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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동안 한국의 전통창호를 만들어 오고 있는 ‘태광창호’

2020년 1월호(123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0. 1. 21.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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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스토리]

50년 동안 한국의 
전통창호를 만들어 오고 있는 ‘태광창호’

학생기자로써 인터뷰를 위해 전통 있는 가게들을 찾아보다, 전통창호를 50년째 만들어 오고 있는 ‘태광창호’를 알게 되었습니다. 전통창호는 요즘 일반 집에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데 어떻게 사업을 지금까지 이어오실 수 있었는지 궁금했고, 모든 작업을 수작업으로 하신다는 것을 알게 되어 인터뷰를 부탁했습니다. 흔쾌히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찾아갔을 때, 난로 위의 군고구마와 함께 저를 따뜻하게 반겨주셨습니다.

이 일을 언제부터 하셨나요?
15살부터 했지. 원래 나는 대목이 하고 싶었어. 대목은 기둥 하나 모양내서 박기만 하면 되니까 덩치만 크지 일은 되게 간단하거든. 하지만 일을 오래 하신 분들은 젊은 사람들은 하지 말라고 해. 대목은 집안에 돈을 해서 보내지만, 가정을 잘 챙기지 못하거든.
열댓 살 먹은 애가 하고 싶은 게 있어도 할 수 있나? 그때는 뭐 할 게 없었어. 요즘처럼 직업이 많이 있던 때도 아니었거든. 이것도 밥 먹여준다고 해서 배운 거고, 종일 일하고 밥 세 그릇 얻어먹는 거였어. 그리고 이 일은 공부를 안 해도 할 수 있었어. 옛날에는 제대로 공부해서 이거 배운 사람은 하나도 없었어. 다 현장에서 보고 배우고 계속하면서 자동적으로 몸에 익고 알게 되는 거였지. 

그러면 대목, 소목하시는 분들은 모두 창호를 만들 수 있는 건가요?
창호는 그냥 할 수 없어. 다 배워야 해. 소목장하는 사람들, 그러니까 가구 만드는 사람들은 창호는 만들지 못해. 대목하는 사람들도 창호는 못해. 창호는 따로 전문적인 기술이야. 창호는 10년을 해도 어려워. 할 때마다 달라. 다 배웠는가 싶으면 또 모르는 게 생기거든. 그래서 현장을 가서 많이 보고 노하우가 있어야 해. 내 동기들은 하다가 현장 목수로 빠져버리는 경우가 많았지. 현장 목수를 하면 바로바로 돈을 벌 수 있거든. 그런데 창호는 만들면 이 사람 저 사람, 잘 짰냐 못 짰냐 말이 많아.

전통창호의 매력은 뭔가요?
전통문짝은 창호지가 붙어있어서 실내 습도가 항상 일정하게 유지되어 좋아. 또 빛이 일반 투명유리보다 한지에 비쳐서 차분하고 아늑하게 만들어주거든. 그래서 창호지를 붙여 놓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집안 분위기가 따뜻해져. 이게 한지만의 매력이기도 하지. 

문짝은 어떻게 만들어지나요?
전통적인 방법은 못을 하나도 안 박고 홈을 파서 다 끼워. 양쪽에 맞구멍을 2개씩 내서 짜면, 굉장히 견고해. 못 박는 것보다 훨씬. 그래서 이게 힘들어도 홈을 파서 만들어진 것이 10년, 20년 더 가지.
원래 문짝은 소나무밖에 안 써. 옛날에는 태백산 줄기, 춘양면에서 나오는 게 가장 좋다고 해서 ‘춘향목’이라고 했거든. 우리가 젊었을 때만 해도 기름이 좔좔 흘렀었어. 그리고 여름에 감벌한 나무는 못써. 나무는 초봄부터 자기가 살려고 물을 많이 흡수해. 그러면 나무가 물을 잔뜩 머금고 있어. 근데 가을쯤 되면 물을 다 땅으로 내려버려. 겨울에 얼어 죽지 않으려고. 그래서 12월부터 1월까지 이때 벌목하는 나무가 최고 좋아. 나무가 강하고, 물을 전부 다 빼버렸으니까 잘 마르는 거지. 근데 여름에 벤 나무는 물을 한껏 머금고 있는 거라 아무리 말려도 제대로 안 말라. 그래서 이 나무는 건조장에 들어가서 말려야 해. 옛날에는 2년, 3년씩 햇빛에 말렸어.
  
한국 나무와 외국 나무의 차이가 있나요?
나무는 햇빛을 따라 돌아가는 습성이 있어서 해랑 똑같이 돌아. 옛날에 우리나라 소나무로 짠 문짝은 항상 왼쪽으로 돌아가게 짜. 돌아가는 힘이 있어서 나중에 혼자 점점 오른쪽으로 돌아가거든. 근데 요즘 수입나무는 그렇지 않지. 식당에 있는 통나무식탁은 뉴질랜드산으로 거의 써. 제일 싸거든. 그런데 이런 나무는 대문짝이나 창호를 못 짜. 가만히 나눠도 저절로 휘어지거든. 그래서 쓸데가 없으니까 탁자를 만드는 거야. 

