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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보즈아~ 블록체인!

2018년 6월호(제104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8. 6. 28.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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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기술]

해보즈아~ 블록체인!


 '가즈아~ 비트코인' 지난해 하반기 이후 최고 유행어를 하나 꼽으라면 단연 ‘가즈아’입니다. 이는 ‘가자’라는 말을 좀 더 강조하기 위해 늘려 발음한 것을 그대로 표기한 것으로 자신이 투자한 가상화폐의 가치 상승을 염원하는 의미에서 사용한 것입니다.


 작년 한 해 비트코인의 가격이 말 그대로 미친듯이 올랐습니다. 2010년 5월 22일 비트코인으로 첫 거래가 이루어질 당시는 피자 한판을 사기 위해 5천 비트코인이 필요했습니다. 이를 올해 1월 비트코인의 시가로 환산하면 약 1,400억원짜리 피자를 먹은 것입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가상화폐 가격이 다른나라보다 많이 올라 김치프리미엄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는데요. 이는‘인생의 한방’을 노리는 우리나라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서울시민의 68%가 더 이상은‘개천에서 용난다’가 통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설문조사 결과처럼 자신의 노력과 실력으로 승부하기보다는 어떻게든 일확천금으로 자신의 흙수저를 금수저로 바꿔보려는 무모한 도박이었던 셈이지요. 하지만 우리가 정작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투기대상으로서의 비트코인이 아니라 그 비트코인을 탄생시킨‘블록체인’이라는 기술입니다.

 


 블록체인이란 사람들 사이의 거래를 기록해 놓은 장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말 그대로 여러 사람들의 거래 내역들을 모아서 하나의 블록으로 만들고, 계속 생겨나는 블록들을 자전거 체인처럼 하나의 체인으로 엮어 놓은 것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체인으로 연결된 블록 장부들을 여러사람이 다 같이 가지고 있습니다. 장부라는 단어가 익숙하지 않은가요? 예를 들면 우리가 가게에서 외상장부를 쓸 경우 그 장부는 장부를 쓴 저와 그 가게 주인만 가지고 있지만, 블록체인의 장부는 블록체인을 사용하며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이 동일한 장부를 가지고 있는, 그러한 분산장부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블록체인이 왜 생겨나게 된 걸까요?
 중고나라에서 사기당해본적 있으신가요?‘돈을 보냈는데 물건대신 벽돌이 왔네, 물건은 안보내고 연락도 없고 잠수탔네’등 온라인에서 1:1로 거래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습니다. 일면식도 없는 상대방을 믿을 수 없기에 물물교환하던 시대로 되돌아가서 직거래를 해야겠지요. 아니면 개인간 거래의 사기를 막기 위해 존재하는 에스크로 서비스*를 이용하며 중간업체에게 수수료를 내면서 물건을 거래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런 온라인의 1:1 물물교환을 중간 매개자 없이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바로 블록체인입니다. 어느 누구도 돈을 받고서 받지 않았다고 오리발을 내밀거나 거래사실을 속일 수 없습니다. 블록체인에는 모든 거래내역이 다 기록되고 그 기록들이 어느 한 사람의 컴퓨터가 아니라 블록체인을 사용하는 모든 사람의 컴퓨터에 다 저장되어 있기에 누군가 몰래 그 내역을 변경하거나 삭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민주주의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선거는 항상 부정선거 의혹으로 어느 나라나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블록체인으로 해결한 나라가 바로 북유럽의 소국(小國), ‘에스토니아’입니다. 에스토니아는 2014년부터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이레지던시(e-Residency)라는 전자시민권을 발급하고 있습니다. 전자서명에 대한 위변조를 막기 위해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것입니다. 그리고 투표 서비스에서 사용자 등록과 투표 내용을 블록체인으로 별도 관리해 보안성, 비용 절감, 신뢰성 등 효과를 거두고 있으며 유권자의 익명성 또한 보장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의 특성상 한번 투표를 하면 그 결과를 변경할 수 없고, 누구나 그 결과를 알 수 있으며, 암호화되어서 익명성도 보장되니 당연히 투표는 투명해지겠지요? 이 사례에서 알 수 있는 블록체인의 두 번째 장점은 거래내역이 블록체인에 기록될 때에는 거래 당사자만이 가진 디지털 비밀키가 있어야만 거래가 가능하기에 제3자가 거래 당자사인 척 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바로 이런 인증기능을 사용하는 것이 블록체인상에서의 투표입니다.

 

