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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과 자유'의 흔한 오류

2018년 6월호(제104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8. 6. 30.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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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들코리아 교육현장칼럼 14]

평등자유’의 흔한 오류


아이들에게 있어 자유와 평등이란 무엇일까요? 자녀들에게 자유와 평등을 어떻게 가르치나요? 많은 아이들은 ‘평등=공평’이라고, ‘자유=마음대로’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두 단어는 결코 쉽거나 단순하지 않은 개념이라 어릴 적부터 잘 이해 시켜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다음의 두 사례를 통해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면 그 결과가 좋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합니다.


 진희와 선희는 8살과 6살인 두 살 터울의 자매입니다. 두 자매는 사이가 무척 좋습니다. 언니 진희는 항상 동생을 챙기고 아끼며, 선희는 언니를 무척 잘 따릅니다. 좀처럼 싸우지도 않는 이 둘의 관계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이 자매가 각각 다른 공간에 있을 때 문제가 나타납니다. 진희는 남을 잘 이해하고 베푸는 것에 익숙합니다. 학교에서 친구들과도 잘 어울립니다. 하지만 진희는 항상 남에게 베풀고 이해한 것만큼 무언가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반드시 “내가 해 준만큼 받아야 한다”라는 생각이 강하지만 먼저 요구하거나, 받으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친구들이나 주변 사람에게 상처를 많이 받습니다. 

 동생 선희는 무척이나 똑똑합니다. 또래에 비해 말도 잘하고, 그리기, 읽기도 아주 잘 합니다. 그런데 “유치원에서 친구들이 나를 싫어해요”라는 말을 종종 합니다. 왜 그럴까요? 선희는 친구들 누군가가 무엇을 받으면 ‘나도 똑 같이 받아야 해’라는 생각이 무척 강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다른 친구가 분홍색 색종이를 받으면 나도 받아야 하고, 노란색 색연필을 친구가 쓰고 있으면 나도 꼭 써야 하는 것입니다. 대충 이해가 되시나요? 그렇습니다. 두 자매는 가정 내에서 부모님들에 의해 아주 공평하게 대우를 받고 있었습니다. 언니가 신발을 사면 동생도 신발을 사주고, 옷을 사거나, 장난감을 사더라도 꼭 함께 사주었습니다. 놀 때도 항상 같은 시간을 보장 받았습니다. 동생인 선희는 항상 그렇게 똑같은 대우를 받았던 것입니다. 그리고 진희는 동생과 놀아주고, 책도 읽어주고, 그림을 잘 그려주는 좋은 언니지만 꼭 이에 상응하는 대가를 부모님에게 받았습니다. 진희, 선희의 집은 정말 ‘공평한 가정’이라는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부모님들의 굉장한 노력으로 만들어낸 결과일 것입니다. 

 허나, 지나친 ‘공평’함은 아이들이 ‘나에 대한 대우’와 ‘내가 가져야 할 권리’의 구분을 모호하게 만들거나, 왜곡된 개념을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이로 인해 두 자매는 학교와 유치원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고 생각하고 상처를 받고 있습니다.



