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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 시간, 공간을 요리하는 디자이너 점선면

2021년 2월호(136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1. 3. 1.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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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동네가게 스토리]

 

맛, 시간, 공간을 요리하는 디자이너
점.선.면.

 

경기도 안양시 동편마을에 자리잡고 있는 작은 가게 ‘점선면’.
이름만 들어서는 무엇을 하는 가게인지 잘 모르겠고, 가게 외부 모습만 봐서도 카페인지? 음식점인지? 
궁금함을 불러일으키는 우리 동네 최고의 아지트를 소개합니다.

 

메기국수라고?
저희 어머니께서 어렸을 때 드셨던 메기국물이 현재‘점선면’의 대표 메뉴인 메기국수가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부모님은 10년 동안 캄보디아에서 메기국수 음식점을 운영하신 적이 있습니다. 캄보디아에는 한국 메기와는 차원이 다른, 엄청나게 크고 질 좋은 메기들이 메콩강에 많이 있습니다. 특히 날씨가 더운 캄보디아에서 지내다보면 기력이 많이 빠지는데 그 메기들을 보고 어머니께서 어렸을 때 먹어본 메기탕에 도전해서 성공하셨던 것이죠. 주로 단체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했던 식당이었는데 한 번 드셔보신 분들이 한국 가면 생각난다고 하며 종종 다시 찾아주시곤 하셨어요. 그 아이템을 한국에서 한 번 시도해보았습니다. 물론 처음엔 너무나 생소한 음식이라서 두려움도 있었지요. 


볼거리, 놀거리가 숨어있다
점선면은 단지 음식뿐 아니라 우리만의 무언가를 손님들께 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잡은 컨셉이 ‘즐거움’입니다. 
점선면에 딱 들어서는 순간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가게 중앙의 쇼룸과 벽 선반에 자리잡고 있는 피규어들입니다. 사실 초창기 손님들은 스타워즈의 광선검, 가면, 장갑 등을 실제 착용해보고 저와 함께 장난감을 가지고 놀기도 했습니다. 손님들이 많이 오시면 절대 못하는데 초창기이기에 가능했던 것이지요. 저희 가게를 가장 잘 즐기시는 분은 딱 들어와서 “우와~”하며 놀라고, 가방 놓고 주문을 한 후, 가게 안을 돌아다니면서 다 구경하는 분입니다. 손님이 없을 땐 만져봐도 되는 장난감들은 착용하며 사진을 찍으셔도 된답니다. 이렇게 점선면에서의 추억들이 스토리로 쌓이면 누구와 같이 와도 이야기할 꺼리가 있어 대화가 지루하지 않고 즐겁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지요! 


‘점선면’이라는 이름의 의미
손님들에게 편하게 이야기 할 때에는 밀가루가 점에서 시작해서 선이 되고 면이 된다고 말씀드립니다. 또 다른 의미로는 세상의 모든 것들은 점과 선, 면으로 이루어져 있듯이 ‘점선면’으로 새롭고 다양한 것들을 하고자 하는 가게입니다. 


점선면의 메뉴에서만 맛볼 수 있는 독특함
저의 맛에 대한 아이디어에 부모님의 노하우가 섞여서 메뉴들이 탄생합니다. 기본적으로 요리를 엄청 좋아해서 맛이 이상해지더라도 이것저것 시도해봅니다. 해외를 많이 돌아다니며 먹어봤던 것들을 기억해내어 거기에 재료들을 접목해서 여러 가지를 시도해보는 것이지요. 새로운 메뉴를 구상할 때에는 점선면만의 색을 입히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맛의 지향점은 항상 너무 새롭게 하지 않는 것에 두고 있습니다. 손님들이 ‘익숙하지만 뭔가 좀 다르네?’라고 느끼도록요. 만약 음식을 딱 먹어보고 “뭐야 이거 완전 다르네?”라는 반응이 나오면 그 맛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기에 맛있다는 반응보다는 특이한 음식, 새로운 경험이니 한 번쯤 먹어볼만한 음식이 되어버리고 말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모든 메뉴를 계속 조금씩 업그레이드 하고 있습니다. 재료를 조금 더 넣고, 더 맛있는 질감의 고기 부위를 찾아보는 등 음식의 대가로 지불하는 돈의 가치보다 더 큰 만족감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 계속 여러 가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자주 오시는 분들은 저희 메뉴가 혹시라도 지겨울까봐 시즌 메뉴들도 한두 개씩 계속 바꿔가며 출시해보고 있답니다.


