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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국문학도의 솔직 담백 이야기

2018년 6월호(제104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8. 6. 30.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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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준생 필살기]


세상을 보는 국문학도의 솔직 담백 이야기



Q.‘국어국문학과’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제가 청소년기 때에도‘인문학의 위기’라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유별나게 4차원이라는 이야기를 들어서인지, 청개구리처럼 인문학을 배우고 싶었습니다. 인문학이 재밌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초등학교 때는 지도(地圖)를 보며 많은 시간을 보냈는데 그 이후 우리나라의 현대 소설이나 시를 읽는 시간이 점차 늘었습니다. 그러면서 시인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어요. 백일장도 몇 번 나가봤고, 글을 조금씩 쓰면서 글 공부를 하고 싶은 마음에 국어국문학과에 진학하고 싶었습니다.


 중학교 3학년 때는 라디오DJ아나운서가 되는 것이 꿈이었어요. 그래서 대학을 가면 아나운서가 될 수 있을 거라 순진하게 생각했습니다. 물론 그 뒤로 외모에 자신이 없어 꿈을 포기했지만요. ‘생선’이라는 예명으로 활동하는, 라디오 작가가 쓴 에세이를 보면서 감동을 받은 적이 있어요. 라디오 방송을 만드는 사람들은 선한 영향을 사람들에게 전할 수 있고, 좋아하는 공부를 지속하면서 방송국에 취직하면 좋겠다 생각했지요. 

 책을 좋아해서‘문헌정보학과’와 ‘국어국문학과’사이에서 갈등하다 결국 원래부터 생각한 국어국문학과에 진학하기로 마음을 굳히고 서울살이를 선택했습니다. 


Q. 대학 입학 전 전공에 대한 기대와 4년간 전공공부를 한 이후, 생각 변화가 있다면 이유가 무엇인가요?

 

“인문대 졸업생의 90퍼센트가 논다”라는 의미의 ‘인구론’이 진리라고 생각될 만큼 취업이 어렵다는 것을 많이 느낍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인문학의 위기라는 말보다,‘우리나라 대학에 인문학이 존재할까?’, ‘나는 인문학을 배운 사람일까?’라는 질문을 자신에게 많이 하는 편입니다.


 4학년이 되었을 때, 학과 후배에게 전공을 바꾸라는 이야기를‘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한 적도 있었습니다. 인문학을 전공하는 사람들이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를 많이 보았기 때문에, 밥벌이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고 있었지요. “실패하더라도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말씀해주시는 교수님들의 응원도 있었지만, 피상적인 말처럼 들리는 요즘입니다.

 

글을 쓰는 사람이 꼭 문학 전공을 해야 하나 싶은 생각도 많이 해봤습니다. 의사출신이자 에세이스트인 남궁인 선생님 그리고, 심윤경 소설가는 분자생물학 박사 출신이고, 소설가 김영하도 경제학 박사로 다른 분야를 전공한 분들이 현업 작가로 활동하는 모습을 자주 봅니다. 


 그래서 학년이 올라갈수록 공부에 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됩니다. 어느새 문학 이외의 분야도 공부하고 싶다고 공상만 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좋아하는 미술 스타일이 초현실주의입니다. 그 중에서 마그리트나 몬드리안의 작품을 좋아하는데, 이들이 창작을 하는 과정을 보면서 많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 뒤로 자연스럽게 공간에 관해서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지요. 

 군대에서는 과학철학에 흥미를 가지고 더 욕심을 부린다면, 자연과학을 배워야겠다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복학 한 후에, 근로 장학을 하며 학교 밖에서 뵙는 여러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다시 공부에 관한 생각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확실히 느끼는 것은, 학교 밖 사람들이 국어국문학과를 바라보는 것과 마찬가지로, 제가 다니는 대학교의 단과대로써 인문대를 보는 시선은 대체로 인문대 혹은 국어국문학과가 ‘쓸모없다’는 쪽으로 기울어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기본적으로 국어국문학과를 다니고 있는 사람들의 전공에 관한 태도에는 자조적인 감상이 많습니다.

 

 저 역시도 그렇지만, 최근에 와서 그와 반대로 전공의 쓸모 여부에 관해서는 따지고 싶지 않은 마음도 한편에 있습니다. 필요하면 다른 전공을 더 공부하겠지만, 어쨌거나 가장 중요한 것은 ‘국어국문학 전공을 한’나 자신에 대한 존중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들어 특히나 공부를 하는 이유가 중요하지 않을까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자주 합니다.