 영석이는 9살 외동아들입니다. 많은 한 자녀를 둔 가정에서 그렇듯이 아빠와 엄마의 사랑을 독차지 하고 있습니다. 영석이의 부모는 영석이가 태어나면서부터 아이의 앞날에 대해 매일 이야기하며 진지한 고민도 서로 나누었습니다. 주변의 많은 부모들이 아이들의 결정을 이해해 주지 않고 부모들의 시선과 생각으로 아이들의 자유를 억누르며 강요하는 것들을 보면서 “아이가 결정하는 모든 것을 존중하고, 지지해 주자”라고 영석이의 부모는 다짐을 했습니다. 이토록 험한 세상에서 누구의 결정과 판단을 의지하며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인생인지에 대해 영준이에게 매일 밥상머리에서부터 가르쳤고, 부모의 행동도 그렇게 영준이를 100% 지지하며 지원해 주었습니다. 허나, 이러한 자기 결정의 자유가 지금은 어떠한 조직에도 적응을 기피하는 아이로 만들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어린이 집, 유치원, 학원 등을 여느 가정처럼 보냈지만, 영준이는 채 석 달을 다니지 못하고 모두 그만 두고, 다른 곳으로 옮겨 다녀야만 했습니다. 조금이라도 마음에 들지 않아 다니기 싫다고 하면, 부모는 영락없이 그곳을 그만 두게 했던 것입니다. 그러면서 영준이는 점점 더 자신의 결정에 확신을 갖게 되었고,‘내 마음대로’라는 생각으로 그곳의 선생님들과 친구들을 대하며 생활을 했습니다. 친구들과 잦은 마찰을 일으키고, 선생님들의 말씀도 잘 듣지 않고, 언제든지 그만둬 버리겠다는 말을 서슴지 않던 영준이는 초등학교에 가서도 마찬가지로 행동을 했습니다. 하지만 초등학교는 기존의 학원들처럼 쉽게 그만 둘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영준이는 지금도 담임선생님과 돌봄 선생님을 많이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자기 결정을 위한 자유’에 대한 너무 이른 지원과 ‘자녀 사랑에 대한 완전한 평등’에 대해 두 부모들의 생각은 모두 자식들을 위한 지극한 사랑이었습니다. 위의 두 사례를 보더라도 부모들의 많은 인내와 결심이 필요한 결정이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편식하지 않고, 음식을 골고루 먹으며 건강하게 자라야 하는 것처럼, 여러 가지의 논리 중에서 특정한 한 두 가지의 논리가 옳다고 그 논리에 너무 치우치게 되면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을 아이들에게 알려 주어야 할 것입니다. ‘평등과 자유’란 그것을 누릴 수 있는 사람들이 반드시 가져야 할 책임과 의무, 규칙과 규정, 그리고 나보다 상대방을 먼저 우선하고 배려하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얻을 수 있는 권리인 것입니다. 우리가 잘 알다시피 완전한 평등의 주장은 ‘공산주의’가 될 것이며, 제약 없는 자유는‘방종’이 되고 힘 있는 자가 모든 것을 가져버리게 되는 ‘폭력의 시대’가 될 것입니다.


 대부분 형제가 없이 자라는 아이들이 누군가에게 양보를 하고, 나누어야 하며, 순서를 지키는 것을 어려워하고 있습니다. ‘평등과 자유’는 지금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의 가장 소중한 가치라고 생각하기에, 더욱 우리 아이들에게 그 소중한 가치를 알려줘야 하지 않을까요? 내가 가진 것과 남이 가진 것이 다를 수 있으며, 내가 하고자 하는 어떠한 행동도 보상을 바라지 않는 선의의 행동이고, 규칙과 책임을 먼저 생각하는 나의 결정이 진정한 ‘평등과 자유’라는 것을 아이들이 깨달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자유의 억압과 부당한 대우는 분명히 이 사회에서 없어져야 할 지독히 나쁜 적폐인 것이 분명합니다. 지금의 우리 사회를 보더라도‘자유와 억압’,‘평등과 불평등’사이의 경계는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것이 사실이며 나쁜 권력자들은 이러한 경계를 그들의 권력을 유지하고 키워나가데 이용하기도 합니다. 앞으로 이 나라의 주인이 되고 주축이 되어 살아갈 우리 아이들에게 ‘억압과 불평등의 경계’를 분명히 볼 수 있고 이에 저항하고 바꿔 나가고자 하는 의지를 가질 수 있는 지혜를 만들어 주어, 좀 더 올바르고 선량한 시민사회 속에서 ‘평등’과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평등과 자유’의 책임과 의무 중 중요한 하나일 것입니다. 


크래들코리아‘책읽어주는 도서관’조한상 부대표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일산로 197

일산스마트러닝센터(S.L.C.)2F

070-4610-1959/010-5388-0828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04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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