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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태 성악가, 조수미 음악으로 자신과 세상을 품다!

예술/음악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8. 1. 27.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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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인 이야기]

모태 성악가, 조수미 음악으로 자신과 세상을 품다!


  무대 위에서는 누구보다도 화려하고 열정적인 공연을 보이고, 무대 아래서는 고통당하는 사람들과 동물들을 위해 눈물을 흘릴 줄 아는, 또 치매를 앓으시는 팔순의 어머니에게 매일매일 전화로 안부를 전하고 노래도 불러주는 친근한 딸로 살아가는 조수미씨의 이야기로 2017년 1월호를 시작합니다.



인생의 결정적 변화의 순간들
  선화예중, 예고를 다니면서 피아노와 성악 중에서 성악으로 길을 정한 것과 서울대 재학중에 이태리로 유학을 떠나 세계무대에 도전한 것, 이 두 가지가 성악가로서 제 인생의 길을 만든 결정적인 변화의 순간이었다고 생각됩니다. 그 후 국제무대에 데뷔하고 나서 지난 30년 동안은 제가 할 수 있는 클래식 음악과 영화음악, 대중가요 등 해보고 싶은 음악들에 계속 도전하면서 큰 줄기에서 벗어나지 않고 걸어왔구나 싶어요. 물론 늘 연주 여행을 다니면서 살아왔기에 지갑이나 짐 가방을 잃어버린다든지 기차를 놓치거나 비행기 때문에 고생을 했던 작은 위기의 순간들은 있었지만, 그런 어려움들은 제 인생을 뒤흔들어 놓지는 못했지요.

현재 가장 중요하게 관심을 갖는 것은 무엇인가요?
  여전히 열심히 무대를 다니며 연주를 하고 있는 제게는 음악과 그 음악을 연주하는 악기인 저 자신에게 늘 관심을 두고 충실하려고 합니다. 아직도 공부해보고 싶고 새롭게 표현해보고 싶은 음악들이 있기에, 저의 몸과 마음을 잘 돌보면서 가능한 오랫동안 제 목소리를 통해 많은 분들에게 아름다운 음악을 들려드리고 싶어요.
  또한 제가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와 지구라는 환경에 대해 늘 관심을 갖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연주계획이 잡히면 그 무대가 있는 도시와 나라에 대해 더 관심을 갖고 이곳저곳을 방문해 보기도 하지요. 어려서부터 동물을 좋아했는데, 제가 사랑하는 반려견들을 위한 활동이나 유니세프 활동 등의 사회공헌 활동들도 모두 그런 관심의 연장선에서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일 년 중, 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시간이 더 길지만 몸은 멀리 나가 있어도 우리나라의 소식에 늘 귀가 쫑긋해집니다. 


성악가로서 인생의 중반을 넘어가며 목소리의 한계를 어떻게 다루어가나요?
  성악가는 몸이 악기이기 때문에 저는 이미 오래 전부터, 그러니까 충분히 젊었을 때부터 제 몸과 목소리를 소중히 여기지 않으면 안 되었어요. 사실 입맛을 따라 아무거나 먹고 싶고 늘어져 쉬고 싶은 때도 많지만, 짜고 매운 감각적인 음식은 피하는 등 몸의 컨디션 관리에 주의하고 참 조심조심 살아왔지요. 또, 전 세계를 투어하며 무대에 서기 위해서 늘 운동을 게을리 하지 않고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나이가 들어가면서도 목소리의 ‘한계’라기 보다는 목소리의 ‘변화’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체력을 잘 유지하고 연륜과 함께 삶의 깊이를 더한 음악을 하고 싶습니다.

성악가의 길이 아니었다면 무슨 길을 걷고 있을까요?
  소녀 적에 저도 정말 꿈이 많았어요. 피아니스트, 간호사, 수의사 등등... 발레리나도 꿈꾸었었지요. 그렇지만 지금에 와서 아무리 생각해봐도 저는 음악가가 될 운명이었지 않나 생각합니다. 음악을 사랑하는 어머니의 영향으로 4살 때부터 피아노를 치며 음악 교육을 받았고, 어머니가 임신 사실을 알자마자 ‘마리아 칼라스’ 음반을 사서 하루 종일 들으셨으니, 뱃속에서부터 성악가로서 키워졌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겠죠. 최고의 피아니스트를 꿈꾸며 하루 8시간씩 피아노를 친 적도 있었는데, 결국 음악 외에 다른 길은 상상하기 어려웠을 것 같아요.

