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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소리, 망치소리가 가장 행복한 집 짓는 여자 목수, 최문정!

2019년 6월호(116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9. 7. 21.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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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수 이야기]

 

새소리, 망치소리가 가장 행복한
집 짓는 여자 목수, 최문정!

 

다양한 영역 속에서 차별적인 시선과 한계를 극복하고 현장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습니다. 그중에 첫 번째로 만난 여자 목수 최문정 대표.
낮에는 하루 종일 일을 하고, 늦은 밤에는 홀로 작업실에서 가구들을 만들 때 목수의 일을 할 수 있다는 행복함과 감사함으로 가슴이 먹먹해진다는 목수 최문정 대표를 만나보았습니다.

 

목수를 하게 된 계기

대학교에서 기계체조를 하다 십자인대가 끊어지는 사고를 겪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재활치료가 쉽지 않아서 운동을 계속하기는 어렵다고 판단을 했어요. 그럼,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하다 예전부터 건축을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친환경적인 생태건축에 관심이 있어 자료를 찾아보다 ‘새벽을 여는 사람들’이란 곳을 알게 되어 무작정 찾아갔습니다. 방학을 이용해 한 달간 교육에 참석했는데 가자마자 커다란 엔진 톱을 손에 쥐어주니 덜컥 겁이 났습니다. 또 일은 어찌나 위험하고 힘들던지 하마터면 뛰쳐나올 뻔 했습니다. 그래도 체육교육학과 출신답게 기본적인 체력과 오기로 이를 악물고 했는데 점점 재밌어지고 한 달 후에는 최우수 학생으로 수료를 했습니다. 방학이 끝나고 학교로 돌아왔는데도 계속 톱 소리가 생각나고 집 짓는 꿈을 꾸었습니다. 대학 졸업 전 마지막 방학 때 다시 사수를 찾아가 돈을 받지 않아도 좋으니 일을 배울 수 있게 해달라고 했습니다. 사수가 선뜻 Okay! 싸인을 해주어 당장 집으로 돌아와 짐을 싸고 전북 무주로 내려가 합숙하며 현장에서 지내게 되었지요.

저는 길게, 멀리 보는 것은 잘 못하지만 이것 해야겠다 싶은 일은 바로바로 행동으로 옮기는 편입니다. 목수일도 처음부터 원대한 꿈을 꾼 것이 아니라 작은 호기심을 현실로 옮기는 실천을 통해서 지금까지 왔습니다.

사실 부모님께서는 막내딸이 막노동 현장에 막일 하러 간다고 생각하셔서 제가 목수가 되는 것을 심하게 반대를 하셨답니다. 그래서 난 재수도 하지 않고, 유학도 가지 않고 그동안 말썽도 피우지 않았으니 2년간만 제가 원하는 대로 마음껏 할 수 있게 해달라고 부모님과 협상을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여자 목수로 일한다는 것이 매스컴을 통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부모님은 저를 자랑스러워도 하셨지만, 현장에서 고생하는 모습을 TV로 보신 후 너무 가슴 아파하시며 속상해 하셨지요.
 
여자 목수로서 힘든 점

집 짓는 현장은 산이거나 공터이기 때문에 화장실이 잘 되어있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한여름 땡볕에서 일하면서도 화장실 때문에 물을 잘 마시지 못해서 방광염을 달고 살았어요. 또 남자들만 바글바글한 곳에 혼자 여자다 보니, 동네 사람들은 저를 가정부 취급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시골에서는 집 지을 때 가장 높은 곳에 올리는 나무인 상량목을 여자가 만지는 것을 부정 탄다고 할아버지들이 싫어하시기도 하셨죠. 그렇지만, 이 모든 수고가 하나도 불평으로 느껴지지 않을 만큼 너무나 즐거웠습니다. 일을 한참하다 보면 모든 소음이 다 조용해지고 새소리와 망치소리만 들릴 때가 있는데요. 이런 행복한 일을 돈을 받으면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큰 축복으로 느껴져 가슴이 벅차 먹먹해지기도 했습니다. 나무를 자를 때 대팻밥이 쌓이는 게 너무 예쁘고 향기로워서 바구니에 담아 방에 놓아두기도 했지요. 그래서 힘들고 어렵던 기억은 아예 없었습니다.
  
