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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결정하는 것은 기억이 아닌 행동!

뇌과학 & IT/IT & 뇌과학 스토리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7. 10. 1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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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 뇌과학 스토리 9]

나를 결정하는 것은 기억이 아닌 행동!

 

뇌와 기계의 연결
  평생을 딱딱하고 어두컴컴한 두개골 속에 갇혀 오로지 눈, 코, 입, 피부와 같은 감각을 의지해서 외부세계를 센싱하고 소통하는 것이 뇌가 하는 일입니다. 그렇지만 이런 뇌가 바로 ‘나’라는 존재를 형성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이런 인간의 뇌를 분석하기 위하여 다양한 연구와 시도가 있어왔지만 아직도 신비 중에서도 신비가 바로 뇌와 의식에 대한 해석과 규명입니다.
  최근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뉴럴링크’ Neural Link라는 회사를 설립했습니다. 이 회사가 연구하려는 기술은 살아있는 사람의 두개골을 열지 않고 액체상태의 전극을 뇌에 주사하여 ‘뉴럴 레이스’ neural lace라는 전극망을 형성한 후에 뇌신경들의 신호를 측정하여 뇌를 분석하고 뇌에 저장된 기억을 수정하는 방식입니다. 이것은 2015년 하버드 대학 찰스리버 교수팀에 의해 네이쳐 나노테크놀로지에 소개된 바 있습니다. 이는 영화 ‘공각기동대’나 ‘매트릭스’에서 볼 수 있는 뇌를 컴퓨터나 네트워크에 연결해서 정보를 입출력하는 하나의 기술입니다. 일론 머스크는 단기적으로는 이런 연구결과를 간질병이나 우울증과 같은 뇌질환 환자들의 치료목적으로 사용하려고 합니다. 그러면서 그는 궁극적으로는 ‘강한 인공지능’이 등장할 때 생길 위험에 대비한다는 다음과 같은 그럴듯한 이유를 제시하기는 합니다. ‘애완동물 고양이’와 같은 신세로 전락할 인간이 뇌와 연결된 컴퓨터의 도움으로 인간의 능력을 업그레이드하여 그 때를 대비하는 ‘인간과 기계의 공생’ 모델을 개발하기 위한 것이라는 거지요.

 

기억의 치료
  뇌에 컴퓨터(네트워크)를 연결해서 정보의 해석 및 입출력 제어가 가능해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요? 먼저는 ‘기억의 치료’가 가능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고령화시대로 접어들면서 사람들마다 공통된 고민이 ‘치매’입니다. 의학기술의 발달로 생명은 연장될 수 있어도 아직 뇌세포의 사멸로 인한 치매를 치료하지는 못하고 있으니까요. 우아하게 남은 생을 즐기고 싶지만 기억상실로 인해 자신이 누구인지 그리고 왜 사는지에 대한 의미의 상실로 이어져 비참하게 생을 마감할 수 있다는 두려움은 누구나 가지고 있습니다. 최근 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실험에서 기억정보의 수정이 가능함을 실험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심각한 문제는 기억 치료의 범위를 넘어 기억을 인위적으로 조작할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조작된 기억을 가진 나는 누구인가?
  영화 ‘공각기동대’ Ghost in the shell는 의식이 살아있는 뇌를 인공신체에 이식할 수 있는 시대를 배경으로 합니다. 주인공 ‘메이저’는 자신의 뇌를 새로운 인공신체에 이식받은 후, 오히려 의식 속에서 꿈틀거리는 불완전하면서도 불행했던 과거 기억 때문에 고통합니다. 그런데 의식만 사람일뿐 몸뚱아리는 기계와 같을 때 뇌는 과연 이런 자신을 인간으로 인식할까요? 영화가 후반부로 치달을 때 밝혀지는 놀라운 진실은 주인공을 고통스럽게 했던 기억들이 타인에 의해 악의의 목적으로 조작된 것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기억 속의 나를 진짜 자신으로 인식하고 살아오던 주인공은 한순간에 정체성의 혼란에 빠집니다. 주인공과 동일한 구조를 가진 반대편의 인물은 자신을 주인공처럼 만들려다 실패하자 쓰레기처럼 버린 인간들을 향해 처절한 복수극을 펼치기 위해 인간의 뇌를 연결한 네트워크를 이용하여 그 속으로 자신을 업로드시킨 겁니다. 언제든지 대상을 옮겨 다니며 복수하기 위함이겠죠. 결국 반대편 인물의 계획은 실패로 끝나고 주인공은 자신의 조작된 기억뿐 아니라 실제 기억을 되찾으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것으로 시청자들을 ‘휴!’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영화 말미에서 주인공은 “인간은 기억에 집착하지만 기억은 인간을 정의하지 못한다. 인간을 정의하는 것은 그 사람의 행동이다”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함으로 계속 생각하도록 시청자들을 유도합니다.

