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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캣(copycat)의 나라가 중국이라고요?

2019년 6월호(116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9. 7. 21.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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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 스토리 12]

카피캣(copycat)의 나라가 중국이라고요?

 

디지털 감시모델의 씨앗을 뿌리다

 

지난 4월, 미 상원의원 2명이 마이크로소프트가 중국 정부의 감시기술 향상을 돕는 AI(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지능) 체계를 만들기 위해 중국 국방과학기술대학과 협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비난한 기사가 났었습니다. 이처럼 중국정부는 열성적으로 AI 기술을 활용하여 세계에서 가장 정교한 감시 체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이 체계는 중국 내 소수 민족이 거주하는 신장과 티베트 지역을 단속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DNA 표본 수집, 와이파이 네트워크 감시, 광범위한 얼굴 인식 카메라를 통해 얻은 데이터들은 통합된 데이터 분석 플랫폼에 연결되어 있습니다. 

중국이 AI 기술을 이용하는 방식은 비슷한 독재국가에 모델이 되고, 현재 중국 기업은 자신이 사용하는 기술을 전 세계에 활발하게 수출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새로운 기술은 정부에게 개인을 감시하고 추적할 수 있는 능력을 주었고, 심지어 민주 정부까지 이 기술을 남용하고 싶은 유혹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최근 중국기업이 AI 감시 기술을 최소 54개 국가에 수출했다는 사실도 밝혀졌습니다. 화웨이나 ZTE 같은 중국 기업은 파키스탄, 필리핀, 케냐에 광범위한 감시를 가능하게 하는 ‘스마트시티’를 만들고 있습니다. 화웨이는 필리핀의 보니파시오 글로벌 시티에 24시간 작동하는 고화질의 카메라를 공급해 ‘AI 보안 감시’를 가능하게 하고, 범죄를 발견하고 교통을 관리하는 데이터 애널리틱스 기술을 공급하였습니다. 하이크비전, 이투, 센스타임과 같은 기업은 최신 얼굴 인식 카메라를 싱가포르에 제공하고 있습니다. 싱가포르는 110,000개의 카메라가 부착된 가로등 기둥을 도시 국가 주변에 놓는 감시 프로그램을 설립하겠다고 발표하였습니다. 짐바브웨는 얼굴 인식에 사용될 국가 이미지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AI 감시체계의 수출은 인권에 대한 존중이 높지 않은 국가에서 더 큰 위험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높으며, 전 세계적인 감시의 씨앗을 뿌리는 행위가 될 수 있습니다. 

혁신의 선봉장이 된 카피캣 기업가들 


중국 기업들은 시장을 가장 중요시 합니다. 그들의 최종 목표는 돈을 버는 것이고,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어떤 제품이든 만들고, 어떤 사업모델이든 다 받아들이고, 어떤 사업에든 뛰어들 각오가 돼 있습니다. 기업가들에게 중요한 동기는 명예도 영광도 세상을 바꾸는 것도 아닙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부자가 되는 것입니다. 어떻게 부자가 되는지도 큰 문제는 아닙니다. 중국 스타트업이 돈만 밝힌다고 말할 수 있지만, 이런 그들의 행동에는 역사적, 문화적 뿌리가 있습니다. 수 천 년 동안 중국교육의 핵심은 과거제와 주입식 암기였습니다. 과거제를 통과하려면 고서를 달달 외워야했고, 엄격한 문장과 운율을 완벽하게 재현할 수 있어야 했습니다. 서구의 문화가 질문을 던져 진리를 탐구했다면, 고대 중국은 옛 성현의 말과 행동을 그대로 따르는 것이 지혜라고 가르쳤습니다. 즉, 있는 그대로 완벽하게 모방하는 것이 지혜를 터득하는 방법인 셈이죠. 현대 중국은 수세기동안 극심한 빈곤의 세월을 지나오면서 이런 모방의 문화에다 중국인 깊숙이 배어있는 결핍의 심리가 더해졌습니다. 지금은 폐지되었지만 ‘한자녀 정책’으로 인해 모든 희망을 아이 하나에 오롯이 걸었고, 그들에게 세상을 바꾸라고 말하지는 않았습니다. 단지 자신의 생존과 늙어서 기력이 없는 부모를 부양하기 위해 돈을 벌어야할 책임에 대해서 가르쳤습니다. 중국의 숨 가쁜 경제 발전 속에서도 그 결핍의 심리는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덩샤오핑의 시장중심 경쟁으로 넘어오면서 ‘우선은 몇몇 사람이 부자가 되게 해야 한다’라는 말에 조금이라도 늦으면 남들은 부자가 돼도 나는 여전히 가난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염려가 더욱 커져갔습니다.
이러한 중국의 문화적 잡탕이 만들어낸 모방 제품들은 오랫동안 실리콘밸리의 비웃음을 샀습니다. 혁신가라면 눈길조차 주지 않을 기상천외하고 형편없는 싸구려 복제품의 천국이 한동안 중국의 대명사였습니다. 하지만, 다들 혀를 차면서 한 가지 간과한 사실이 있습니다. 이런 카피캣의 세월동안 탄생시킨 결과물은 싸구려 제품만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무엇이든 복사해서라도 시장에서 물건을 팔아 생존하는 풀뿌리 기업가들이었습니다. 이들은 모방이 일상인, 세계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중국의 스타트업의 환경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터득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중국의 인터넷 혁명과 모바일 인터넷의 폭발적 성장을 발판삼아, AI라는 신기술의 막대한 힘을 누구보다 빨리 배움으로 중국을 AI를 위한 데이터 시대의 세계 최대 산유국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데이터시대의 사우디아라비아


