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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공무원 ‘국가직’전환! 소방관과 시민 모두의 안전을 확보하는 시금석 되다

2020년 1월호(123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0. 1. 23.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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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공무원 ‘국가직’전환! 
소방관과 시민 모두의 안전을 확보하는 시금석 되다

“지역이 멀어서, 소방관 인력이 모자라서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없다면?”
“그 피해는 시민의 몫일까?” 
“시민의 생명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에 따라 차등 대우를 받아서는 안 된다!” 


그동안 많은 시민들과 소방관들은 소방관의 국가직 전환을 외쳐왔습니다. 2019년 5월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올라왔던 ‘소방공무원을 국가직으로 전환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은 사흘 만에 20만 명이 넘는 지지를 받기도 했습니다. 
2019년 11월 19일 소방공무원 국가직화 법안이 국회에 통과되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2020년 4월부터 시행될 예정입니다. 참으로 반가운 소식입니다. 소방관의 처우 격차를 줄이고 재난에 대한 국가의 역할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지요. 그동안 소방공무원의 신분은 지방직이었습니다. 이것은 지방자치단체장의 의지에 따라 장비와 인력이 달라진다는 의미이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갔습니다. 

2017년 12월 21일 15시 53분, 충청북도 제천시 00스포츠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29명이 사망하고, 36명이 부상을 입은 큰 피해가 있었습니다. 화재의 원인은 1층 주차장의 배관에 열선을 설치하는 작업을 하던 도중 천장 구조물에 불이 옮겨 붙었고, 그 천장 구조물이 차량으로 떨어져 불이 크게 확대되었습니다. 출동 소방대원들은 16시에 도착했으나, 1층의 차량과 LP가스통의 폭발 위험성 때문에 화재가 더 이상 번지지 않도록 화재진압을 하다가 16시 30분에 내부로 진입하였습니다. 출동 당일 119안전센터의 화재진압요원은 10명이었고, 구조대원 4명은 먼저 발생한 고드름 제거 현장에 출동했다가, 화재 현장 신고 후 20분 만에 도착했습니다. 인원이 턱없이 부족하고 장비도 열악했지요. 그래서 화재 및 구조 작전에 장애가 발생했습니다.

2018년 2월 3일 7시 56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불은 본관 3층 건물의 푸드코트 천장에서 시작되어 내부 덕트를 통해 천장으로 번졌고 화재로 인한 연기는 건물 7층까지 퍼졌습니다. 하지만 불은 2시간여 뒤인 오전 9시 59분에 완전히 진화되었고, 단 한 명의 사상자도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출동 소방대원들은 병원 측의 신속한 신고로 8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현장 출동대원 270명과 소방차량 80대가 긴급 출동했고 소방헬기까지 동원되었습니다. 

제천 스포츠센터화재와 서울 세브란스병원 화재의 차이점 
초기 화재에 출동한 ‘소방력’의 차이입니다. 이로 인해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는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한 겁니다. 2018년 12월 기준 시·도 소방관서 인력현황에서 서울 소방관은 7,002명, 충북소방관은 2,070명입니다. 서울 시민이 많고 화재도 훨씬 많이 나기 때문에 서울 소방관이 많은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최소 출동 소방력은 어느 곳이나 중요하기에 차이가 없어야 합니다. 화재진압출동의 핵심이 되는 것은 소방펌프차입니다. 소방펌프차(화재출동 주력소방차) 1대에 4명이 정원이라면 서울의 경우 4명 모두 충원되어 출동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충북의 경우 4명도 제대로 채우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러한 인원 부족은 결국 시민의 생명을 위협하게 됩니다. 만일 제천 스포츠센터 초기 출동인력이 충분했다면 원활한 구조 활동과 성공적인 화재진압이 이루어졌을 겁니다.

‘최선의 공격이 최선의 방어!’
저는 축구경기 보는 것을 무척 좋아합니다. 손흥민 선수나 국가대표 선수들의 축구경기를 보다보면, 옆 사람이 “공격해! 공격! 공격!” 큰 소리로 외칩니다. 축구에서 공격을 하면 수비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골을 많이 넣고 결국 승리할 수 있습니다. 소방관의 화재진압도 이와 유사한 면이 있습니다.

화재진압방식에는 공격적인 화재진압과 수비적인(방어적인) 화재진압 방식이 있습니다. 공격적인 화재진압은 초기 강력한 소방력(소방인력과 장비)으로 화재를 단숨에 제압하여 소중한 생명과 재산피해를 줄이는 일입니다. 방어적인 화재진압은 화세(火勢, 불이 타오르는 기세)가 커서 지금의 소방력으로 화재를 진압할 수 없어, 우선 화재가 더 이상 다른 곳으로 번지지 않도록 방어하고 화세(火勢)가 잦아들면 그 때 진압하는 방법입니다. 
제천 스포츠 화재에서 우세한 소방력이 있었다면 단숨에 화재를 제압했을 것입니다. 서울 병원화재처럼 초기 많은 소방관들의 공격적인 화재진압이 가능했을 테니까요. 그러나 소방관 인력이 부족했기에 방어적인 화재진압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생명은 지역과 소방인력에 따라 경중이 있을 수 없다!’
화재나 재난 현장에서 인력 부족으로 시민의 생명을 구할 수 없는 일이 대한민국에서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았으면 합니다. 지금까지 소방관은 ‘지방직’이라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에 따라 인력충원이 결정되었지만, 이번 소방관 ‘국가직’ 전환으로 고른 인력충원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국가직 전환에서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신분은 국가직으로 전환되었으나 인사권과 지휘권은 지방직일 때와 같이 시도지사가 그대로 행사합니다. 재정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같이 부담하고요. 
하지만 앞으로 100% 국가가 재정을 부담하게 될 거라 기대해 봅니다. 완전한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이 아니라는 현실의 벽을 느끼지만, 소방관들은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제대로 지킬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에 힘을 얻고 있습니다.

저는 소방관입니다. 출동할 때마다 응원해주시는 시민들을 종종 만납니다. 출동 후 소방서로 돌아오면서 이렇듯 다짐을 합니다. 
“소방관을 응원해주시는 시민들의 기대에 부응하자! 오늘 하루도 최선을 다하는 대한민국의 멋진 소방관이 되자!” 

 

박승균 소방관(소방관심리상담사)
varadori@naver.com

 

이 글은<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23>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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