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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여행을 해보셨나요?(2)

여행/일본 규슈 공동체여행기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7. 6. 19.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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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여행을 해보셨나요?(2)

- 큐슈를 통한 일본여행 -

 

 


 직업여행
  ‘직업여행’(=‘현재여행’)을 시도한 것은 너무나 좋은 계획이었습니다. 미술관과 박물관을 찾는 일(나가사키 미술관, 원폭박물관, 나고야성 박물관 등)은 ‘과거여행’으로 탁월한 경험을 안겨주긴 했습니다. 그러나 ‘21세기 현재’ 일본에서 일어나는 사업이나 일하는 현장을 찾아 배우는 것은 더욱 놀라운 경험이었습니다. 우리 중에 농업하는 사람은 그들이 독특하게 ‘6차 산업’이라고 정의하고 운영하는 ‘슈슈팜’농장에 다녀왔습니다. 일본어도 제대로 모르는 가운데 하루를 내어 혼자서 무작정 찾아가 친절한 안내와 설명을 듣고 왔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현장이었으므로 정말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농업이 단순히 1차 산업(생산)이나 2차 산업(가공) 정도가 아니라, 교육, 관광 등의 다양한 일을 한꺼번에 하는 6차 산업의 방향으로 나가야 성공한다는 것을 선명하게 알게 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이어서 이 분은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며 외국인 회사에 다니다가 이런 현대적인 삶에 너무 회의를 느껴서 모든 도시적 삶을 뒤로 하고 이곳 큐슈에서 자연농을 일구는, 내성적인 보통 일본인과는 너무나 다른, 우리가 묶은 숙박 주인의 농사일도 도왔지요.
  그런데 이것보다 더 놀라운 것은 바로 서점의 새로운 기원을 열면서 일본 전역에 1400여개의 서점 망(직영은 200여 곳, 나머지는 연합체)을 가지고 있는 츠타야 서점의 사장인 마스다 무네야키와 다케오武雄시의 히와타시 시장이 의기투합하여 창조한 공간인 ‘시립도서관 겸 서점’을 현재 한국에서 다양한 영역에서 사업하는 남자들이 직접 보고 온 것입니다.(마스다 무네야키, [지적자본론, 모든 사람이 디자이너가 되는 미래], 2015) 공간배치를 얼마나 탁월하게 했는지, 들어가는 입구에 있는 넓은 공간을 차지하는 스타벅스(그리고 야외 테라스)와 서점(문구류도 판매)이 자연스럽게 이어져서, 서점과 도서관, 그리고 까페가 거의 구분되지 않았지요. 일단 문을 열고 들어가면 포근한 내 집 분위기가 나니 한 번 들어가면 오래 머물고 싶어지도록 모든 것을 섬세하게 배열한 점이 너무 훌륭했습니다. 사진을 찍지 못하게 해서 내부를 촬영하지 못하고 책만 사들고 온 것이 못내 아쉬웠지만 말입니다. 

 

대화여행
  또 ‘대화여행’은 돌아온 이후 앞으로 일본(인)에 대한 많은 내용들을 곱씹으면서 깊이 생각하도록 할 것 같습니다. 현지 일본인들과의 대화는 가장 중요한 목표의 하나로 삼았지요. 물론 일본어를 능숙하게 하는 우리 중의 한 사람을 중심으로 이 모든 여정을 시작할 수 있었지만, 평소에 영어를 강조해왔기 때문에 상대방이 영어가 되면 함께 영어로 대화 할 수 있었습니다. 도착한 첫날 오후, 한국에서 대학졸업 후 각고의 인내와 노력 끝에 나가사키 대학의 교수로 재직하고 7자녀를 둔 다둥이 아빠인 전병덕 교수님의 30여년 사셨던 일본에서의 삶에 대한 정말 솔직한 소개를 들은 후에, 저희는 용기를 얻어서 거침없이 질문하며 대화를 깊이 이어갔지요. 또 같이 오신 강성춘 민단民團대표와 유학생 대표와의 만남에서 한국과 일본의 끈이 결코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는 실제를 생생하게 보았습니다. 자신의 집 안에 우리를 직접 초대하여, 임진왜란을 강의하고 나고야성까지도 같이 동행하며 열정적 설명을 아끼지 않았던 후미요상은 첫날부터 우리를 감동시켰습니다. 그리고 도자기 마을 ‘아리타’有田에 동행하여 자세한 설명을 해준 유코상과 미국인 남편 스티브(전형적 미국인으로 자신은 결코 일본인이 될 수 없다는 나가사키대학의 영어교수)가 유머러스하게 아리타의 뒷 골목길로 우리를 인도하며 마을에 바로 붙어있는 공동묘지, 그리고 불교사찰과 신사가 마주하고 있는 특이한 모습도 보게 하면서 축제로 시끌벅적한 마을을 같이 걸어가며 나눈 대화는 매우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조선도공으로 임진왜란 때 일본에 끌려와서 일본 도자기의 도조陶祖가 된 이삼평의 14대손과의 대화는 비록 짧았지만 이분의 소박함, 진지함 그리고 역사를 대대로 이어가는 열정에 우리는 깊이 감동되었지요. 무엇보다 숙박주인인 유코상과 나눈 대화에 우리 모두는 솔직하고 거침이 없었습니다. 이 분은 우리 같은 타국인을, 대화에 소극적인 일본인에게 아주 적극적으로 연결해준, 우리를 위해서 잘 준비된 것 같은 정말 고마운 분이었습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히가시의 소노기 중학교에서 중학생 전체와 우리 모두가 한 시간의 수업 내내 같이 만나면서 손짓, 발짓, 한문쓰기 등을 총동원해서 나눈 대화였습니다.

