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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샘바람 속에 피는 ‘변산바람 꽃’

2018년 3월호(제 101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8. 3. 17.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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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해설사 이야기 18]

꽃샘바람 속에 피는 ‘변산바람 꽃’


  인간들은 조그마한 변화에도 호들갑을 떨며 떠들썩거리기 일쑤인데, 한파에도 움츠러들지 않고 물이 오른 푸른 가지를 흔들며 등산객들에게 봄소식을 알려 주는 나무들을 보면 자연의 숭고함에 머리가 숙여집니다. 어느 등산가는 산이 거기 있어 오른다고 했지만 저는 삶을 배우기 위해 산에 오릅니다. 


  요즘처럼 몽니 궂은 시누이 같은 꽃샘바람이 불어도 계절의 변화를 알려주는 꽃 중에 ‘바람꽃’이 있습니다. 바람꽃은 전 세계에 분포되어 있는 꽃이에요. 나라마다, 지역마다 다양한 종류의 바람꽃들이 자생하고 있는데요. 바람처럼 피었다가 바람처럼 지고 마는 속성 때문에 바람꽃으로 명명되지 않았을까 필자는 생각해 봅니다.


  우리나라에 서식하고 있는 바람꽃의 종류는 꿩의바람꽃, 홀아비바람꽃, 너도바람꽃, 세바람꽃, 만주바람꽃, 변산바람꽃 등 다양합니다. ‘변산바람꽃’은 우리나라에서만 자생하고 있는 야생화입니다. 한국의 특산종으로 알려진 이 꽃은 1993년 전북대 선병륜 교수가 변산반도에서 발견하여 한국의 특산종으로 학술지에 발표한 후, 꽃의 발견지인 변산의 이름을 따서 부르게 되었답니다. 


< 변산바람꽃 >


  변산바람꽃은 너도바람꽃속(屬)의 식물로 비교적 늦게 발견되었습니다.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지만, 일찍 피는 까닭에 들꽃 애호가들로부터 사랑받는 꽃 중의 하나랍니다. 변산바람꽃은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풀이며 주로 흰색 꽃을 피웁니다. 2월말부터 한두 송이씩 피는 변산바람꽃은 일주일 정도 군락을 이루어 핍니다. 변산바람꽃이 질 무렵이 되면 꿩의바람꽃이 올라옵니다. 


  이른 봄에 피는 대부분의 꽃들이 악조건인 환경에서 종족번식을 위하여 축적된 에너지로 꽃을 먼저 피웁니다. 변산바람꽃 역시 꽃을 먼저 피워 올려 바람으로 씨앗을 사방으로 날려 보내지요.


  서해안 풍도는 바람꽃의 전시장입니다. 변산바람꽃뿐만 아니라 여러 종류의 바람꽃들이 서로 미모를 겨루며 피어나기 때문에 봄나들이 삼아 다녀오는 것도 의미 있을 듯합니다.


< 꿩의바람꽃 >


  덧없음을 상징하는 바람꽃은 그리스어 (Anemos, 바람)로부터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작고 앙증맞은 바람꽃이 유럽에서는 ‘아네모네’로 불리고 있습니다. 물론 꽃모양과 크기도 우리나라의 바람꽃과는 다릅니다. 절화용(切花用)으로 농가에서 재배하고 있는 아네모네는 꽃시장에서 2월이 되면 가장 많이 볼 수 있답니다. 


  바람꽃은 많은 전설을 가지고 있지만, 그 중 하나 그리스 신화속의 전설을 이야기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큐피트의 화살을 받은 여신 아프로디테가 미소년 아도니스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도니스는 사냥을 나갔다가 멧돼지에게 죽임을 당하게 되었어요. 아프로디테는 아도니스의 죽음을 매우 슬퍼하면서 그의 주검에 향기로운 넥타르(神酒)를 뿌렸습니다. 신주가 뿌려지자 아도니스의 피에 젖었던 노란 모래에서 거품이 일었고 잠시 후에는 핏빛 꽃이 피어났지요. 그러나 이 꽃은 꽃대가 연약하고 꽃잎이 얇은 까닭에 산들 바람만 불어도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그 후, 사람들은 이 꽃의 이름을 아네모네(바람꽃)라고 불렀답니다. 


시인, 숲해설사 장병연
bomnae59@hanmail.net

이 글은 <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제 101호 >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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