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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영혼, 커피 게이샤 향기에 취하다. ‘한국바스프’ 이만우 사장

기업/가비양(커피 칼럼 & 스토리)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7. 8. 19.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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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칼럼 & 커피스토리 37]

자유로운 영혼, 커피 게이샤 향기에 취하다.
‘한국바스프’ 이만우 사장

 

  3월 ‘가비양’ 커피스토리의 주인공은 ‘한국바스프’ 이만우 사장입니다. 부드럽고, 유쾌한 목소리는 전혀 이공계 출신 사장님답지 않았고 커피 향과 무척 잘 어울릴 분위기였죠. 하지만 “저 커피 잘 몰라요!”라고 운을 띄우며 씩하고 웃는 모습은 마치 천진난만한 소년 같았습니다. 자유로운 영혼처럼 술~술~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내는 이만우 사장의 만우절 같은 커피스토리를 들어볼까요?

 


  저는 서울토박이로 2~3대에 걸쳐 서울 삼청동에 살았습니다. 군대 가기 위해 처음으로 서울을 벗어난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도 저의 어린 시절의 풍경들을 떠올리면, 비록 나이가 들어가도 예전의 감성이 살아납니다. 사람들은 저에게 화학 공학을 전공한, 일명 공돌이인데도 전혀 그런 느낌이 들지 않는다고 합니다. 아마 그 이유는 집에서 가까운 삼청공원의 파릇파릇한 봄과 냇가의 안개가 자욱한 여름의 새벽 모습, 온갖 사철의 꽃들과 식물을 보고 자란 터라, 이런 자연의 정서가 제 속에 흐르기 때문일 겁니다. 그래서 유독 초록색을 좋아하죠. 어머님은 교사셨고 아버님은 사업을 하셔서, 사실 굴곡이 거의 없는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어머님은 현재 90세가 넘으셨지만, 일제 강점기 한국여학생으로 대학교육을 받은 신여성이셨죠. 그래서 저에게 각진 교육(?)을 하시고자 했지만^^, 워낙 제가 자유로운 영혼이라... 사춘기 때부터 음악과 미술을 좋아하고 직접 그림 그리는 것도 좋아했지요. 아직도 그림을 보면 깊이있게 보지는 않지만, 화가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그렸을까? 왜 이런 색감을 사용했고, 무엇을 표현하고자 했을까? 생각에 빠지기도 합니다.

 
  제가 대학다닐 때는 민주화 시절로 데모가 한창이었지요. 그리고 대학을 졸업하고 공군 학사장교 시험을 본 후 4년 3개월 동안 군 생활을 했습니다. 남들의 군 복무기간에 비해 상대적으로 긴 시간이었지만, 군대에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사회가 무엇인지 배웠을 뿐 아니라, 저녁에는 미군과 대화하며 영어공부와 함께 세상에 대한 시야를 넓힐 수 있었지요. 사실 제가 사병으로 갔다면 탈영하지 않았을까요?^^

 

  제대 후, LG화학 (구,주식회사 럭키)에 입사해 바닥제인 하이페트 모노륨 생산을 관리하고 청주공장에서 1년여 정도 근무했었습니다. 그러다 1989년 ‘한국바스프’에 지원했고 현재까지 28년 인연을 맺고 있지요. ‘바스프’에 다니면서 열심히 일하고 유럽의 직장문화 등을 경험하며 보람된 일도 많았습니다. 무엇보다 외국기업이다 보니 조직이 경직되지 않아 창조적인 일을 할 수 있도록 기본적인 시스템이 받쳐주어 윗사람 눈치를 보는 등 쓸데없는데 에너지를 쏟지 않아 좋습니다. 이렇게 자유로운 만큼 책임과 그에 따른 결과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열심히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2011년에는 국가에서 주는 상으로 대한상공회의소 추천으로 금탑산업훈장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 상의 조건은 대기업 또는 중견기업 오너나 전문경영인이면서 30년 정도의 업력(業歷)이 있어야 하고 국가 산업발전에 대한 업적 평가 점수도 높아야 하는데, 점수는 제일 높지만 한국 기업이 아닌 외국인 투자회사인데다가 제 나이 또한 적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저야 뭐 상에 연연한 것은 아니어서 상관없노라 했지요. 그런데 얼마 후 그래도 기여한 바가 커서 선정하기로 결정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참, 이 상이 가문의 영광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하하하... 신문에 나니 이리저리 연락이 많이 왔었지요.


