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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늘보 벽화를 그리며 얻은 작은 행복

2019년 6월호(116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9. 8. 5.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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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화 그리기]

나무늘보 벽화를 그리며 얻은 작은 행복

 

여기는 전라남도 신안군 자은도라는 섬에 있는 ‘나무늘보 펜션’ 입니다. 석 달 전까지만 해도 시간을 잘 맞춰 배를 타야 들어올 수 있었습니다. 올해 4월, 천사(1004)대교가 개통되면서 이제는 언제든지 자동차로 다리만 건너면 올 수 있는 곳이 되었죠.
나무늘보 펜션은 특이하게 농촌체험과 바다체험을 같이 할 수 있는 곳입니다. 이곳에서 농사를 지으며 정착한 나무늘보 주인장 부부는 농산물 직거래 하는 사람들이 머물 숙소를 짓는 것을 시작으로 지금의 펜션을 하게 되었습니다. 
펜션이 바닷가가 아니다보니 어떻게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추억을 선물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체험프로그램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양파체험, 마늘쫑 체험, 조개잡이, 낚시 체험 등 철에 따라 직접 수확한 농산물과 직접 잡은 수산물로 요리를 해먹는 재미도 쏠쏠할 것 같았습니다.


<행복한 동네문화 만들기 운동>의 식구들은 아름다운 섬에서 5월의 연휴를 보내러 내려갔다가 나무늘보 펜션의 포토존이 될 벽화를 그리는 아주 멋진 기회를 얻었습니다. 
맨 처음 벽화제안을 받았을 때 어떤 내용으로 그릴까 고민을 많이 했었죠. 나무늘보 펜션을 대표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질 포토존을 만드는 것이라 적잖게 부담도 되었습니다. ‘포토존 하면 생각나는 천사날개를 그릴까? 아니면 그네를 그려 사람들이 그네를 타는 것처럼 만들어 볼까?’ 이것저것 생각하다 그래도 펜션이름과 관련해  ‘나무늘보’ 를 등장시키는 것이 좋겠다고 결정했습니다. 어떤 모습의 나무늘보를 그려야 하나 고민하면서 나무늘보 펜션을 다녀온 사람들의 온라인 후기를 보다 보니 주인집 가족사진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엄마 아빠와 삼남매가 함께 찍은 사진인데, 순박한 모습들이 인상적이어서 나무늘보 가족을 그려야겠다고 생각했지요. 시안을 완성해서 펜션 사장님께 보내드렸더니 너무 마음에 들어하시는게 아니겠습니까? 시작부터 아주 기분 좋게 첫 발을 내디뎠습니다.

 


저희가 나무늘보펜션에서 머물렀던 시간은 2박 3일. 그것도 경기도 군포에서 전남 자은도까지 내려가느라 하루를 꼬박 보내고 실질적으로 벽화를 그릴 수 있는 시간은 그리 넉넉하지 않았습니다. 계절은 5월 초, 아직 봄이었지만 그늘하나 없는 땡볕에서 계속 벽에 그림을 그린다는 것이 만만치 않더군요. 하지만 나무늘보를 닮은 사장님 내외를 직접 뵙고 무엇보다 세 명의 자녀들을 만나서 대화를 해보니 벽화를 더욱 잘 그려드리고 싶은 마음에 붓질에 속도를 더했습니다. 물론 인터넷으로 보았던 가족사진과는 다르게 훌쩍 커버린 아이들의 모습에 처음엔 적잖게 당황도 했습니다. 새끼 나무늘보들을 너무 애기처럼 그려놓아 조금은 미안한 마음도 들더군요. 하지만 자신들의 모습이 들어간 벽화를 그린다는 것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보고있는 아이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며 그림을 그리자니 작은 행복감까지 들었습니다. 아이들에게는 자신들의 눈을 그릴 수 있는 기회도 주었죠. 본인이 화가가 된 기분이라며 너무 즐거워하던 아이들의 모습은 일상으로 돌아온 지금도 눈 앞에 아른거립니다.


벽화를 완성하기까지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그래도 함께 힘을 모아서 동료들과 같이 그림을 그리고, 벽화를 응원해 주는 나무늘보 가족들이 있었기에 기쁜 마음으로 작업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펜션을 찾는 손님들이 나무늘보처럼 여유롭고 편안하게 지내며 소중한 추억을 만들고 갔으면 좋겠다는 펜션 주인 부부의 바람처럼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벽화가 또 하나의 멋진 추억으로 간직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편집부 - 

나무늘보펜션   전남 신안군 자은도 / 010-9132-5459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16>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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