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의외의 장소와 공간이 주는 매력 사람을 잇는 장소

2022년 4월호(150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2. 4. 16. 22:00

본문

의외의 장소와 공간이 주는 매력 


사람을 잇는 장소

 

의정부 미술도서관

도봉산 자락 아래에 위치한 방학중학교를 방문했다. 직사각형의 운동장에 본관 건물과 부속 건물이 ㄷ자 모양으로 세워진 형태다. 노란색의 건물 외경과 구령대의 위치는 예전에 많이 보아서 익숙한 전형적인 학교의 구조였다. 겨울방학 중이라 학생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눈으로 뒤 덮인 운동장과 교사에서 짙은 향수가 풍겨 나왔다.
이곳을 찾은 이유는 도봉구 마을학교 교사들에게 핸드폰으로 영상제작하는 방법을 가르치기 위해서다. 도봉혁신교육지원센터의 연락이 아니었다면 굳이 학교 안으로 들어와 볼 엄두도 못 냈을 곳의 내밀한 공간으로 들어왔다. 강의를 하면서 내가 사는 곳에서 가장 가까이 위치한 공간에서의 수업이었고, 이웃 동네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와 공동체에 무언가 이바지할 수 있다는 반가움과 설렘이 교차했다.
지금 사는 노원구와는 서로 맞대어 있고, 어린 시절엔 수유동에 살았으니 도봉구는 늘 고향 같은 느낌이다. 도봉구 수유동에서 강북구 수유동으로 행정이 나뉘는 시간에도 북한산과 도봉산은 서로 이어져 나의 걸음을 맞이해주던 쉼터와 같았다.  

 ‘꿈빛터’라는 건물에서 수업을 진행했다. 
학교와 마을을 잇는 공간인 이 건물은 학교의 학생 수가 줄자 내부공간을 개조해서 마을주민과 학생들에게 사랑받는 시설로 재탄생시켰다. 구의 예산으로 멋지게 창조된 건물엔 교실을 터서 넓게 확장한 공연장과 조그만 카페 및 모임공간을 조성했고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들을 제공하고 있었다. 수업을 진행한 공간은 작은 영화관 느낌의 공연장으로 안락한 의자와 음향시설로 아늑했다. 나도 모르게 멋지다는 탄성 소리를 질렀다. 학교는 늘상 바글거리는 학생으로 넘쳐나서 콩나물 교실엔 60명 이상이 빼곡히 둘러앉았고, 학년마다 10반 이상의 전교생으로 늘 복작거리던 모습이 나의 초중고 때의 모습이었는데, 이제는 서울에도 학생들이 없어서 교실이 남아도는 세상이라니…

예전엔 학생 수가 많아 학교에서 종종 압사 사고가 발생하곤 했었다. 그때는 왜 그리도 전교생을 운동장에 모아 세워 두고 조회를 많이 했었는지? 운동장에 모이려면 일시에 학생들이 건물 내의 계단과 난간으로 몰려 사람에 밀쳐지는 아찔함을 경험하곤 했다. 바깥으로 나와 운동장으로 내려오는 계단에선 자칫 헛발이라도 디딜라치면 사람을 밀치게 되고 깔려서 대형사고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몇 번의 경미한 사고를 경험해봤고 실제로 압사사고가 발생해서 생명을 잃었다는 뉴스도 심심찮게 보도되었던 시절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는 학생 수가 줄어서 남는 학교 시설을 활용해서 주민이 사용할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켜 놓았다니 실로 격세지감이 아닐 수가 없다. 이젠 고작해야 초중고의 한 반 학생 수가 20여 명 내외인 것을 보면, 한 학급 인원이 60명을 넘었던 시절은 아이들 표현대로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의 쇼킹함이다.

같은 수업을 장소만 바꿔 도봉구청의 구민청으로 옮겨서 진행했다. 도봉구청은 은근히 높은 구청의 본관에 이어진 부속 건물들이 많았다. 이런 교육이 아니라면 들어와 볼 일이 없을 건물엔 구민청이란 이름의 주민을 위한 공간이 있었다. 코웍을 위한 사무실과 회의 세미나를 진행할 수 있는 오픈 공간이었다. 디자인과 배치도 세련되어 내심 감탄했다. 자치단체장들이 주민을 위한 공간을 많이 만들어놓고 있었는데 나만 여태 이런 시설을 모르고 있었던 건지 관심이 없었던 건지 알 수 없었다. 

예쁘고 세련된, 주민을 위한 장소에서 알찬 프로그램들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은 참 흐뭇한 일이다. 건물과 건물을 잇는 옥상의 상층에는 중간 정원을 조성해서 자연친화적인 분위기를 극대화 시켰다. 중랑천 건너에서 도봉을 바라보다 도봉구청의 본 건물의 내부로 들어와 보니 외적인 유려함에 멋짐과 실용성이 담겨져 있음을 느끼게 된다.

공간과 배치와 구성을 보면 철학이 엿보인다. 동사무소에서도 공무원과 민원인이 같은 시선의 높이에서 의자를 맞대고 앉게 되기까지는 꽤나 오랜 시간이 지나고서였다. 너무도 평범하고 자연스러운 일상이 보편이 되기까지는 항상 지고한 노고와 인식의 변화가 필요했었다. 

작년에 의정부미술도서관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건물 내의 넓은 오픈공간이 책으로 가득하고 책의 숲 사이로 사용자들이 자유롭게 독서하는 모습이 풍요로운 아름다움을 만들어 냈다.
누구에게나 열린, 조그맣더라도 따스하고, 훈훈한 온정이 담긴 공간과 광장이 많아지길 기대한다. 의외의 공간을 만나서 흐뭇했다. 일상에서 이런 장소와 인간미 넘치는 사람들을 자주 만날 수 있다면 좋겠다.  

 

CMC프로덕션 제작이사/PD 이준구
 ejungu@hanmail.net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50>에 실려 있습니다.

 

<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는 

  • '지역적 동네'뿐 아니라 '영역적 동네'로 확장하여 각각의 영역 속에 모여 사는 수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스토리와 그 속에서 형성되는 새로운 문명, 문화현상들을 동정적이고 창조적 비평과 함께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국내 유일한 동네신문입니다.
  • 일체의 광고를 싣지 않으며, 이 신문을 읽는 분들의 구좌제와 후원을 통해 발행되는 여러분의 동네신문입니다.

정기구독을 신청하시면  매월 댁으로 발송해드립니다.
    연락처 : 편집장 김미경 010-8781-6874
    1 구좌 : 2만원(1년동안 신문을 구독하실 수 있습니다.)
    예금주 : 김미경(동네신문)
    계   좌 : 국민은행 639001-01-509699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