 

교육여행
그래서 이번은 특별한 ‘교육여행’이 되었습니다. 소노기 중학생들이 한국어로 ‘환영합니다’ 등을 미리 써서 준비한 가운데 학교에서는 우리들이 학생들의 여러 수업을 돌면서 직접 참관하고 점심식사도 같이 할 수 있도록 해 주셨습니다. 이 모든 것도 숙박주인 유코상의 열정적 노력 덕분이었지요. 교장선생님과 교사들, 그리고 지역의 정/부 교육장까지 직접 와서 면담시간을 허락해 준 것은 정말 과분한 환대였습니다. 특히 교장선생님은 도쿄에서 청춘이 구만리 같은 한국청년(고 이수현씨)이 지하철에 뛰어들어 일본인을 구해낸 사진을 보여주며 감사를 전했는데, 우리의 가슴이 찡해졌지요. 또 우리는 미리 일본에 무비자 체류가 90일까지 가능하니, 이 기간 동안 우리 자녀들이 이 학생들과 함께 교육받기 위해 여기에 두고 오는, 과감하면서도 창의적 발상(?)까지 준비했더랬지요. 더불어 앞으로 소노기 중학생들이 한국에 오면 우리가 동일하게 한국어와 한국(문화)을 가르치려고 작정한 것은 당연하고요. 정부와 기관차원에서의 공식적 교류보다도 민간차원에서의 적극적 교류가 자연스럽게 먼저 이루어진다면, 한일관계가 훨씬 더 부드럽게 될 뿐 아니라, 학생들의 이런 놀라운 경험이 아시아의 미래 역사를 같이 만들어 나가는데 매우 중요한 밑거름이 된다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이번 4월에 갓 출간된, 만지면 여전히 ‘뜨거운’ 기운이 느껴질, 2권으로 된 저의 책을 학교에 선물로 남겨놓고, 한국어와 한국과 관련된 자료들을 앞으로 지속적으로 보내주기로 했습니다. 교육장님들과 교장선생님의 호의로 우리가 제의한 교차교육 계획이 받아들여지기를 지금도 간절히 바랍니다.

 

사후공부
그리고 미래를 향하여 이번 여행은 ‘사후공부’, ‘글쓰기’‘미래여행’, ‘2018 대만을 통한 중국여행’으로 이어지도록 했습니다. 먼저 우리 각자는 우리가 먹었던 일본음식(나가사키 짬뽕과 같은)에 대한 추억보다는, 일본(인)의 특별한 점에 대한 일종의 지속적 관심을 크고 분명하게 가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우리들 대부분은 일본과 우리가 가졌던 역사에 대해서 체험적 지식과 함께 더 깊이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즉 ‘사후공부’가 꼭 필요하다는 거지요. 예를 들면, 남자들은 유명한 일본 기업의 경영사례에 대해 사전에 미리 공부했지만, 사후에는 츠타야 서점과 다케오 시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공부하게 될 것 같습니다. 이런 공부가 단순한 글 읽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열매를 맺기 위해 여행 전부터 일차적으로 계획한 것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이번 여행을 마치면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2017년 6월호를‘공동체여행 특집’으로 꾸며서 우리 모두의 진솔한 경험과 깨달은 지혜를 총집결하는‘글쓰기’로 발행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지금 바로 쓴다면 여행에 대해서 약간은 거친 1차적 글쓰기가 되겠지만, 계속된 꾸준한 공부와 토론을 통해 일본(인)에 대한 더 성숙한 이해에 도달하는 지렛대가 되기를 바라는 거지요. 여행은 끝났지만 아직 계속되고 있는 겁니다. 또 앞으로 일본에서도 우리에게 여행을 오면 한국 특유의 환대를 보여주며 못 다한 아쉬운 대화를 이어가고자 합니다. 우리의 자녀들도 그들의 자녀들과 자연스러운 대화를 통해서 언어와 문화를 교류할 뿐 아니라, 장차는 성인이 될 이들의 손을 통해 프랑스와 독일처럼 공통교과서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하는 거지요. 그래서 이번 여행이 ‘미래여행’이 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번 여행에서 돌아오는 즉시, 내년 추석 즈음에 ‘2018 대만을 통한 중국여행’을 기획했습니다. 너무 넓고 크고 다양하고 먼 중국본토를 향한 여행이 힘들고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고, 대만이라는 창문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중국의 모든 것을 바라보는, 매우 특이한 여행을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판단에서 입니다. 한·중·일 세 나라가 유럽과 미국이 진정으로 부러워서 시샘할 정도로 화평하고 하나가 되는 이상은 꿈같은 이야기가 아니라, 가장 많이 피해를 보고 지리적으로 딱 한가운데 놓인 우리가 적극적으로 성취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통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닐까요?

 

아참, 여행 마지막 날인 5월 9일에 후미요상이 대한민국을 위해 걱정해 주는 것을 꼭 수행해야 했습니다. 이 영특한 할머니는 어떻게 알았는지 이 날이 대한민국 대통령 투표일인 것을 알고 “너희들 어떻게 투표할 거니?”라고 물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우리는 자신 있게 대답했지요. 우리가 했던 말대로 그날 도착하자마자 짐도 제대로 풀지 않은 채 의연하게 바로 투표장으로 직행했습니다. 비록 저는 이번 선거에서 누구를 선택할지 도무지 확신이 서지 않아, 많은 고민을 하며 무거운 발걸음을 재촉해야 했지만요.

 

 

행복한 동네문화 만들기 운동장(長) 송축복

segensong@gmail.com

 

이 글은 <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제 92호 >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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