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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부터 손자까지 3대, 40일 미쿡 횡단 여행기(4) - 마지막 회

2021년 6월호(140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1. 6. 10.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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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부터 손자까지 3대, 
40일 미쿡 횡단 여행기(4) - 마지막 회

 

여행 중 차량 없이 온전히 걷기만 한 도시는 뉴욕이 처음이었다. 4박 5일의 뉴욕 여행을 마치고, 우리는 또다시 대장정을 떠났다. 탱크만한 SUV를 빌려 워싱턴으로 향했다. 그곳을 거쳐 캐나다 토론토까지 국경을 넘어가는 코스였다. 워싱턴에서는 미국 수도의 깔끔함과 역사를 온몸으로 맛볼 수 있었다. 특히 그곳에 마련된 6·25 전쟁 기념관은 깊은 감동을 선물했다. 그 후, 우리는 달리고 달려 캐나다로 갔다. 차를 타고 다른 나라로 가는 신선함과 위대한 나이아가라 폭포 앞에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경험했다.


너덜너덜해진 몸과 마음을 위해, 집으로 돌아가기 전 하와이에 잠깐 들렸다. 야자수와 투명한 바다를 보기로 결정한 거다. 그 유명한 와이키키 해변은 사람이 많아서 별로였다. 오히려 유명하지 않은 카일루아 해변이 훨씬 더 여유롭고 좋았다. 급하게 잡은 숙소는 알고 보니, 바퀴벌레들의 숙소였다. 벌레들과 섬뜩한 밤을 보내기도 했으나, 그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었다. 여행하는 동안 날씨, 장소, 시차 등 새로운 것에 적응하는 능력이 강해졌다. 그러나 이별에 적응은 덜 되었나보다. 한국으로 가는 마지막 비행을 앞두니 시원섭섭하다.


진짜, 마지막 비행이다. 열 시간이 조금 넘는 비행만 마치면,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 집을 떠난 지 너무 오래라, 집을 보고 싶다는 개념조차도 사라진 상태다. 그냥 서울이라는 여행지를 가는 기분이랄까. 그렇게 한참을 날았다. 기내에서는 안전벨트 알림과 함께 인천 국제공항에 착륙한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위잉’, ‘위이이이잉’이런, 돌풍 탓에 비행기가 두 번 연속 착륙에 실패한다. 위험은 어디에나 있고, ‘여행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라는 긴장감을 준다. 약간의 긴장감을 느끼며 노래를 듣던 중, ‘어랏? 혹시 이 생각을 떠오르게 하기 위해 착륙에 실패한 게 아닐까?’ 


이것은 시차에 대한 이야기다. 여행 중 어마무시한 시차를 경험했었다. 열 시간이 넘는 비행을 했음에도, 열 시간 정도의 시차 덕분에 실제 시간은 2시간 밖에 지나지 않은 경험을 했다. 가끔은 종종 날짜가 달라지기도 했다. 때론 서울에 머무는 나의 친구들보다 시간을 앞서가기도 했고, 뒤처지기도 한 것이다. 그러나 결국 여행이 끝나자, 이렇게 같은 시간대로 돌아왔다. 이것이 내가 시차로부터 배운 교훈이다.


길지 않은 인생을 살며 누군가가 앞서나가는 것을 부러워하기도 했고, 뒤처지는 모습에 나를 미워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차에 대한 생각을 한 뒤, 그것은 관점의 차이에 불과했다는 것을 느낀다. 누구에게나 각자의 흐름이 있고, 그것은 주관적인 관점으로 빠르거나 느리게 보일 수 있다는 거다. 그래서 인생의 위치와 속도가 조금은 다를지라도, 끝에서 인생을 바라보면 우리는 각자만의 박자대로 각자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40일 미국 횡단 여행은 술잔의 부딪힘으로 시작해 그것으로 끝났다. 처음 저녁 식사 자리에서, 작은 누나와 매형은 돌연 선언을 했었다. “장모님, 저희 미국 가려구요” 그러자 아빠는 거들었다. “갈 거면 한 달은 갔다 와야지”여기서가 문제였다. 장모님인 우리 엄마는 이렇게 말했다. “그럼 다 같이 갈까?”이런 가벼운 농담이 현실로 만들어져 버린 것이다. 일 년 전부터 계획해, 6개월 전부터 돈과 시간을 준비했다. 그리고 꿈만 같았던 여행을 현실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담았고, 좋은 인연이 되어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에서 다시 한 번 나눌 수 있었다. 


마지막은 책 속에 담긴 아버지의 이야기로 마무리하려고 한다. 


여행이라는 기회를 통해 우리는 가족의 사랑을 서로 느낄 수 있었다. 이 과정은 각자의 마음을 풍요롭게 만들었을 것이다. 앞으로 이것으로 인생을 더 참되게 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거다. 다른 이들은 이것을 ‘위태한 유산’이라고 부르지만, 이것은 내가 가장 가치 있게 생각하는 ‘위대한 유산’이다. 부동산 같은 모양새 나는 유산보다는, 보석처럼 빛나는 ‘감사와 사랑’이라는 넓은 토지 위에 행복이라는 높은 건물을 물려줄 수 있어 진심으로 기쁘다.

 

《위태한 유산》의 저자 제 준
xmfrhd5@naver.com

 

이 글은<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40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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