상대방의 필요를 채워주는 친절
부모님들과 같이 오는 아이들은 점선면을 참 좋아합니다. 가게에 장난감이 많은 것도 있지만 아이들이 오면 제가 젤리, 사탕, 초콜릿 등 부모님들이 건강 생각해서 잘 주지 않는 간식들을 많이 주거든요. 왜? 이걸 주냐고요? 그냥 아이들 기분좋으라고 주는 게 아니라 같이 식사하러 온 부모들을 위해서 주는 것입니다. 누구나 식당에 가면 맛있게 먹고 싶어하는데, 아이들과 같이 온 부모들은 아이 보느라 탱탱 불은 면, 다 식은 밥을 먹는 게 너무 마음이 짠하거든요. 저도 제 딸이 어렸을 때 그랬었고요. 아이들에게 “너 밥 혼자 다 먹고나서 이 간식 먹어~”라고 하는 순간부터 아이들은 혼자 침착하게 먹기 시작합니다. 작지만 자신이 달성할 목표와 보상을 쥐어주고 나면 그래도 부모들이 조금이라도 수월하게 식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주는 간식인 것이지요.
저는 말과 행동으로 사근사근하고 친절한 사람은 아니랍니다.(웃음) 하지만 이렇게 최소한 상대방이 필요한 것을 찾아내고 그것을 헤아리면 이게 바로 친절이 아닐까요?


점선면에 오시는 분들에게
저희는 바쁘게 일하려고 만든 가게가 아닙니다. 한 번 오시면 1~2시간씩 넉넉하게 식사도 하고, 차도 마시고, 대화도 하며 이곳에서 마음껏 즐기다 갈 수 있도록 구색을 맞추어 놓았습니다. 철마다 변화를 주어 사계절이 가는 것을 느낄 수 있고요. 음식도 새로운 맛을 경험할 수 있게 해드리는 여러 디자인 요소 중에 하나일 뿐입니다. 한 분이 오시더라도 점선면을 제대로 알고 여기에서 충분히 좋은 추억들을 만들어 가는게 중요하기에 일부러 광고는 하지 않고 있습니다. 어떻게든 이 공간에 들어오는 모든 사람은 누구든지 행복하게 시간을 잘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여기에서 일하고 있는 저와 아르바이트생들, 그리고 손님들 모두 다 서로가 서로에게 기분 좋은 에너지를 주고 받을 수 있는 그런 점선면을, 여기에 발을 들이는 모든 분들과 함께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앞으로의 계획
점선면을 시작하기 훨씬 전으로 돌아가면, 저는 원래 디자인을 전공하고 조경분야 디자이너로 공부하며 일도 했었습니다. 조경 공부를 하면서 로컬푸드에 관심이 많이 생겼고, 우리나라의 먹거리와 생태시스템에 대해서도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원래 로컬푸드는 택배를 보내지 않고 그 지역에 사람들이 와서 모두 소비해야 진짜 로컬푸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몇 년 후, 제가 직접 농사지은 농산물로 음식을 만들고 손님들이 오셔서 마음 놓고 건강한 먹거리를 즐기며 편히 쉬었다 갈 수 공간을 서울 근교에 마련하려고 합니다. 그것을 위해 땅도 찾아야하고, 집도 짓고, 식물도 심어 키워야 하고… 조경을 공부하며 식물이 잘 자라기 위한 배경지식은 조금 가지고 있지만 농사경험이 없기에 시행착오도 많이 겪을 것 같아요. 아직은 갈 길이 멀지만 지금의 점선면도 그 때를 위한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동편로 39번길 17
010-2910-6971  |  점선면

 

이 글은<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36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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