  이 상을 받기위해 집안 식구로는 부인만 참석한 게 아쉬웠다고 너스레를 떨며, 이만우 사장님은 유쾌하게 웃었습니다.

 

  살아오면서, 어느 위치에 있든지 저의 역할이나 책임을 정확히 느끼고, 사회인으로서 가장이자 남편으로서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한 달이면 반 이상 해외출장 및 국내출장을 다니면서, 두 딸들과 자주 시간을 보내지 못해 많이 미안하죠. 더구나 아내와는 마주대할 시간이 없어 해외출장으로 공항을 오갈 때 차안에서 대화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리고 해외근무로 중국과 싱가폴의 서비스 아파트에 머물 때 아내가 음식을 바리바리 싸와 냉장고에 한 끼씩 먹을 분량을 넣어 주었는데, 이렇게 뒷바라지 해준 것을 지금도 너무 고맙게 생각하고 있답니다.

 

  제 기억으로는 2011년 즈음, 아내가 먼저 ‘가비양’ 커피클럽 회원이 되었고, 같이 가지 못했던 중국 상해와 싱가폴 근무 때 제 도시락을 한국에서 공수해오며 ‘가비양’ 커피를 가지고 왔어요. 그때 2~3일 머물며 커피를 내려주었죠. 공대 출신인 저로서는 음식도 기능적으로만 생각해서 커피는 달달한 믹스커피를 마시며 계속되는 회의를 할 때 잠깨는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와이프가 내려주는 커피는 향기와 함께 좀 달랐죠. 결정적으로 2015년 ‘가비양’양동기 대표와 커피 비즈니스 발굴을 위해 인도네시아를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양대표가 인도네시아에 도착하자마자 가비양 커피와 현지 커피를 비교하기 위해 직접 가져온 게이샤를 핸드드립 했을 때, 그 큰 회의실이 게이샤 커피향기로 온통 채워지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슈퍼에서 구입한 현지 커피와는 비교할 수가 없었죠. 그 다음부터는 커피에 설탕을 넣지 않고 먹습니다. 제가 즐겨하는 커피는 예가체프로 맛의 균형이 잘 잡혀있어 좋아요. 하지만, 커피를 안지 그닥 오래 되지는 않아 아직은 그놈이 그놈 같더군요.^^

 

  저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일에 대한 강도가 높아 거의 일에 매진하다가 금요일 퇴근하면서 ‘가비양’에 종종 들려 커피와 함께 신문도 보고 이메일도 체크한답니다. 그래서 제가 양대표에게 권했습니다. ‘가비양’을 분당 고급 사랑방으로 만들라고요. 말이 통하는 사람들이 대화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말이죠. 

 

  영화도 SF 영화를 좋아하고, 은퇴하면 출장이 아닌 여행으로 남미도 가고, 책도 여러 분야를 읽고 싶다던 이만우 사장! 나를 돌아볼 시간 없이 막 달려왔지만, 그래도 살면서 운이 참 좋았다는 이야기를 하는 사장님에게서 28년 동안 ‘한국바스프’를 이끌어 온, 자유롭지만 치밀하게 어떤 것을 이루어내는 저력이 느껴졌습니다.

 

가비양 커피클럽  문의 010-9405-8947

www.gabeeyang.com


이 글은 <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제 89호 >에 실려 있습니다.

   

< 가비양 커피클럽 & 커피스토리 바로가기 >

  가비양은 커피를 매개로 한 소통장소입니다. 커피를 직접 로스팅하고 드립도하지만, '최고의 인테리어는 사람이다!'라는 생각으로 많은 사람이 머무는 장소를 만들려고 합니다. [가비양 커피클럽 & 커피스토리]는 그 속에서 머무는 많은 사람들을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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