Q. 전공과 나의 미래와는 어떤 연관이 있고, 또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요?


 제가 공부를 오래 하고 싶은 이유는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대학교에서 내가 원했던 국문학을 배웠기 때문입니다. 한 1년 정도는 백수로 지내려구요. 밥벌이를 위해 취업 준비를 하긴 하겠지만, 그 외 다른 것을 시도해보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공부를 하며 분명하게 느낀 점은 제 전공이 많은 곳에 쓰일 수 있지만, 대체로 무언가를 보조해주는 것들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당장 원하는 직업 분야에 뛰어들진 못하더라도, 공부를 더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전공이 아닌 분야들도 공부해보고 싶습니다. 특히나 자연과학은 재미가 많은 학문입니다. 고등학교를 문과로 정한 후에도 화학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물론 취미 수준에 그치겠지만, 그렇다치더라도 문학 전공자로서 다른 분야에 관해서도 흥미를 가지고 많은 생각을 해볼 가치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제가 전공한 국어국문학이‘섬’이 되기 쉬운 학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대학 인문역량 강화사업의 이름에 쓰인 ‘CORE’라는 의미처럼, 사회 핵심으로 자리할 학문이 인문학입니다. 하지만 당장의 돈벌이, 혹은 학업의 어려움 때문에 나와 상관이 없다고 여길수록, 처음 시작할때의 의미조차 쉽게 퇴색할 수 있는 학문 또한 인문학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인문학이 가지고 있는 본래의 의미 역시 잊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인문학 안에서도 철학적인 사유나, 역사에 관한 지식 등이 지금까지 해 온 문학 공부에 있어서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입니다. 어느 하나를 놓치거나, 균형이 맞지 않으면 안 될 거란 생각에 앞으로 더 열심히 공부 할 계획입니다. 


Q. 최근 조사에 따르면, 한국에서 가장 소득이 낮은 직업 1위가‘시인’이라고 합니다. 여기에 대한 견해나 사회에 대한 제안이 있다면?


 시인의 연소득이 500만원 정도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국어국문학과를 다닐 때부터 계속 들었던 말이라 크게 놀라지는 않았습니다. 

 시는 누구나 쓸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좋은 시도 누구나 쓸 수 있다고 믿습니다. 다만 사람들이 시를 쓸 때 너무 가볍게 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시가 재치있는 농담과 같지는 않다 생각합니다. 수업을 들으면서 읽었던 문학 이론서 중에 「영향에 대한 불안」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글을 쓰는 한 명의 작가는 기존에 존재하는 작품의 스타일에 영향을 받아 창작을 하고 그것이 새로운 스타일로 변화를 한다는 내용입니다. 


 한동안 유행했던 하상욱 작가의 ‘짧은 시’나, 개그맨 박명수의 ‘N행시’같은 것을 점점 따라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너무 비슷한 패턴으로 말과 글이 넘치다 보니 예전보다는 덜 재미있다고 느꼈습니다. 시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예전보다는 많아진 지금에, 역설적으로 시의 매력이 가장 떨어지는 시간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다르게 생각해보면 ‘충분히 재밌는 시들이 많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도 가져봅니다. 


 한편으로는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한 사유가 드러나는 시들이 많으면 좋겠습니다. ‘말이 너무 어려워도 문제지만, 말을 너무 쉽게 써도 문제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입니다. 기형도의 우울한 시와, 하상욱의 짧은 시가 사랑받은 이유도 모두 다 공감을 바탕으로 시인의 생각을 잘 읽을 수 있는 시라고 봤기 때문입니다.


 시집이 발행될 때, 한 편의 시집이 나오기까지 문턱이 낮아지는 사회가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아마존 킨들처럼 쉽게 책을 읽는 문화가 정착되는 편이 앞으로의 문학을 위해서 더 나은 길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문학 작품을 꼭 종이책으로 읽어야 한다는 선입견도 변했으면 합니다. 여러 작품을 편하게 인터넷으로 읽을 수 있고 그 중에서 좋은 글들을 오랫동안 간직하기 위해 종이책을 보는 방향으로 사람들의 생각이 바뀐다면, 지금의 한국 문학이 고리타분하거나 사람들에게 다가가기 어렵다는 선입견도 바뀔 수 있을 것입니다.



한양대학교 국어국문학과 4학년 임정완

rinajins@naver.com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04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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