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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귀한 황금은 그대

2023년 9월호(167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4. 3. 19.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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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철의 한국사칼럼 38]

 

가장 귀한 황금은 그대

 

익산 보석박물관에는 어떤 보석들이 전시되어 있을까. 혹시 선화가 서동에게 건넨 황금이나 서동이 쌓아둔 황금이 전시되어 있는 건 아닐까. 둘도 없는 절세미인 선화공주에 대해《삼국유사》에는 ‘짝할 수 없는 아름다움과 요염함(미염무쌍)美艶無雙’이라고 했다. 또 마를 캐는 한 소년이 한 나라의 공주를 아내로 맞이했으니 그 소년의 총명함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기록에는 ‘마음과 생각의 깊이를 측정하기 어려워 (기량난측)器量難測’이라고 했다.

선화를 꾀어낸 서동이 짐짓 앞으로의 호구책을 걱정하자 선화는 어머니 마야부인이 건네준 황금을 보여준다. 이것이면 평생 지낼 만하다고 하자 서동은 깜짝 놀란다. 이런 거라면 내가 마를 캐던 곳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고 했다. 서동과 선화공주는 많은 황금을 신라 진평왕에게 보내 인정을 받았다. 서동은 나중에 백제의 인심을 얻어 왕이 되었고, 둘은 옛일을 회상하며 익산에 미륵사를 창건하였다. 

사람들은 서동이 왕위에 오를 수 있었던 정치 경제적 배경으로 익산의 황금을 들곤 한다. 그래도 똑똑한 서동이 어떻게 사람들이 몹시 좋아하는 황금을 옆에 두고도 몰랐다는 구조로 이야기를 이끌어 갔는지는 의문이다. 나는 예전에 황금을 불성(佛性)으로 이해했다. 중생은 누구나 깨달을 수 있는 불성을 갖고 있으면서도 헛되이 다른 곳만 찾아다닌다는 비유가 아닐까라고 생각했다. 서동은 선화라는 미륵선화를 만나 자신이 잊고 있던 불성을 찾은 것으로 해석했다. 오늘은 달리 생각해본다. 서동이 황금을 알았다면 그는 모든 걸 얻게 된다. 모든 걸 얻은 자리에 사랑이란 자리가 들어갈 수 있을까? 대신 서동은 산처럼 쌓인 황금보다 더 귀한 그녀를 얻었다.

 

필진 조경철 교수

 

 

명협 조경철, 연세대학교 사학과 객원교수
한국사상사학회 회장
naraname2014@naver.com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67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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