가정을 이루고 싶은 열망이 없었는지? 있었다면 어떻게 견뎌냈나요?
  제 또래의 사람들이 가정을 이루고 아이들을 낳아 기르는 것이 좋아 보이고 부러운 마음이 들었던 순간들은 물론 있었지요. 그렇지만 제가 가정을 이루고 싶다는 마음이 열망이라고까지 느껴져 견디기 괴로웠다거나 그것을 어떻게 이겨냈는지 기억되곤 하지는 않은 거 같아요. 저는 국제무대에 데뷔한 후, 지난 30년 동안 정말 부지런하게 헌신적으로 음악이라는 커다란 세상에서 매번 새로운 도전을 하고 성취하며 살아오느라 바빴습니다. 더 많은 무대에 서기 위해 멀리 여행 다니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고, 또 새로운 오페라를 하기 위해 늘 공부해야 할 것들을 쌓아 놓고 지냈지요. 참 열심히 살았어요. 음악을 사랑하고 무대를 사랑하는 마음이 컸기 때문에, 잠깐씩 찾아오는 외로움들을 이겨낼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음악을 통해 많은 친구들도 생겼고, 제 음악을 사랑해주시는 많은 분들의 힘도 컸던 것은 말할 필요도 없지요. 또한 제게 사랑을 주고 곁에 있어 준 반려견들 덕분에 혼자 집에서 시간을 보낼 때에는 큰 위로를 받았었지요.


꼭 음악가가 아니더라도 인생에 있어 가장 기억에 남는 스승은 누구인가요?
  인생에 있어 기억에 남는 스승들은 어느 한 분 빼놓을 수 없이 모두가 소중하고 감사한 분들입니다. 중·고등학교, 대학교, 유학시절 저를 지도해주신 선생님들 모두가 음악가로서의 제 모습에 영향을 끼치셨어요. 또한 학교를 떠나 막 프로 무대에 발을 디뎠을 때 만났던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Herbert von Karajan)선생님과의 시간은 참으로 오랫동안 지금까지도 생생하고 또 소중하게 기억되고 있습니다. 마치 자상한 할아버지처럼 대해 주시면서, 그 분은 제게 음악적 재능을 선물로 받아들이고 소중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것과, 좋은 음악을 하기 위해서 저 스스로를 위한 휴식과 헌신이 필요하다는 것을 가르쳐 주셨어요. 긴 시간 음악과 함께 해야하는 인생을 시작했던 제게는 등불과도 같은 가르침을 주신 거였죠.


음악을 하는 후배들이 아니더라도 우리나라 젊은이들을 향해 하고 싶은 말은?
  저의 젊은 시절을 돌이켜볼 때, 시대적 상황이나 배경은 다르지만 인생에서 이루고자 하는 꿈을 향한 열정은 어디서나 동일하게 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열정을 다한 삶을 살았을 때 후회할 일도 적어지는 것이라고, 각자의 꿈과 계획을 위해 새해에도 하루하루 열정을 가지고 살아가라고 부탁하고 싶어요. 어렸을 때 어머니가 저의 손을 잡고 늘 하신 던 말씀이 “너는 세계 최고가 되어야 한다”는 거였어요. 한국의 작은 동네에 사는 저에게 사실 꿈과 같은 이야기였지만 지금은 실제가 되었잖아요. 최고가 되는 목표를 가지고 열정적으로 하루하루를 만들어 간다면 하나된 세계 속에서 어딜 가나 인정받는 사람이 될 거라 생각해요.

외국생활을 많이 하며 그 속에서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은 어디에 두나요?
  처음에 유럽 무대에서 한국인 소프라노로 활동하면서 한국이라는 나라가 어디에 있는지 설명해야 하는 날들도 많이 있었어요. 그런데 저에게 동양의 작은 나라, 고유의 말과 글, 문화를 간직한 나라에서 태어나고 자랐다는 것에 대해 늘 자부심이 있었어요. 제가 노래하는 사람이라 그랬는지 우리 가곡의 노랫말과 시가 표현해내는 섬세한 아름다움에 늘 감탄하곤 했지요. 긴 역사를 지니고 고유한 문화를 지닌 한국인으로 또 한국의 여성으로 제가 소중히 여기고 아름답다고 느끼는 우리의 것들이 제 자부심의 원천이 되었다고 믿어요. 그래서 서양의 드레스가 아닌, 전통한복의 느낌을 살린 의상을 입고 공연도 하고, 언젠가부터 앵콜 무대뿐만 아니라 독창회의 본 프로그램에서도 한국 가곡을 부르는데 언어를 초월해서 외국 사람들도 그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을 보면 참으로 뿌듯합니다. ‘그리운 금강산’ 같은 가곡은 분단된 한국의 역사를 들려주고 노래하면, 외국인들이 더욱 감명 있게 듣곤 합니다.


이 글은 <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제 87호 >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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