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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우스와 참나무

2019년 2월호(제112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9. 3. 20.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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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해설사 이야기 27]

제우스와 참나무


제우스는 크로노스와 레아 사이에서 태어난 그리스 신화 속에 등장하는 신입니다. 어린 제우스는 신탁에 의해 자식을 잡아먹는 아버지 크로노스를 피해 도도나 지방에서 성장하게 되는데요, 다섯 자식을 남편에게 잡아먹힌 레아는 여섯 째 아들 제우스가 태어나자마자 아들 대신 돌을 크로노스에게 주었고 갓 태어난 제우스를 도도나 지방으로 보내 디오네 여신에게 양육을 위탁합니다. 

참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로 점을 치고 신탁을 내리는 여신 디오네는 참나무 가지 위에 요람을 만들어 제우스를 정성스럽게 양육합니다. 제우스는 참나무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잘 자랐고 전지전능한 신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되죠. 누구도 대항하지 못할 힘을 갖춘 제우스는 아버지 크로노스로부터, 형제들을 구출하고 올림포스의 12신 가운데 가장 으뜸이 됩니다. 참나무의 기운을 받고 자란 제우스였기에 그를 상징하는 나무도 바로 참나무입니다. 그리스의 아테네 사람들은 올리브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제우스신에게 제물로 참나무를 봉헌했다고 해요.


이런 전지전능한 신 제우스가 카사노바도 울고 갈 바람둥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헤라’라는 아리따운 여신을 부인으로 두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에 드는 여인이 있으면 상대가 신이든 인간이든 구별하지 않습니다. 변신의 귀재인 만큼 헤라의 눈을 피해 소로, 구름으로 다양한 모습으로 변신해서 많은 여인들을 취합니다. 그 바람에 제우스의 눈에 들었다는 이유로 불쌍한 여인들만 헤라에게 고난을 받습니다. 

그런데요, 참나무의 속성을 알고 나면 제우스의 주체할 수 없는 이러한 행동이 조금은 이해가 될 거예요. 참나무는 여섯 형제가 있습니다. 참나무 6형제는 잎과 열매, 껍질 등이 조금씩 달라요. 

잎이 커서 떡을 싸기 좋은 ‘떡갈나무’, 짚신에 깔았던 ‘신갈나무’, 임금님 수라상에 올랐던 도토리묵 ‘상수리나무’, 폭신폭신 코르크 마개를 만드는 ‘굴참나무’, 가을이면 고운단풍을 연출하는 ‘갈참나무’ 그리고 열매가 제일 작은 ‘졸참나무’가 형제들인데요. 우리는 이 나무 모두를 참나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참나무의 열매를 도토리라고 부르죠. 참나무들의 수분은 대부분 바람에 의해서 이루어지는데요, 그러다보니 교잡종(계통, 품종, 성질 따위가 다른 것끼리 교배하여 새롭게 생긴 품종)이 생기게 된답니다. 현재까지 연구된 바, 참나무만큼 교잡종이 심한 나무가 없다고 하는데요, 바람기 많은 참나무의 속성 때문에 생겨난 혼열 후손들은 청갈참, 갈졸참, 떡갈참, 동봉참나무 등으로 불린답니다. 한시도 바람 잘날 없는 참나무 요람에서 그들이 속삭이는 소리를 들으며 성장했던 제우스의 바람기는 어쩌면 당연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스 신화의 참나무는 크레타섬의 미궁 설계자 다이달로스 축제에도 등장하는 나무입니다. 참나무 숲에서 고기를 삶고, 그 냄새를 맡고 날아오는 까마귀를 지켜보다가, 까마귀가 고기를 물고 참나무가지에 앉으면 그 가지를 잘라 태우면서 다이달로스를 기렸다고 하는데요, 나무의 소리를 듣고 신탁을 하고 제물로 봉헌하였던 것을 보면 참나무를 매우 신성시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참나무는 우리나라 전역에 골고루 분포되어 있으며 위도에 따라 신갈나무, 상수리나무, 굴참나무 등이 집단을 이루어 서식하기도 합니다. 꽃은 암수 한 그루에서 피는데요, 도토리거위벌레를 비롯하여 많은 곤충과 동물들에게 열매와 잎을 제공해주는 마음이 넉넉한 나무입니다.

시인, 숲해설사 장병연
bomnae59@hanmail.net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12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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