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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백년을 살짝 넘긴 친구에게 쓰는 편지

2020년 6월호(128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0. 8. 2.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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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세대가 자기 세대에게(하는 교훈)]

반백년을 살짝 
넘긴 친구에게 쓰는 편지

 

사진출처-서울앤

친구야,
나이 오십이면 하늘의 뜻을 안다(知天命)라며 공자가 말했는데, 막상 오십 줄을 넘겨보니 그 말에 살짝 의심이 간다. 공자가 사기꾼이던지 아님 내가 무능하던지. 많은 성공과 실패의 경험으로 뭔가 깨달은 듯 여기저기 인생훈수도 두어보지만, 스스로 판단컨데 여전히 한치 앞도 몰라 우왕좌왕 안절부절한 내 모습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누가, 아니 인생의 의미가 뭔데?라고 물으면 한없이 작아지는 나 자신을 보며, 평생 하늘의 뜻은 찾지 않고 도대체 뭘 찾느라 그리 열심히 살았는지 싶다.


친구야, 
이 나이되도록 가족 위해 살신성인하느라 고생 많았다. 자기 의사는 살짝 접어두고 마누라, 자식 위해 복지부동하며 보냈을 수많은 시간들. 궂은 날 슬픈 날도 마다않고 신주단지 모셔놓은 듯 뻔질나게 출퇴근하며, 아프다 핑계하며 농땡이 한번 제대로 펴보지 못한 인생이었으리라. 정말 수고했다!!


친구야, 
너나 나나 4차산업혁명 기술 덕에 앞으로 백살까지는 살지 싶다. 전반 50년 잘~ 뛰었다. 남은 후반전은 가족을 넘어 더 가치있는 보석 같은 인생 한번 살아보자! 곧 죽으면 흙으로 갈 인생인데, 뭔들 못하리.
우리가 경험한 50년은 누구도 예견하지 못한 세상이었다. 심지어 미래학자들조차도 뻥쟁이로 만들어 버렸지. 컴퓨터와 인터넷이 세상을 이토록 바꿔놓을지 몰랐고, 스마트폰과 SNS가 우리 삶을 이렇게 묶어놓을지 예상조차 하지 못했지. 그러니 한가하게 시골가서 전원생활이나 하겠다는 생각은 일찌감치 접는 게 좋을꺼야. 그렇다고 ‘기승전 치킨집’이나 하겠다는 대책 없는 소리랑 할 생각도 말어. 


친구야, 
영화 <인턴>의 로버트 드니로 같은 후반전을 살아보면 어떨까? 반평생 차곡차곡 쌓아온 나만의 값진 경험을 장롱 속에 몰래 꼬불쳐두고 죽을 때 가져갈 것처럼 인색하게 굴지말자. 후세대를 위해 값없이 아낌없이 몽땅 퍼주고 가자. 
우리같이 어리석은 실패 말라고. 우리보다 더 과감하고 현명하라고! 쪼잔한 태도 버리고 우주를 품을 수 있는 깊고 넓은 마음 가지라고 말야! 오지랖 넓다는 소리 좀 들으면 어때. 원래 인간이란 게 본능적으로 누구의 조언을 거부하는 본성이 있는 걸 어쩌겠어. 그러니 그런 소리 듣더라도 좀 참자. 언젠가는 이런 숭고한 뜻 알아차릴 날이 오지 않겠니. 


친구야, 
후반전 인생이 불안하다고 쓸데없이 친구끼리 뭉쳐 다니지 말자. 
너나 나나 비슷한 인생끼리 모이면 할 얘기 뻔하지 않니?
어차피 몇 년에 한 번 씩은 경조사로 보게 되니까 서로 보고 싶어도 그때까지 좀 참자. 
대신에 후반 인생을 값지게 할 스승을 찾자. 우리가 경험한 세상은 경험하지 못한 세상과 비교하면 점과 같겠지. 그러니 책 속에서, 역사 속에서 그런 세상을 경험하게 할 스승을 찾자. 그들이 자신들의 시대 속에서 추구했던 가치는 무엇이었는지 찾아보자. 그러다 발견한 진주들을 보고 싶은 친구들과 마주할 때, 바로 그때 꺼내놓고 주저리주저리 나눠보자. 


친구야, 
공짜는 절대 절대 거부하자!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건 우리가 더 잘 알지 않니? 
차라리 내가 가진 것이 너무 귀하기 때문에 값없이 나눠주는 그 전통을 물려주자. 
내 후손들이 거지처럼 구걸하는 세상에서 살지 않게 하려면 말이다.
친구들, 후반전 파이팅 하자!!!

 

반백년을 살짝 넘긴 친구들을 응원하며,
군포시 금정동에서 갈렙

caleb.kj.choo@gmail.com

 

이 글은<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28>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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