지금까지 일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일이 있으신가요?
원목에다가 색을 바를 수는 있는데, 한옥은 원래 나무색이 보이게 투명하게 칠해. 옛날에는 할머니들이 시간도 많고 잠도 없어서, 헝겊에다가 콩을 넣어 마루를 문지르면 반질반질하게 됐거든. 내가 한의원 문짝을 짜준 적이 있는데, “사장님 뭐를 발라야 해요?”라고 묻길래 “들기름이나 콩기름 만들어서 바르세요.”라고 했지. 근데 3개월이 있다가 난리가 났다고 전화가 와서 가봤지. 가니까 기름 공장에서 기름을 짜다가 콩기름을 바른 거야. 그러니까 얼룩이 지고 창호지에 다 배어 나오는 거지. 그리고 비가 오면 썩은 냄새가 나. “사장님이 시킨 대로 콩기름 발랐는데 뭔일이래.”라고 하길래 “그게 아니고요. 콩을 찌어서 헝겊에 싸서 문질러야지요. 콩기름을 이렇게 냄새나게 바르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라고 했지.(웃음) 기름을 짜다 바를지 누가 알았겠어. 원래 들깨도 찌어서 헝겊에 싸서 문지르거든. 그러면 거기서 기름이 나와. 그걸로 문지르는 거거든. 근데 이게 금방 윤기가 나는 게 아니야. 한 10년 정도 계속 문지르고 문질러야 반질반질하게 되지. 

일하시면서 어려운 점은 뭔가요?
어렵다기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우리가 쓰는 전문적인 용어가 다 일본말이야. 나무로 문짝을 짜면 일본말로는 가무니, 시키, 다데(기둥), 나가사 이러거든. 근데 우리나라 말로는 옆으로 가는 나무는 ‘옆으로 가는 거’, 기둥 나무는 ‘서는 거’, 나가사는 ‘중간에 가는 거’, 이렇게 말해야 하거든. 다른 말이 있을 텐데, 일제 36년 되면서 우리나라 말 전수가 다 없어져 버린 거야. 모든 게 일본말로 되어있어서 처음에 들어왔을 때는 아무것도 못 알아들었어. 그래서 전부 다 노트에 적어서 외웠지.

요즘은 사람들이 전통창호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데 어떻게 하고 계신가요? 
이것도 사업이니까, 전통방식은 아니어도 인테리어업자들이 오면 만들어주기도 해. 못도 박아서 만들고 말이야. 그 사람들은 전통 개념은 없어. 모양만 좋고 싸게 해주면 되니까. 하지만 그 사람들을 무시할 수 없는 게 그 사람들이 밥줄이거든. 어떤 사람은 “나무가 왜 색이 달라요? 똑같이 해주세요”라고 해. “2년,  3년 쓰면 색이 다 똑같습니다.”하면, “아니요. 새로 짜주세요. ”이래. 이런 사람들이 요구하는 것은 그냥 필름을 붙여야지. 대한민국에 똑같은 색의 나무가 어딨어. 나무 따라 색이 다 틀리고, 나무가 동서남북 색이 다 다르고 위아래 색이 다 다른데, 똑같은 나무라도 색이 다 똑같을 수는 없어. 한옥은 색이 달라도 같은 나무만 쓰면 되거든. 
일반 큰 공장에서도 아주 전통으로 창호를 짜는 것은 우리한테 보내. 일반전통창호를 짜는 거는 자기들이 하는데, 전부 다 구멍을 파서 짜 맞춤을 해달라고 하면 자기들이 안 해.

지금 배우고 있는 제자가 있나요?
없어. 자식들한테도 안 가르쳐. 지금이니까 방송에 나오고 그러지, 옛날에는 ‘목수양반’하며 양반 소리를 들었어도 천민이었거든. 기술자 직업은 우리나라에서 아직도 선입견이 있어 안 시키지. 그래도 10년 정도 배우다가. 3년 정도 혼자 일하는 사람이 딱 한 명 있어. 기본적인 지식 같은 거는 다 책보고 공부하더라고. 우리 전통 기술을 따르는 것은 굉장히 끈기가 있어야 해. 

 

 

문화재를 재건하는 일을 해보신 적 있으세요?
문화재청에서 우리 같은 사람은 안 써. 다 인맥으로 하는 거야. 그러니까 제대로 만드는지도 모르고 자기들끼리 만드는 거지. 외국은 이런 문화재들을 재건할 때 다 민간인들이 볼 수 있게 공개하는데, 우리나라는 다 숨기고, 가리고 아무도 못 들어가게 해. 문짝 해 놓은 거 보면 열불이 나. 일반 사람들은 보면 하나도 모르지. 그냥 겉보기에 예쁘게 보이기만 하니까. 근데 다 엉망으로 해놨거든. 나무의 위아래도 모르고. 그래서 안타깝지. 나무를 다룰 수 있는 사람을 써야 하는데 말이야.

앞으로 해보고 싶은 일이 있으신가요?
옛날에 한옥 지으러 다니면서 산을 많이 다녔는데 산이 좋더라고. 그래서 산악가이드를 한번 해보고 싶어 몇 년 동안 책을 들고 다니면서 공부했지. 산악가이드를 하려면 그래도 산을 많이 다녀야 하고, 주민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야 해. 소백산이나 치악산이나 이런 큰 산, 작은 산들도 그렇고 다 노트에 메모하고 여기가 어딘지 지리에 대해 알아야 하거든. 영어도 좀 알아야 하고. 그런데 요즘은 체력이 달려서 쉬고 있어. 
“학생들에게 강의해 달라고 하는데, 내가 말재주가 없어서 못 해. 뭐든지 하려면 기초적인 학교를 나와야 하는데 그러질 않아서 말이야.” 만나자마자 이런 이야기를 하셨지만, 인터뷰를 시작하자 눈빛이 달라지셨습니다. 너무 오랫동안 일을 해서 지칠 때도 있었다고 하셨죠. 하지만 그만큼 쌓인 연륜과 내공은 따라올 사람이 몇 없다며 자신감 있게 이야기 하시던 배성기 사장님이셨습니다.

 

태광창호 대표 배성기
010-3817-3095, 031-761-3095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학생기자 고3 한수정
hansujeong0112@gmail.com

 

이 글은<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23>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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