힘든 일을 마다하지 않는 중국 테크기업가들은 중국이 AI시대를 주도할 수 있는 토대가 되고 있습니다. 음식 배달, 자동차 수리, 자전거 공유, 구멍가게에서의 물건 구입 등 잡다한 일까지 닥치는대로 하면서 중국을 데이터 시대의 사우디아라비아로 바꾸고 있습니다. AI 시대의 연료인 데이터가 산더미처럼 쌓여가는 중국은 미국을 추월하며 세계 최대 디지털 데이터 생산국이 되었습니다. 딥러닝 기술의 개발은 우리가 전문지식의 시대에서 데이터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평범한 엔지니어 한 사람이 방대한 데이터로 만든 알고리즘은 세계 최고 전문가가 적은 데이터로 만든 알고리즘보다 훨씬 정교할 수 있습니다. 중국은 미국과 이미 수년전부터 AI 인재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구글이 많이 앞서고 있지만 중국의 대기업들도 이에 질세라 전 세계 AI 인재들을 긁어모아 천문학적인 투자를 하고 있어 속단하기는 어렵습니다. AI의 패러다임을 바꾼 딥러닝과 같은 근본적 혁신은 자주 일어나지 않습니다. 딥러닝의 개발자들도 주류 연구자들이 무시하는 새로운 방식의 머신러닝 접근법에 집착하던 소수의 변두리 연구자들이었습니다. 언제 또 다시 이런 근본적 혁신이 등장할지 알 수 없지만, 현재로서는 AI 적용의 시대에 가깝다는 판단들을 하는 것 같습니다.

자율주행차의 경우를 보면, 중국의 정치문화에는 윤리적 문제들을 충분히 탐구하여 미래에 야기될 수 있는 사회적 이슈들에 대한 도덕적 합의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미국식 기대가 없습니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많은 사람의 목숨을 구한다는 더 큰 사회적 공익을 추구하는 것만으로도 기술을 이행하기에 충분한 이유가 되므로 부차적 문제나 복잡한 정치적 문제들은 차차 풀어나가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지침을 중국정부가 내리고 하위직 관료들은 무조건 그 명령을 따르는 중국식 경제개발계획은 AI 잠재력을 한껏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는 AI 실행의 시대에 유리하게 보입니다. 아직은 미국에 비하면 기술적 우위가 낮은 편이지만, 앞으로 5년 후면 미국도 능히 추월할 것을 심심찮게 전망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중국처럼 모방의 문화권에 속한 우리는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까요? 인터넷, 통신, 반도체, 자동차, 스마트폰 등 우리가 줄 곳 앞섰던 분야들이 차츰 추월당하면서 이제는 우리가 중국의 비즈니스 모델과 사업들을 기웃거리는 형국이 되고 있습니다. 
먼저는 중국의 한계를 명확히 보는 게 필요합니다. 인권과 개인정보보호가 완전히 무시된 기술 및 제품의 한계가 무엇인지, 빅데이터가 AI 시대에 서비스의 질을 좌우하지만 데이터 속에 내재된 바이어스(편견)는 무엇인지, 그리고 이런 서비스들이 과연 인간을 제대로 이해하고 만들어진 것인지, 무엇보다 중국정부의 용인 속에서 만들어진 기술과 제품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지 말입니다.
중국을 예전의 카피캣 천국으로만 생각하거나, 미국의 혁신 기술들을 찬양만 하고 있다면, 우리의 미래는 그들의 손에 달려 있겠지요. 

 

 

 

주식회사 첼렘 대표 추광재
calebchoo@tselem.kr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16>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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