집을 지을 때 고려하는 가치

집을 지을 때 골조와 뼈대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얼마나 튼튼한지가 집의 내구성을 책임집니다. 그래서 정해진 예산으로 보이지 않는 곳에 신경을 쓰다 보니, 겉에 보이는 인테리어에 치중을 좀 덜하게 되는데, 사람들은 아무리 설명을 해드려도 보여지는 것에 따라 값어치를 따지니 너무 안타깝습니다. 이 가치를 지켜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제 사업을 하면서부터 절실히 깨닫습니다. 정석대로 제게 목수 일을 가르쳐 주셨던 도편수님(집 짓는 대목의 수장)이 그동안 얼마나 큰 소신을 가지고 일하신 분이었는지 생각도 많이 하고요. 현장에 있는 사람들끼리 우스갯소리로 말합니다. 반사기꾼이 되어야 돈을 벌고, 제대로 하면 망한다고요. 참 안타깝죠.
제가 집을 짓거나 올드문래 가게를 운영할 때 가장 고려하는 것이 친환경적인지, 지속가능성이 있는지 입니다. 일회용품 사용을 최소한으로 줄이려 하고, 헌집을 허물 때도 사용할 수 있는 목재는 최대한 살려 활용하고 꼭 필요한 것만 사려고 합니다. 오래 되었지만 가치 있는 물건들을 오래 쓰고 소중하게 다루는 것을 추구하다 보니 함께 일하시는 분들이 “최목수랑 같이 일하기 힘들어.”라는 말을 가끔 하십니다. 새로 사서 쓰는 게 경제적인 면에서는 더 쌀 수 있어도 넓은 차원에서 보면 쓸 수 있는 자원을 버리고 새로 만들어 쓰는 것이니 자연을 더 파괴하고 낭비하는 행위잖아요. 
그런데 저는 가치 있는 일을 한다지만, 누군가 함께 일하면서 금전적, 사회적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것은 사실 ‘무능’이라는 회의감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경을 생각하고 지속가능성을 고려해야 하니 사업이나 건축에서 고민이 너무 많습니다. (웃음)
  
실제 목수 일을 하면서 겪은 어려움

24살부터 시작한 목수일이 너무 재미있고 행복해서 오랫동안 쉬지 않고 일을 했습니다. 이런 저를 위해 세상을 보는 눈을 더 넓히고자 마지막 공사를 마치면 바로 유럽으로 떠날 계획을 세웠었죠.
그날은 집을 다 짓고 도배하는 날이었습니다. 도배만 마치면 공사가 다 끝나는 날이었는데 새벽에 불이 났다는 주민의 연락을 받았습니다. 정신없이 달려가 주민과 제가 먼저 불을 끄고 있는데 소방차가 달려왔습니다. 다음날 서울집으로 돌아가 여행 짐을 싸서 다음 주에 유럽으로 가기로 한 일정이었는데 모든 걸 접고 다시 복구공사에 들어갔습니다. 이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합니다. 
일 자체가 힘든 것보다 마음을 써서 해주는 일에 고마움을 모르고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들의 태도, 뭔가 더 받아내려고 하는 사람들과의 소통하는 어려움 등 일보다도 인간관계가 제일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어떤 분들은 길게는 6개월, 짧게는 3개월씩 저희와 하루 종일 함께 집을 지으면서 전우애 비슷한 돈독한 유대관계가 생기기도 합니다.

올드 문래를 시작한 이유

문래동에 있는 오래된 집을 개조하는 공사를 하러 왔다 우연히 올드문래 건물을 보게 됐습니다. 전형적인 일본 목조 양식으로 지어진 천정을 보고 한눈에 반했죠. 어떻게 하면 이 건물을 보존하고 사람들에게도 알릴 수 있을까 고민하다 올드문래 카페를 차리게 되었습니다. 이 건물은 일제 강점기 시절, 일본 관사로 쓰였던 건물이었는데 당시의 천정을 목재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원래는 일을 잠시 쉬고 유럽으로 여행을 가려고 했었는데 올드문래를 만난 후 여행을 접고 바로 공사를 시작했습니다. 제가 유럽여행과는 연이 없나 봐요. (웃음)

 


앞으로의 계획

첫째는, 새로운 집을 짓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하니 저는 오래된 집들을 보존하고 실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의미 있는 공간으로 보존만 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실제 사용할 수 있는 경제성 있는 공간으로의 역할을 한다면 더 좋겠고요. 올드문래를 운영하다 보니 오래된 공장이나 건축물 개조와 운영에 대한 총체적 의뢰가 많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앞으로 목수가 되고 싶은 사람들에게 최소한 엄두를 낼 수 있게 용기를 주는 사람이 되고 싶고 싶습니다. 어떻게 목수가 되었는지 제 이야기를 해드리면 다들 어려워하고 엄두를 못내더라고요.(웃음) 그래서 사람들이 만드는 일을 쉽게 시도하고 즐길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목수 최문정
올드문래 02-6316-4336
oldmullae@naver.com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16>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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