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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닥토닥 엄마 힘내~

2021년 8월호(142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1. 8. 5.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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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닥토닥 엄마 힘내~

 

벌써 우리 아기 예나가 세상에 나온지 1년이 되었습니다. 저희 부부는 결혼하고 1년정도 후에 아기를 가지려고 가족계획을 세웠어요. 친구들을 통해 아기가 잘 생기지 않는 경우를 많이 봐서 조급하게 마음을 갖지 않으려 했는데 감사하게도 1년만에 아이가 생겼습니다. 


아기를 임신하고 2~3개월 즈음, 2019년 크리스마스였습니다. 교회에서 성탄절 행사를 하느라 평소처럼 막 뛰어다니고 즐겁게 하루를 보낸 후, 저녁에 감자탕을 먹으러 갔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왈칵하는 느낌이 들어서 깜짝 놀라 화장실에 가보니 하혈을 하는게 아니겠어요? 급하게 분만실을 찾아가 영화에서만 보던 수술실같은 침대에 누웠는데 그때 엄습하던 두려움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래도 내 자식인데 ‘나 때문에 잘못되면 어떻게 하지?’라는 마음에 아기를 위해서 살려달라는 마음으로 처음 간절히 기도했죠. 그 때 당시에 ‘엄마’라는 이름의 책임감이 처음 생겼던 것 같습니다.


예정일은 2020년 7월 11일. 하지만 6월 30일날 갑자기 말로만 듣던 이슬이 비친다는 현상이 생기며 아기가 나올 조짐이 보여 산부인과를 찾았습니다. 14시간 28분의 산통 끝에 세상에 나온 예나를 만났죠. 아기가 응애~ 울다가 간호사가 제 가슴위에 아기를 올려줬더니 울음을 뚝 그치는걸 보며 뭐라 설명하기 힘든 처음 느껴보는 감정을 느꼈습니다. 임신기간동안 병원에만 가면 아기에게 혹시나 문제가 생길까 항상 긴장을 하고 걱정 했었는데 그 아기가 진짜 밖으로 나와 내 위에서 이렇게 숨을 쉬며 엎드려 있다니… 의사선생님 말로는 출산할 때 아기는 엄마보다 10배 이상의 고통을 받으면서 나오는 것이라 하더군요. 아기들은 너무 아픈 기억이라 그 기억이 없다고 하지만, 엄청 힘든 시간을겪고 이렇게 건강하게 나를 만나러 와준 것에 대해 신기하고 고마운 감동은 뭐라 표현해야할지 느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것 같습니다.


2020년, 1년 동안 남편이 부산으로 발령받는 바람에 주변에 지인들이 하나도 없는 곳에서 혼자 독박육아를 하며 보냈습니다. 다른 엄마들은 아기가 태어난 뒤 며칠하며 날을 세는데 저는 그 당시 너무 힘들어 다시 상경할 D-day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죠. 남편도 아이가 생각보다 너무 쉽게 생겨서인지 별 감흥 없이 지냈던 시간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던 때에 예나가 100일이 채 되기 전, 사건이 생겼습니다. 


