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하 늘

2023년 4월호(162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3. 12. 29. 14:57

본문

하  늘

 

예전 학교 선생님에게 “부모님께 가장 최근에 본 하늘이 언제였는지 물어보세요”라는 숙제를 받아본 적이 있다. 집에 돌아가 부모님께 여쭤보았다. 돌아온 대답은 “언제인지 잘 기억이 안 난다”였다. 다음날 선생님께서 “하늘을 언제 본 지 잘 기억이 안 난다고 하신 부모님들은 바쁜 일상에 치여서 여유가 없어 하늘을 볼 시간이 없으신 것일 수도 있다”하셨다. 그 말을 들은 순간 부모님께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오늘은 달이 예쁘게 떴다는 말을 듣고 우연히 하늘을 보면서 나도 언제 하늘을 마지막으로 보았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 또한 그동안 여유가 없었나보다. 하늘을 잠깐 올려다보는 건 아주 작고 사소한 일로 크게 에너지를 써야하는 일은 아닌데 하늘을 볼 여유조차 없다니. 사실 시간적인 여유가 아니라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시험 기간엔 답답하고 힘든 마음에 누가 툭 치면 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바쁠 때에는 할 일에 치여 숨 돌릴 틈도 없이 하루를 마무리하기 일쑤였다. 날 위해 해주는 뾰족한 말 화살들은 화살표가 되어 나에게 방향을 알려주긴 커녕, 날 찔러 아프게 했다. 나는 항상 이런 마음들을 다 안아가며 살아갔다. 부족한 나 자신을 탓하고 채찍질 하는 것이 날 위한 거라고 생각했다. 시험이 며칠 안 남은 날 공부를 하고 집에 가는 길에 가로등 한개만 켜져 있는 놀이터 그네에 잠시 앉았다. 난 도망치고 싶을 때나 생각이 많을 때 아무도 없는 깜깜한 놀이터 그네에 앉아 노래를 들으며 생각을 정리한다. 그날도 어김없이 그네에 앉아 생각을 하던 중 문득 하늘을 올려다봤다. 그 순간이었다. 내가 묵혀둔 모든 감정들이 하늘을 향해 팡! 하고 터져 흩뿌려졌다. 속이 깨끗하게 비워진 기분을 느꼈다. 
뻥 뚫리고 높은 하늘에 떠 있는 구름과 예쁜 하늘의 색을 보면 쌓였던 것들이 하늘 위로 팡! 하고 터져 없어지는 느낌이 든다. 비록 오늘은 깜깜한 하늘을 봤지만 밝은 달이 있으니 괜찮다. 달빛이 내 마음을 비춰준다. 

내일은 나에게 마지막 하늘을 언제 보았지? 라는 질문을 던지며 마음의 여유를 갖고 하늘을 올려다 볼 것이다. 사소한 일이지만 이것이 내 하루의 시작을 활기차게 해준다. 오늘은 오늘의 하늘을 마음에 간직하고, 내일은 내일의 하늘을 마음에 간직할 것이다. 

 

 

의정부 효자고 3학년 송하은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62호>에 실려 있습니다.

 

 

<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는 

  • '지역적 동네'뿐 아니라 '영역적 동네'로 확장하여 각각의 영역 속에 모여 사는 수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스토리와 그 속에서 형성되는 새로운 문명, 문화현상들을 동정적이고 창조적 비평과 함께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국내 유일한 동네신문입니다.
  • 일체의 광고를 싣지 않으며, 이 신문을 읽는 분들의 구좌제와 후원을 통해 발행되는 여러분의 동네신문입니다.

정기구독을 신청하시면  매월 댁으로 발송해드립니다.
    연락처 : 편집장 김미경 010-8781-6874
    1 구좌 : 2만원(1년동안 신문을 구독하실 수 있습니다.)
    예금주 : 김미경(동네신문)
    계   좌 : 국민은행 639001-01-509699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