 지난 2018년 4월 23일 블록체인 중의 하나인 이더리움 블록체인에 아래와 같은 내용이 공개되었습니다.
저는 북경대에 재학 중인 위에신(岳昕)입니다. 지난 9일, 다른 7명의 학생들과 함께 대학 측에 성폭행 사건에 관한 정보공개청구서를 제출했습니다. 그러나 정보공개청구서의 제출 이후 학교 측으로부터“네가 졸업할 수 있을 것 같냐”,“엄마와 할머니가 네가 이러고 있는 것  아느냐”등 협박에 가까운 지속적인 압박과, 정보를 공개할 수 없다는 실망스러운 답변을 받았습니다. 23일 새벽 1시, 한 교직원 분이 저의 어머니와 함께 갑자기 기숙사에 찾아와 저의 핸드폰과 컴퓨터에 있는 정보 공개 청구서와 관련된 정보를 모두 삭제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어머니는 큰 충격을 받으신 상태고, 저는 이러한 학교의 대응에 화가 나, 다음의 다섯 가지 내용을 요구합니다.
(후략)
 과거 북경대학교에 재직했던 남성 교수가 여학생을 성폭행하여 끝내 자살에 이르게 했다는 혐의를 받아 소속된 대학에서 사임했던 사실이 있습니다. 그러나 대학 측은 학생들의 정보공개청구에도 불구하고 해당 교수의 사임사실을 제외한 나머지 정보를 일절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특히 웨이보, 위쳇 등의 대형 SNS 서비스와 북경대 게시판 등지에 공유되던 관련 글들이 빠르게 삭제되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누구나 볼 수 있는 공개 블록체인에 이 글이 등록된 이후로 이 내용은 그 누구도 변경하거나 삭제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블룸버그 테크놀로지에 따르면, 특히 북경대학교가 수 십 년간 중국 고위 간부를 배출한 점을 고려해볼 때 중국에서 권위에 대항하는 움직임이 표면으로 드러난 것은 굉장히 드문 사례라고 합니다. 중국이 자신만의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유지하기 위해 구글, 페이스북 등을 접속할 수 없도록 막으며 외부와의 접촉을 최대한 피하고 있지만 블록체인을 통해 곧 중국에도 자유의 바람이 불 날이 멀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것은 비단 중국뿐 아니라 이 세상의 모든 독재국가, 특히 우리의 북쪽에 외부와 완전히 단절되어 살아가는 북한도 완전히 개방될 날을 기대해봅니다. 이러한 일들이 가능한 것은 퍼블릭 블록체인의 특성 때문입니다. 블록체인은 블록체인상의 데이터 공개 범위에 따라 퍼블릭(public) 블록체인프라이빗(private) 블록체인으로 나눌 수 있는데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퍼블릭 블록체인의 장점을 이용서 위의 같이 독재국가의 검열에 저항하는 도구로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토지등록, 물류, 의료, 에너지 거래, 소셜미디어 분야에도 블록체인의 여러 장점들을 활용한 서비스가 활발히 개발되고 서비스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블록체인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만능열쇠일까요? 아직까지는 블록체인의 기술적인 한계들이 존재합니다. 블록체인은 국경의 제한없이 거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데, 그럴 경우 모든 거래가 다 블록에 저장되어야 하기에 시간이 흐를수록 블록의 양이 엄청나게 커질 것입니다. 하나의 체인에 모든 블록에 다 연결되어야 하니까요. 현재 비트코인 블록체인과 이더리움 블록체인의 데이터 용량은 수백기가바이트 수준입니다. 이 많은 데이터를 참여하는 모든 사람이 동일하게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은 분명 앞으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기존에는 거래내역에 관련된 정보를 중앙 기관 한 곳(예를 들면 은행)에만 저장하면 되기에 속도가 빠를 수 있었지만 지금은 여러 사람에게 모두 동일하게 저장되어야 하기에 아무래도 속도는 기존보다 느려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처리속도를 어떻게 빠르게 할 것인지? 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지금도 여러 대안들이 실제로 연구되고 있습니다.

2008년에 처음 비트코인을 시작으로 우리 사회에 알려지게 된 블록체인. 많은 장점을 가지고 현재 우리 사회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희망의 가능성이 보이지만 시행착오를 거치며 충분히 검증되기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합니다. 블록체인의 여러 장점들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블록체인을 도입하려 하고, 스타트업들이 ICO*를 통해 투자유치를 하려고 하지만 앞으로 블록체인이 우리 사회에 정말 유용한 기술로 완전히 자리잡기 위해서는 사회의 법과 제도가 뒷받침되는 것 또한 필요합니다.

 

 사람들은 블록체인에 대해 가상화폐, 스마트계약 플랫폼, 가상 거래플랫폼, 인증시스템, 가상 컴퓨팅 시스템, 심지어는 제2의 인터넷이라고까지 이야기합니다. 그만큼 그 가능성이 우리의 상상력을 초월할 정도이기 때문입니다. 이때까지 주식이나 부동산을 대신할 투기나 투자수단으로만 가상화폐를 생각해왔다면 이제는 블록체인 기술이 우리사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에 관심을 옮기는 것이 필요합니다. EU가 출범하면서 유럽 각 나라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경제가 통합되어졌듯 이젠 오대양 육대주의 경계가 허물어질 날이 블록체인을 통해 가능해질 것입니다. 이 혁신적인 기술이 우리 사회에 좋은 방향으로 안착되기 위해서는 사회 전반적인 관심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블록체인의 정확한 장점과 단점, 그리고 지금의 기술적인 한계와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들이 꾸준히 고민되어지고 극복되기 위해서는 인생 한방의 수단으로만 갖는 비트코인에 대한 싸구려 관심이 아니라 사회의 어두운 부분들을 블록체인으로 해결해보려는 다양한 시도와 지원이 함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주)엔오디비즈웨어 
연구원 이송아 
ssongahlee@gmail.com

 

 

* 에스크로 서비스 - 구매자의 결제대금을 제3자에게 예치하고 있다가 배송이 정상적으로 완료된 후 대금을 판매자에게 지급하는 거래안전장치.

* ICO - 가상화폐공개(Initial Coin Offering). 사업자가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폐 코인을 발행하고 이를 투자자들에게 판매해 자금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코인이 가상화폐 거래소에 상장되면 투자자들은 이를 사고 팔아 수익을 낼 수 있다.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04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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