보통 아기들은 100일이 지나면 뒤집기를 한다기에, 예나가 80일 즈음 되었을 때 아기침대의 가드를 올리지 않은 상태로 밤에 잠을 재웠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밤에 ‘쿵’소리가 나서 깜짝 놀라 불을 켜보니 예나가 바닥에 누워있는 게 아니겠어요? 다행히 이불위에 떨어졌지만 예나 혼자 뒤집기를 하다가 땅에 떨어진 것이었습니다. 온 집안이 난리가 났죠. 새벽시간이라서 바로 병원에 가지는 않은 채 아이를 좀 지켜봤는데 밥도 잘 먹고, 잠도 잘 자고, 눈도 잘 마주치고 괜찮아보였습니다. 폭풍검색을 해보니 그 정도는 괜찮다는 말에 하루를 잘 지냈죠. 그런데 그 다음날 머리가 혹처럼 부풀어 오르는 게 눈에 보였습니다. 그래도 아기가 정상생활을 하니 하루만 더 지켜보다가, 부풀어 오른 혹이 말랑말랑해져서 근처 소아과에 갔더니 소아과 선생님의 청천 벽력같은 말씀. “아기 머리가 으스러진 것 같은데요? 지금 너무 급한 상황이니 응급실에 바로 가십시오.” 그 말을 듣는 순간 너무 무서워서 응급실로 달려갔습니다. 남편은 회사에 급한 일이 있어 못 오고, 코로나로 보호자는 한 명밖에 못 들어가고, 보호자는 나밖에 없는 상황. 생전 처음 응급실에 갔지만 나마저 당황해서 실수하면 안되니 정신을 바짝 차리고 예나의 CT와 엑스레이검사를 시작했습니다. CT를 찍기 위해 동그란 통에 들어가야 하는데 아기가 가만히 있지 않으면 수면유도주사를 맞아야 한다는 말에 어찌나 예나가 안쓰럽고 마음이 아프던지요. 다행히 예나는 그 통이 신기했는지 주변을 구경하며 가만히 있어서 검사는 무사히 마쳤습니다. 
검사결과를 보니 너무 감사하게도 아기 머리에 금은 갔지만 피고임은 없었습니다. 아기 머리의 대천문, 소천문이 아직 완전히 닫히지 않고 조금 열려있어 충격을 덜 받았다고 하더군요. 만약 돌 지난 아이가 떨어졌으면 정말 큰일 날 뻔 했는데 지금은 충격완화가 되었고 금이 간 것도 알아서 붙으니 걱정 말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정말 간이 철렁했습니다. 그때의 기억은 지금 생각해도 정말 너무 무섭습니다. 그 이후로 아기가 달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응급실에서 아기 이름을 쓰고 보호자란에 母표시와 함께 내 이름을 쓰면서 처음 모성애가 생겼던 것 같아요. 처음에 아기는 너무 예쁜데 젖몸살 스트레스에, 독박육아에, 여러 가지 힘들다는 생각도 많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 때문에 혹시 아기가 하나라도 잘못된 부분이 생긴다면 다 우리 탓이니 아기를 보는 시선과 마음가짐이 달라지고, 그 이후 아기가 너무 귀하고, 내 자식이라는 것이 가슴팍에 새겨진 것 같습니다. 


주변에 결혼한 사람들이 거의 아기를 낳지 않아서인지 예나를 낳은 우리를 대단하게 생각합니다. 요즘같이 집도 구하기 힘든 상황에 어떻게 애를 낳았냐고 묻는 사람이 너무 많거든요. 사실 아기를 키우다보면 한 달에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몸도 많이 늙어버리고, 외식도 못하고, 삶이 확 달라져버립니다. 하지만 아기를 낳고 키우다보니 둘이 있을 때보다 행복감은 비교할 수 없이 훨씬 커졌습니다. 회사에서 지친 몸으로 돌아와 아기를 볼 때 꺄르르 웃으면서 우리를 반겨주면 피곤함이 확 없어지며 말 그대로 힐링이 되지요. 그리고 저 혼자 느꼈던건지 모르겠지만 육체적으로 너무 힘들 때 “예나야 오늘 엄마 너무 힘들다”하며 아이를 안아줬는데 아이가 저를 토닥토닥 해주는 게 아닙니까? 남편보다 내 마음을 더 잘 알아주는 것 같아 너무 위로를 받았죠. 엄마아빠는 이런 저런 여러 가지 일들이 많지만, 아이는 장난감을 갖고 놀다가도 수시로 엄마아빠를 유심히 보다보니 우리의 표정이나 감정을 더 예민하게 파악하는건가 생각도 해봅니다. 신기한 점은 한 두 가지가 아니죠. 아이가 커 갈수록 점점 내 말을 따라하고 소통을 하게 되니 사람이 되어간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물론 미운 4살과 7살을 거쳐야하고 갈 길은 멀지만 빨리 예나가 커서 더 깊은 관계를 맺어가고 싶습니다. 


1년 동안 부모로 지내면서 나를 향한 부모님의 사랑과 감사함을 더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예나가 지금까지 건강하게, 사랑을 듬뿍 받아 잘 자라온 것은 가족구성원의 사랑과 관심, 기도가 있어서 가능했던 것 같고요. 또, 부족하고 배울 것이 많은 부모 밑에서 너무나 예쁘고 사랑스럽게 자라나는 예나에게 고맙고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성숙한 부모가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항상 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우리 아이가 안전하고 즐겁게 생활할 수 있는 우리나라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간절해지는 것 같습니다. 아무쪼록 예나가 건강하고 긍정적인 아이로 잘 자라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우리나라 부모님들 모두 파이팅!

 

경기도 안양시 박혜영

 

이 글은<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42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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