페이스 고종훈
dyl815@naver.com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62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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