 

 

 

과거의 기억이 (현재의) 나를 결정한다?
  우리 뇌는 철저하게 ‘과거지향적’입니다. 어떤 사건을 경험하면 그 사건에서 가장 인상에 남는 요소들(시각, 후각, 청각, 촉각 등)에 감정에 버무려서 차곡차곡 (장기)기억 속에 보관합니다. 이후 새롭고 다양한 경험들을 접할 때에, 뇌는 가장 먼저 과거의 기억 속에서 유사한 패턴들을 불러냅니다. 과거의 정보를 기준으로 현재를 대응하기 위해서지요. 그렇기에 뇌에 심겨진 기억들이 인간의 현재의 행동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인간은 경험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런 기억이 많으니 결정에 안정감을 누리고 편안함을 느낍니다. 그만큼 익숙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과거의 기억은 현재를 만들어낸 원인은 제공했을지 몰라도,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결정적으로 좌우하지는 못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 특히나 감정적인 한국 사람들은 오히려 과거에 감정적으로 더 많이 매여 사는 것 같습니다. 불확실한 미래를 좀 더 밝고 확실한 미래로 만들기 위해 현재를 사용하기보다는 힘들었던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며 이왕 불확실한 미래이니 현재라도 즐겨야지 라는 단기적이고 편향된 사고로 행동한다는 거지요.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과거의 기억이 아니라 결국 현재의 나 자신입니다. 따라서 내가 작정하고 어떤 삶을 사느냐에 따라 나의 미래가 결정되며 또 내가 하는 행동에 따라 나의 정체성이 더 분명해지는 거지요.

 

연결된 뇌의 해킹은 정체성 상실 초래할 수도

  뇌와 컴퓨터(네트워크)를 연결할 때 생길 수 있는 가장 심각한 문제 중의 하나가 ‘기억의 해킹’입니다. 네트워크와 연결된 나의 뇌를 다른 누군가가 연결해서 기억을 왜곡하고 제어할 수 있게 된다면 과연 어떤 미래가 펼쳐질까요? 이것이 바로 영화 ‘공각기동대’에서 던지는 질문입니다. 조작된 기억을 가진 나는 결국 타인에 의해 조작된 기억을 가지고 타인의 목적을 위해 살아가는 맹목적 꼭두각시가 되지 않을까요? 인간 뇌의 네트워크 연결은 인간 존재성의 가장 심각한 위기인 정체성을 상실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겁니다.


이것 하나만 고민해봅시다!
  벌써부터 머리가 살짝 아파오지 않나요? “그러면 어떻게 하란 말이야?” 물론 이런 상황에 이르기까지 물론 시간이 아직 있습니다. 뇌에서 일어나는 신경의 신호들을 파악한다 할지라도 뇌신경간에 엄청나게 많은 신경들 간의 연결 속에서 주고받는 전기적 신호와 신경호르몬 활동들의 의미를 이해하고 파악하기에는 넘어야 할 의학적, 과학적, 기술적 산들이 아주 많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이런 물리적 난제를 해결한다 할지라도, 의식이란 과연 어디서 어떻게 생겨나며 물리적인 뇌와의 상관관계를 밝혀내기까지는 수많은 세월이 필요할 지도 모릅니다. 영원히 불가능할 수도 있고요.
  지금 당장은 적어도 할 수 있는 한가지만 시도해 봅시다. 현재의 나에게 지대한 영향을 주고 있고 나의 중심과 깊이 연결되어 있는 나의 과거가 여전히 현재의 나를 규정하며 나의 미래를 마치 결정된 것처럼 확정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반성을 해 보는 것 말입니다.

 

서울산업진흥원 연구원 추광재
iryatyahweh@gmail.com
010-9018-0225

 

이 글은 <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제 96호 >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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