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칼럼 & 커피스토리 41]
인생이 힘드니까 커피가 맛있더군요!
안녕하세요! 저는 위례중앙중학교에서 ‘진로와 직업’이라는 과목을 담당하는 진로교사 정명희입니다. 가비양 회원이라면 아마 저를 기억하실 분도 있을 것 같아요. 2016년 11월 어리버리한 제가 가비양 클럽파티 때 가위바위보 게임에서 모인 분들을 두 번이나 모두 이겨 회원들이 협찬한 많은 선물을 혼자서 다 가지고 간 사람이랍니다. 다들 부러워하셨죠. 아마 제 인생에 이런 일은 두 번 다시 없을 것 같아요!^^
올해로 교직에 28년째 있으면서 처음부터 진로교사로 있었던 것은 아니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워낙 호기심이 많고, 연장다루기를 좋아해서 밥상을 부수어 썰매를 만들고, 라디오, 시계를 풀어 다시 조립도 해보는 아이였지요. 그래서 아버지는 제 손이 닿는 곳에 연장통을 아예 갖다 놓지 말라고 다른 식구들에게 엄명을 내리셨죠. 하지만 그런 호기심 덕분에 저는 과학교사가 되었습니다. 아이들이 “선생님, 과학이 재밌어요.”하면 전 그 말에 의미를 두곤 했었죠. 그러던 중, 교사생활에 안주하고 갇혀 있는 것 같아 학생이 아닌 제가 바로 진로를 바꾸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직업만족도가 매우 낮아 이직하고 싶다는 사람이 51%나 된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성적에 맞추어 대학을 가다보니 자기와 전혀 맞지 않는 곳에서 일하는 경우도 많았겠죠. 저는 새롭게 아이들에게 꿈을 찾아주고자 2012년 과학교사를 포기하였습니다. 진로진학상담 교사가 되려면 1년 동안 570시간 교육을 받고, 전공포기각서를 써야 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과학을 버리니 한편으로 아이들이 더 잘 보이더라고요. 과학부장으로 있으면서 영재학급을 맡기도 했는데 그 때 복도에서 아이를 보면 ‘쟤가 뭘 잘했지 과학은 몇 점이었더라? 주제탐구는 다 완성했을까?’ 이런 생각만 했다면, 진로 상담교사가 되니 구석에 있는 아이에게 관심이 가고 ‘아! 얘는 이러면 안 되는데... 내가 도와줄게 뭐가 있을까, 무슨 말을 해줄까?’를 생각하게 된답니다.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강조하는 것은 우리가 많은 것을 배우려고 하는데 나 혼자만 잘 살겠다고 하는 게 아닌, 서로 나누고 공존하는데 목표를 두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요즘 아이들은 경쟁에 치여 이타적인 생각을 잘하지 못합니다. 사실 부모인 우리가 많이 반성해야 할 부분입니다. 아이들에게 도덕성과 집중력은 서로 연관이 있음을 강조하면서, 서로 공유하면 발전하고 더 행복해진다는 것을 생활 속에서 보여주려고 애씁니다.
가비양은 양동기 대표의 커피 강의를 들으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과학의 세계에만 있던 제가 커피와 관련된 인문학, 커피역사, 정보, 소통문화를 듣게 되니 그 강의가 너무 재밌었습니다. 학생들에게도 강의를 듣게 하고 싶어 가비양 양동기 대표에게 “이 아이들이 아직은 중학생이지만, 미래의 소비자다. 그러니 강의를 해 달라.”고 부탁을 했죠. 그래서 이번 7월에 강의를 하기로 하였습니다. 제가 커피를 자주 마시자 우리학교 여학생이 할아버지가 바리스타였다며 할아버지에게 배워 자기도 커피를 내릴 줄 안다고 집에서 커피기구를 싸안고 와서 저를 위해 한 잔을 내려 주었죠. 저에게는 잊을 수 없는 커피 한 잔이 되었습니다.사람들과 관계를 잘 맺고 베풀기를 좋아하는 그 여학생과 커피와 관련된 직업을 이야기하며 미래 카페주인이 된 멋진 아이의 모습을 함께 그려보며 웃었지요.
저는 커피 마니아는 아니였지만 학교생활 중 가장 일이 많고 어려운 시기에 커피의 깊은 향과 쓴 맛이 좋아지더군요. 2009년부터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죠. 커피 이름을 굳이 외우려 하지 않아 이름은 몰라도, 가비양의 혀에 착 감기는 커피맛과 신선함은 단번에 알아 봤습니다. 가비양은 저에게 신세계였습니다. 커피는 하나의 소통도구이고 가비양에 가면 그림, 음악, 스토리가 있어서 좋습니다. 학교에 있다 보니 만나는 사람이 교가 대부분인데, 전혀 다른 영역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진로교사인 제게 많은 정보와 신선한 충격을 주는 곳이 되었습니다. 이젠 가족 모임이나 부부동반 모임에도 2차엔 술보다 차나 커피를 마시려고 합니다. 마무리를 차분하게 하고 여운을 남겨, 그 날 만난 사람들의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가고 싶은 생각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꿈을 가지고 있는데요. 요리를 하면 거의 삼매경에 빠져 새벽까지 나물을 무치고 멸치를 볶으며 시간을 잊고 있는 저를 발견합니다.^^ 그래서 앞으로 바쁜 도시인들에게 한 끼 식사를 든든하게 해결할 수 있는 간단한 영양밥을 만들고 싶어요. 라면처럼 편하지만 영양이 풍부해 건강에 도움이 되는 단순하고 맛있는 메뉴 말입니다. 주재료는 씻은 쌀에다 톳, 표고버섯 등을 스프로 넣어 물만 부어 밥을 지으면 되게 포장해서 파는 거죠. 퇴직하고 본격적으로 한번 해볼까 합니다. 후후
아직은 말랑말랑하여 얼마든지 성장할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청소년기! 한사람의 인생 중 정말 변화무쌍한 그 시기에 학생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으로 산다는 게 행복하다는 정명희 선생님! 학생들에게 ‘네가 무엇을 할 때 기쁘고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단기목표만, 정하면 지치기 쉬우니 먼 미래를 보고 비록 어리다 할지라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 그리고 가치 있는 인생을 살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다는 이 분에게서 커피냄새보다 사람 냄새가 물씬 났습니다.
가비양 커피클럽 문의 010-9405-8947
이 글은 <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제 93호 >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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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비양은 커피를 매개로 한 소통장소입니다. 커피를 직접 로스팅하고 드립도하지만, '최고의 인테리어는 사람이다!'라는 생각으로 많은 사람이 머무는 장소를 만들려고 합니다. [가비양 커피클럽 & 커피스토리]는 그 속에서 머무는 많은 사람들을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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