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여행에서  두고 온 풍경’  나윤찬 화가를  만나다

2018년 6월호(제104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8. 6. 2. 22:14

본문

‘여행에서 두고 온 풍경’ 나윤찬 화가를 만나다


나윤찬 화가를 만나기 위해 잊지 않고 꼭 챙겨야 할 것이 있었습니다. 그건 바로 나윤찬 화가 그린‘산토리니의 추억’연작 중 하나를 제가 모사한 것인데, 화가로부터 직접 평을 듣고자 했던 것이죠. 인터뷰하기 전, 두근거리는 맘으로 그림을 보여드리니“와~ 하는 탄성과 함께 구성을 새롭게 변형해서 잘했다는 칭찬과, 캔버스의 위쪽 꽃과 아래쪽 집이 따로 있는 느낌이니 색깔을 자연스럽게 연결시키면 좋겠다”는 조언을 들었지요.


                                                                                                        (여행에서 두고 온 풍경)

                                                                    

특별히‘여행에서 두고 온 풍경’으로 그림의 주제를 정한 이유가 있나요?

처음부터 이렇게 주제를 정한 것은 아니었어요. 예전에는 풍경, 나무, 바다, 꽃, 정물 등을 따로따로 그리거나 화가들의 책을 보고 그렸습니다. 그러다 캔버스의 넓은 면에 꽃, 바다, 구름을 두고, 한쪽에 집들을 그리면서 2007년 즈음 현재의 그림 형태를 가지게 되었고, 그림의 테마를 고민하다‘여행에서 두고 온 풍경’이라고 정하게 되었지요. 그렇다면 제가 생각하는‘여행’의 개념이 뭘까 궁금하시죠? 서울에서 태어나 7살에 시골로 가니 완전 다른 세상이더군요. 산들이 봄, 여름, 가을, 겨울마다 다른 옷들을 입고, 동네와 하늘의 구름, 단풍, 들꽃들이 펼쳐져 있는데 하나하나가 눈과 가슴에 들어왔습니다. 제가 감수성이 좀 남달랐나봅니다. 중학교 때부터 클래식 음악을 듣기 시작했고 시를 읽고 암송하는 것도 좋아했어요. 무엇보다도 그림을 좋아해 중·고등학교 때 미술부 활동을 했고, 대학에 가서 취미로라도 붓을 손에서 놓지 않았습니다. 그 후, 1971년부터 사회생활을 하며 해외여행을 자주 했었는데 유럽의 미술관, 그림들, 미술책들을 많이 보게 되었지요. 이때‘내가 모르는 세계에 들어가는 모든 것이 여행이 아니냐’는 생각을 했고, 넓은 의미에서 인생자체가 삶의 여행인 점을 착안해‘여행에서 두고 온 풍경’이라는 주제로 정했습니다. 사람들이 소설, 시, 음악으로 인생의 문제를 표현한다면 저는 그림으로 인생의 즐거움을 표현한거라 할 수 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제 머릿속에는 항상 그림이 있었습니다. 집에 오면 그림책을 보며 스케치하거나 시간만 되면 야외에서 그림을 그리고, 전시회와 미술관을 다녔는데, 그것이 지금까지 이어져 제 인생 자체가 그림과 함께한 즐거운 여행이 된 것 같습니다. 



40여 년 동안 무역업을 하다 현재 화가로 활동하시는데 지금까지 그림을 손에서 놓지 않게 하는 힘은 무엇인가요? 

저는 지금도‘나는 유명한 화가가 아니라 그림을 아주 좋아하는 사람이다’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그림만 그리면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하지만 알다시피 그 당시 부모님들은‘예술’하면 생활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많이 하셨죠. 그래서 상대에 진학했고, 졸업 후 거의 40년 가까이 무역 일을 하며 해외로 다니고 옷을 만들어 미국에 수출했습니다. 그런 중에도 그림을 계속 그리다보니 색깔에 대한 감각이 있어 옷을 직접 디자인 하기도 했는데, 무역회사를 다니며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제가 운동복을 수출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상으로 회사에서 65일간 세계여행을 할 수 있는‘월드라운드티켓’을 받았죠. 여행을 하며 안목도 넓힐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입니다. 1975년 당시에는 해외여행이 흔치 않았기에 여행일정을 직접 계획해 세계지도에서만 보던 외국을 처음 나가니 세상이 달라보였습니다. 마치 가려진 세계가 열려진 것처럼 말이죠. 이 여행은 돈으로도 환산 할 수 없는 엄청난 경험이 되었습니다. 루브르박물관, 고흐 미술관 등을 다니며 받은 감동이 제게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힘이 되었습니다. 그 이후로도 여행을 많이 다니면서 그림의 영감을 받았지요. 

