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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3.1운동, 대한민국임시정부 100년을 맞이하여 ‘대한시대’를 제안합니다.

2019년 2월호(제112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9. 3. 20.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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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철의 역사칼럼 11]

2019년 3.1운동, 대한민국임시정부 100년을 맞이하여 ‘대한시대’를 제안합니다.

올 2019년은 3.1운동 100주년,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뜻 깊은 해입니다. 우리는 근 현대 이후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겼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대한민국임시정부를 거쳐 대한민국정부를 수립하고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만들어왔습니다. 또한 2019년은 고종 서거 100주년이기도 합니다.

고종에 대해서는 역사적 평가가 좋지 않지만 역사 속 마지막 왕들 가운데서는 나름 기울어 가는 나라를 다시 일으켜 세우려 했던 왕입니다. 또한 3.1운동이 널리 퍼질 수 있었던 배경에는 1919년에 서거한 고종을 추모하는 분위기도 한 몫 하였지요.


우리는 일제에게 나라를 빼앗긴 시기를 ‘일제강점기’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일제강점기를 세 시기로 나누어 무단통치기, 문화통치기, 전시체제기로 구분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시기 구분은 조선을 강제로 점령한 시기를 무단으로 통치한 시기, 문화로 통치한 시기, 전시체제에 편입시킨 시기 등으로 일제의 입장에서 명명한 것이지요. 나라를 빼앗겼으면 당연히 우리 입장에서 나라를 되찾으려고 하는 우리의 노력이 반영된 시기 구분으로 불러야 하지 않을까요? 보다 많은 논의가 필요하지만 일제강점기 대신‘일제저항기’등으로 부르면 어떨까요?

소위 ‘일제강점기’는 1910년부터 1945년까지입니다. 우리를 강제로 점령한 시기이지요. 그러나 우리는 온전한 나라를 다시 찾기 위해 1919년 대한민국임시정부를 세웠습니다. 1919년부터는 일제강점기가 아닌 대한민국임시정부라고 불러야 합니다. 대한민국임시정부의 하위 개념으로 ‘일제강점기’라고 쓸 수는 있겠네요. 그럼 대한민국임시정부는 1919년부터 언제까지일까요?


보통 1919년부터 1945년까지 대한민국임시정부라 부르고 1945~1948년을 미군정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 구석기 입구 연표에는 1919~1945년을 일제강점기, 1948년 이후를 대한민국이라고 부르고 있는데, 1945~1948년까지는 특별한 언급이 없는 것도 미군정 시기로 보아 그런 것 같습니다. 미군정은 대한민국임시정부를 공식적인 정부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임시정부의 구성원들은 해방 후 개인자격으로 귀국하였습니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은가요?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겼을 때도 우리는 대한민국임시정부라는 나라가 있었어요. 그런데 나라를 되찾은 1945년부터 미군정이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한민국임시정부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일제저항기’에 세운 대한민국임시정부는 누가 인정해줘서 정부가 된 것이 아닙니다. 미군정도 마찬가지지요. 미군정이 인정하지 않았다고 해서 우리가 이를 따를 필요는 없습니다.

실제로 1945년 귀국한 대한민국임시정부 요원들은 자신들의 대한민국임시정부를 정부로 자처했어요. 임시정부는 다른 형태의 정부를 자처한 여운형의 조선인민공화국과 합작정부의 구성을 시도하기도 했지요. 따라서 1945년부터 1948년까지도 당연히 대한민국임시정부시기로 봐야 합니다. 1948년 대한민국정부가 수립될 때 1919년부터 1948년까지 포함하여 대한민국정부수립 30주년이라고 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지요.


그럼 1910년부터 1919년까지는 무엇이라 불러야 할까요? 물론 ‘일제강점기’ 또는 ‘일제저항기’입니다. 그런데 1919년 3.1운동 때 부른 만세는 무슨 독립만세였을까요? 대한독립만세였을까요? 조선독립만세였을까요? 

정확한 통계는 나와 있지 않지만 반반 불렸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대한독립만세라고 불렀을 때 대한제국독립만세였을까요? 대한민국독립만세였을까요? 3.1운동 이후 대한민국임시정부가 수립되었으므로 만세 구호의 대한은 대한민국이었을 가능성도 있어요. 하지만 당시 사정을 고려하면 공화국의 ‘대한민국’은 일부 지식인이나 공화주의자들의 구호였을 것이고 일반 백성들의 대한구호는 대한제국이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3.1운동은 대한제국 고종 황제의 붕어 이후 치러진 장례 분위기에 고조된 측면도 없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아쉽게도 3.1운동으로 대한제국을 다시 되찾지는 못했지만 대한민국임시정부를 탄생시켰으므로 1910년부터 1919년까지를 대한제국기로 부를 수도 있겠네요.


대한민국이란 나라이름은 멀리 삼한의 한에서 유래했지만 가깝게는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대한민국에서 왔고,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대한이란 이름은 대한제국의 대한에서 왔습니다. 곧 대한제국의 대한이 임시정부에서 대한민국으로 받아들여졌고, 현 대한민국의 나라이름으로 정착된 것이지요. 사정이 이렇다면 대한제국-대한민국임시정부-대한민국-통일한국으로 이어지는 근현대의 흐름을‘대한시대’라는 시대의 큰 흐름 속에서 파악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기존 근현대사의 시기구분이 1897~1910년 대한제국, 1910~1945년 일제강점기, 1945~1948년 미군정기, 1948년~현재를 대한민국이라 구분했다면, 우리의 입장에서 1897~1919년 대한제국, 1919~1948년 대한민국임시정부, 1948년 이후를 대한민국으로 제안해 봅니다.


명협 조경철, 연세대학교 사학과 외래교수
나라이름역사연구소 소장
naraname2014@naver.com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12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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