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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차 없애기

2019년 2월호(제112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9. 4. 1.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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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간격 극복하기]

세대차 없애기

세대(世代, generation)는 ‘공통의 체험을 기반으로 하여 공통의 의식이나 풍속을 전개하는 일정폭의 연령층’을 말한다. 생물학적 관점에서 보면, 아이가 성장하여 부모의 일을 계승할 때까지의 기간이므로 대략 15~30년간을 표준으로 삼는다고 한다. 그러나 G.뤼멜린, O.로렌츠, A.콩트 등 사회학자들에 의해 일정 기간이라기보다 자연적인 연속과정이라고 보는 견해도 만만찮다. 

세대가 갖는 역사적 의미에 처음으로 주목한 사람은 독일의 W.딜타이였다. 감수성이 예민한 청년기에 어떤 큰 사건을 만나 그 사건의 강력한 영향을 받은 같은 시대의 사람들은 생각하고 느끼는 방식에서 다소 공통적인 데가 있고 행동양식도 공통적이라는 것이다. 한편 사회학자 K.만하임은 그의 저서「세대 문제(1928)」에서 인간이 역사적 사회적으로 공통되는 문제에 관계를 가짐으로써 서로 결합되고 서로 작용하는 집단적 힘을 갖게 된다고 사회학적 의미를 부여했다.

세대 간의 상황을 고려해 볼 때, 동시대상의 세대 수는 크게 청년(15~35세) 세대, 중장년(35~65세) 세대, 노년(65세 이상) 세대로 3등분할 수 있다. A.H.매슬로의 5단계 욕구설을 적용해 본다면, 청년 세대는 피교육과 진학, 취업활동 등 미성숙 과정에 놓인 세대로서 1, 2단계인 생리적 욕구, 안전 욕구에 강한 집착을 보인다. 중장년 세대는 직장 및 사회활동의 정점을 찍으며 3, 4단계인 소속감과 애정의 욕구, 존경의 욕구에 천착한다. 노년 세대는 한 시대를 살아온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마지막 5단계인 자아실현의 욕구, 즉 자기만족을 느끼려는 경향이 짙다. 세대차 혹은 세대갈등은 이런 세대 간의 이질적 상황이 빚어내는 욕구 차이에서 발생된다고 여겨진다. 단적인 예로 대학졸업 후 구직활동을 하고 있는 자녀는 누구보다도 자신의 불투명한 앞날에 대한 고민에 휩싸일 것이나, 이를 바라보는 부모의 입장은 못난 자식을 두었다는 자책감을 더 내세울지 모른다. 또 노후준비가 덜 된 노인에게 돈 한 푼 던져주고 자식노릇을 다한 것처럼 구는 장성한 자식이 있다면 늙은 부모는 하루라도 빨리 저세상으로 가야지 라고 여길지도 모른다. 이런 몰이해가 세대 간에 불신과 반목을 조장한다. 

앞서 A.콩트가 말한 대로 세대는 자연적인 연속과정으로 이어진다. 아이가 아버지가 되고 아버지가 할아버지가 되듯 말이다. 나는 젊은 시절에 펴낸 수필집에서 아버지의 무능함을 질타한 적이 있다. 얇은 월급봉투로 인해 어머니가 힘든 집장사로 가산을 충당했기 때문이다. 어느 덧 그때의 아버지 나이를 훌쩍 뛰어넘은 나이가 되다보니 평생 성실하고 우직하게 일해 오신 아버지의 노고를 충분히 이해하게 된다. 이렇듯 욕구 차이로 벌어지는 세대 갈등은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입장에 서면 쉽게 해결될 수 있다. 그러나 입장 차이를 이해하는 데는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요구된다. 당장에 대립하는 세대 간 갈등을 해소할 방법은 없을까. 나는 우선 3대가 함께 하는 ‘공동체 활동’을 권하고 싶다. 4년 전에 발족했던 인생이모작예비협동조합‘9988클럽’의 슬로건은‘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이다. 30세 이상 99세 이하의 청·중장·노년층이 한데 어울려 매주 농사를 짓고, 한 달에 한 번 강좌나 음악회를 열고, 함께 시민식당을 운영하고, 청소년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현대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P.드러커가 말년에 내놓은 해법도 바로 공동체였음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굳이 한 가지를 더 언급하자면 ‘균형감 쌓기’라고나 할까. 가장 모범적인 삶을 살다간 미국의 B.프랭클린은 꼭 지켜야할 14가지 덕목 중에 첫 번째를  ‘절제’(temperance)로 꼽았다. 월나라 재상 범려는 왕 구천이 오나라를 멸하자 “토끼를 잡고나면 사냥개를 삶아 먹을 것(兎死拘烹)”이라며 스스로 관복을 벗은 후 다른 나라에서 장사를 하여 큰돈을 벌지만 이 역시 다 나눠주며 백수를 누렸다. 화교(華僑)의 아버지로 숭앙받는 범려 또한 절제의 모범을 보여주었다. 

세대를 구분 짓는 체험이라는 잣대는 균형감각을 습득하는 데서 나온다. 간접체험을 해 볼 수 있는 가장 좋은 도구는 바로 책이라서 다양한 독서를 통해 삶의 균형감을 잃지 않도록 해야 한다. 끝으로 세대를 떠나 각자 인생 ‘멘토’를 모시고 살아야 한다. 내 인생 멘토는 북경대 부총장을 지내고 얼마 전 97세에 작고한 지셴린 교수이다. 70이 넘은 나이에 쓴「인생」이란 책에서 살면서 하지 말아야 할 3불(不)원칙을 밝혔다. ‘먹는 걸 가리지 않는다, 수군거리지 않는다, 빈둥거리지 않는다’이다. 나는 ‘감당 못할 짓은 하지 않는다’를 보태 4불(不)원칙을 지키려 노력하고 있다. 욕심 부리지 않고 비겁하지 않고 게으르지 않는 삶으로 일관한다면 무슨 다툼이 있겠는가.  


9988클럽 조합장 & 시민식당 밥시술시 신완섭

golgoda9988@naver.com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12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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