 


나윤찬 화가님의 그림을 보며‘색감의 세상을 다시 열다’라는 표현을 하고 싶은데요. 과감하고, 원색 그대로의 맑고 투명한 색감을 선택하는 자유로움을 그림 속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정작 화가 자신은 어떤가요?

저는 혼자 그림을 공부했습니다.‘내 그림을 내 마음대로 못하면 누가 하나’라는 마음이 있었지요. 그래서 컬러 뿐 아니라 선도 자유롭고 과감하게 그립니다.‘잘 그려야지, 예쁘게 그려야지’가 아니라 나만의 방식대로 그리는 것이죠.

그런데 컬러를 자세히 보면 원색이지만, 약간씩 차이가 있습니다. 화가들 사이에서는‘색깔을 익힌다’라는 표현을 하는데요. 색깔이 튀지 않도록 아름답게 컬러를 표현하는 것입니다. 제가 많이 참고한 화가는 피카소, 마티스, 고갱이었죠. 이 세 사람은 원색 같은데 원색이 아닌, 그러면서 컬러의 조합이 있습니다. 보통 친화력이 있는 색깔들이 있는데 노란색, 주황색, 회색, 검정색 등이 잘 맞습니다. 이 안에 고동색, 보라색이 들어가면 튀는 것이죠. 저는 5~6가지 색을 쓰면서 서로 튀지 않도록 합니다. 

책을 보고 그림을 그릴 때, 만약 고흐작품이면 구성은 제가 자유롭게 하고 화가의 컬러를 가지고 공부를 하죠. 이럴 때 그림에 대한 감각이 생기게 되거든요. 마티스는 바나나라고 꼭 노란색, 사과라고 해서 꼭 빨간색일 필요는 없다고 했습니다. 하늘을 꼭 하늘색으로 칠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죠. 그래서 저는 초록색으로 하늘을 표현해 보았어요. 물론 주황색이 될 수도 있지요. 중요한 것은 그림을 그리기 전 전체 구성을 하고 컬러의 콤비네이션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생각하면서 계속 컬러의 새로운 조합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여러 작품들이 있지만,‘산토리니의 추억’그림 연작을 보며 묘한 평온함을 느꼈는데요. 이 작품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보통 사람들이 바다하면 수평선, 파도, 배, 바위, 일출, 석양, 갯벌 등을 그리게 되죠. 저는 나만의 구성을 가지고 바다를 그려야겠다고 생각해서 2014년 영국에 두 달 동안 머물며 베네치아를 거쳐 그리스‘산토리니’로 갔습니다.‘산토리니에 가면 너무 멋진 바다가 있을 거야’라는 생각과 몇 십장 바다풍경을 스케치하겠다는 야심 찬 꿈을 꾸었죠. 하루정도 머물면서 바닷가를 돌아보며 산토리니가 담긴 사진과 카드를 보았는데 파란지붕, 풍차, 흰 집 이런 상징적인 것만 그리더군요. 집에 와서 가만히 생각해보니 빈손인거죠. 저도 산토리니 풍경을 똑같이 그릴 수 있지만 그런 그림이 아닌, 바다의 고정적 이미지도 아닌 그림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어촌의 집에서 식구들이 모여 앉아 창문을 통해 불빛을 밝히며 지나가는 배를 보고 있는, 별과 달이 떠 있는 바다 풍경같은 새로운 그림을 구상했는데, 이것이‘산토리니 연작’입니다. 앞으로도 바다 그림인‘산토리니 추억’은 계속 이어가고 싶습니다. 사실 이 그림 안에는 어릴 적 추억이 녹아져 있습니다. 밤에 기차가 지나갈 때 뿜어내는 하얀 연기와 창밖으로 스며 나오는 기차안의 불빛이 밖에서 보는 저에게는 마치 이상향처럼 보였거든요. 기차가 배가 되었을 뿐, 그 안에 담긴 불빛은 동일한 것이죠.



만약 하루 일과를 마친 가운데 갑자기 손님이 찾아와 나윤찬 화가의 방문을 열고 들어선다면 어떤 모습을 볼 수 있을까요?

요즘 큰딸이 영국에서 잠시 들어와 있어요. 4살 난 손녀딸이‘하비’,‘하비’하며 저를 따라다니는데 아마 손녀딸과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거나 여러 미술잡지들을 보며 스크랩하는 모습, 화가들의 자서전이나 책을 보며 화가들이 이야기한 것들을 노트에 적고 이 말들을 곱씹으며 새롭게 아이디어를 얻거나 구상하는 모습,‘클래식카 또는 아르떼’음악방송을 듣거나, 여행 잡지를 읽고‘걸어서 세계 속으로’등의 여행프로를 보고 있는 모습들을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하하)


 

지금까지의 삶을 돌아보며 화가로서 본인이 가지는 의미는요?

제가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린 것은 1985년부터니까 30년이 넘어가네요. 학교 다닐 때야 철학책도 읽고 삶에 대해 고민도 많이 했지요. 그 때 읽었던 어느 철학가가 한 말이 생각납니다.“내면에서 말하는 대로 살고 싶은데 왜 이리 안될까?” 사실 내면에서 말하는 대로 살려면 내 안에 무엇이 있는지, 무엇을 가져야하는지, 내가 진짜 어떻게 살고 싶어하는지 많이 생각해야 합니다. 저는‘인생은 즐거워야 한다’라는 결론과 함께, 저의 즐거움인 그림을 통해 즐거움과 환희가 다른 사람에게 전달되어 같이 공감하는 것이 화가로서 갖는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제 그림의 장점은 사람들이 볼 때 불편해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미술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나 고도의 집중력을 가지지 않아도 정서적으로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친밀감이 있다는 것이죠. 


 

앞으로의 계획

지금 70세가 넘어가지만 건강하게 계속 그림을 그렸으면 합니다. 또한 그림 연구를 많이 하는 가운데 지금 이 단계에서 끝낼 것인지, 아니면 한 차원 다르게 그릴 것인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컬러도 여러 단계가 있듯이 그림도‘극사실부터 완전추상’까지 있는데, 지금보다 형태나 컬러를 단순하게 갈 것인지 등의 고민 말이죠. 유명한 화가들을 보면 추상화가 많거든요. 김창열,칸딘스키, 마크로스코 등을 들 수 있죠. 하지만 저는 완전 추상화로 가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그림을 살리면서 면(面)을 달리하고 색깔을 좀 더 단순하게 하려고 합니다. 작년에는 3~4회 정도 전시회를 열었는데 금년에는 전시회를 하지 않고, 변화된 그림들이 20~30점 정도 모여지면 내년 봄에 전시회를 열 예정입니다. 


 

고민을 해야 좋은 작품이 나온다며 겸손하게 웃으시는 나윤찬 화가의 얼굴에 그야말로 즐거움이 묻어났습니다. 이 즐거움이 그림에 그대로 반영되어 편안하고 친밀한 작품이 나오는 게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미술작품은 우리의 미적 감각을 자극해 아름다운 것들을 기억해나게 해주지만,‘여행에서 두고 온 풍경’작품을 감상할 때는, 여행지에 도착했을 때 찾아오는 그런 행복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는 나윤찬 화가의 말을 독자 여러분들에게 전합니다. 





나윤찬 화가 


연세대학교 상경대학 상학과 졸업

뉴욕 아트스튜던트리그 수업 / 개인전 및 초대전 14회

*개인전

2014 art space k (초대전)

2013 온 리 갤러리, 한가람아트 갤러리 (초대전)

2012 유중아트 센터, 가산화랑 (초대전)

*ART FAIR

2014 AAF SINGAPORE, F1 FIT BUILDING (SINGAPORE)

2014 ART COLLECTION IRAN (IRAN)

2014 AAF HONG KONG, H.K. CONVENTION CENTER (H.K)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04호>에 실려 있습니다.

<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는 

  • '지역적 동네'뿐 아니라 '영역적 동네'로 확장하여 각각의 영역 속에 모여 사는 수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스토리와 그 속에서 형성되는 새로운 문명, 문화현상들을 동정적이고 창조적 비평과 함께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국내 유일한 동네신문입니다.
  • 일체의 광고를 싣지 않으며, 이 신문을 읽는 분들의 구좌제와 후원을 통해 발행되는 여러분의 동네신문입니다.
  • 정기구독을 신청하시면 매월 댁으로 발송해드립니다. 

    연락처 : 편집장 김미경 010-8781-6874

    1 구좌 : 2만원(1년동안 신문을 구독하실 수 있습니다.)

    예금주 : 김미경(동네신문)

    계   좌 : 국민은행 639001-01-509699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