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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도전 ‘라이딩’ “멈추기가 가장 어려웠어요!”

2022년 7월호(153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2. 8. 20.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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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도전 ‘라이딩’ 
 “멈추기가 가장 어려웠어요!”

북한강 철교에서

 

늘 건강하게 살 줄 알았다. 살아오면서 잔병치레를 거의 하지 않았으니까. 건강에 대해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나이를 들어가니 이젠 몸을 생각해야지”라는 말을 들으면서 건강을 생각한다는 것을 몸에 좋은 것이나 먹고, 몸을 편하게 해 주면 되는 것인 줄 알았다. 그래도 나름대로 건강하게 살아가려고 소식도 하고 가끔 단식도 했다. 집 주변을 산책하고 맨발 걷기를 하는 등 소극적인 건강 돌보기만 해 왔다. 남들보다 약해 보이는 육체로도 이제까지 그리 큰 탈 없이 살아온 것은 정신력으로 버텨 왔는지 모른다. 그런데 정신력도 점점 약해져 가고 있다. 체력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은데도 나이를 핑계대면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었다. 이렇게 살다가는 병약한 몸이 되어 내 힘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빨리 올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더 적극적인 운동이 필요하다고 몸의 이곳저곳에서 조금씩 신호를 보내 왔을 즈음,“몸이 먼저다!”라고 이야기 해준 선배님의 말이 마음에 확 박혀왔다. 수영, 테니스, 등산, 마라톤 등의 운동을 하는 것이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자신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엄청난 노력이라는 것을 이제야 눈여겨보게 되었다. 


‘60이 내일모레인데 무슨 라이딩?’ 
라이딩에 도전을 했다. ‘60이 내일모레인데 무슨 라이딩? 지금 나이에 할 수 있는 안전한 운동이나 살살 하고 다녀!’ 남들의 걱정은 뒤로 하고라도 자신과의 싸움이 가장 컸다. 이제까지 별 탈이 없이 살아온 것만도 감사했고, 그리 큰 미련이 남아 있지 않았다. ‘이왕 살아 갈 인생, 더 재미있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거야!’라고 마음을 먹으니 간단했다. 우리가 보통 타는 생활 자전거는 초등학교 6학년 때 배웠고, 30살 즈음에 일본에서 자전거를 탔던 적은 있다. 그 이후로는 30여 년 동안 자전거를 탈 기회가 없었다. ‘다시 자전거를 탈 수는 있을까?’ 그것도 보통의 자전거가 아니라 라이딩을 하는 자전거는 끌고 다니기조차 힘겹게 보였다. 혼자는 시작하기조차 힘든 일이었는데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팀들이 모두 나서서 도와주었다. 첫날 MTB 자전거로 2시간 동안 라이딩 기초 수업을 받았다. 운동장을 몇 바퀴 돌며, 출발을 하는 것부터 멈추기의 가장 기본부터 배웠다. 출발을 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게 되었지만 멈추기가 쉽지 않았다. 멈추기를 할 때 속도를 천천히 늦추면서 페달을 밟은 오른발을 아래로 두며 중심을 잡고 자전거를 왼쪽으로 살짝 기울이면서 왼발로 바닥에 닿을 준비를 하라고 했다. 머리로는 ‘멈춤’에 대해 이해를 했다. 그렇지만 막상 멈추기를 해야 하는 순간이 되면 마음이 급해져서 브레이크만 급하게 잡았다. 몸이 아직 내릴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이니 어영부영하다가 넘어지기를 몇 번했다. 다행히 안전한 곳이라 다치지는 않았다. 몸이 다 익히지 못한 상황이었지만, 야트막한 오르막을 7번 오르면서 속성으로 기어 변속까지 배웠다.


라이딩 초짜, 용감무쌍하게 라이딩에 합류
2시간의 라이딩 기초만 배운 다음날, 용감하게 라이딩을 따라 나섰다. 그렇지만 ‘하루 더 연습을 하고 라이딩을 따라 나서야 하나?’ 마음이 복잡했다. 왕초보이니 목표지점을 아주 가까운 산본의 수리산 자락인 초막골로 잡고 다녀오기로 했다. 출발부터 긴장이 되었다. 방해물이 거의 없는 운동장에서만 타 보았지 길거리에서 타 보는 것은 처음이라 사람들을 피해 가는 것도 조금 두려웠다. 신호등에서 멈추어야 하는데 아직 자유롭게 멈추지를 못하니 불안했다. 멈추기만이 아닌 오르막길을 올라가는 것 또한 가장 힘겨웠다. 기어 변속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있는 힘을 다해 올라갔다. 목표지점에 먼저 도착한 분들이 쉬면서 끝까지 힘을 내라고 응원을 해 주었다. ‘고지가 바로 저기인데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라면서 자신을 끊임없이 격려했다. 영차 영차! 숨이 가쁘고 땀이 나기 시작했다. 목표지점에 겨우 도달했다. 뒤를 돌아보니 비교적 완만한 오르막이었으나 자전거로 오르는 것은 무척 힘이 들었다. 목표지점만 찍고, 그냥 돌아오기에는 아쉬움이 컸다. 앞뒤에서 속도를 조절해 주며 안전하게 라이딩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라이딩 선배들 덕분에 용기를 내어 최종 목표지점까지 따라 갔다 돌아올 수 있었다. 핸들을 너무 꽉 쥐고 가느라 손끝에 쥐가 나기도 했고, 깔딱 고개인 덕고개를 넘으면서는 정말 깔딱 숨이 넘어 갈듯했다. 오랜만에 스스로를 극한 상황에 내몰아본 경험이었다. 
얏호~~! 첫 날 라이딩 20Km 완주! 
다들 어떻게 한 번에 깔딱 고개인 덕고개를 넘을 수 있느냐며 아우성이었다. 


‘북한강 자전거길 22.28Km 라이딩 완주!’
이틀 후, 평소 언감생신 꿈도 못 꾸어 본 양평으로 라이딩을 가게 되었다. 주로 평지이고, 자전거 전용도로여서 안전하니 첫째 날보다는 쉬울거라고 했다. 팔당댐 주변의 경치를 볼 수 있다고 하는 바람에 놓칠 수 없는 기회였다. 이른 새벽에 출발을 했다. 비가 온다는 예보는 있었지만, 그렇게 많이 올 것 같지는 않았다. 라이딩을 시작하니 비가 조금씩 오고 바람도 불었다. 북한강 철교를 건널 때는 바람이 심하게 불어서 중심을 잃을까 걱정이 되었다. 비가 온다는 소식 때문이었는지 사람들이 많지 않아 초짜에게는 천만다행이었다. 풍경이 아름다운 곳에 멈춰 서서 포즈를 잡고 사진을 찍었다. 라이딩 시작 겨우 3일째이지만, 자전거 옆에서 헬멧을 쓰고 사진을 찍었더니 마치 오랫동안 라이딩을 즐겨 온 프로같이 보였다. ‘남한강 자전거길 22.28Km 라이딩 완주!’라고 쓴 큰 플랭카드를 설레이는 마음으로 세계와 전국에 있는 친구들에게 사진을 보냈다.


“네 목소리가 달라졌어!” 
미국에 사는 친구에게 가장 먼저 연락이 왔다. “와우!! 힘들지 않아?”라는 카톡을 보내오더니, 보이스톡으로 당장 연락이 왔다. “네 목소리가 달라졌어!” 친구가 나의 새로운 도전을 함께 기뻐해 주었다. 흥분이 되어 이른 아침이었다는 것도 잊고 아주 크게 떠들고 있었다. 아무나 하는 일인데 너무 자랑을 하고 있나 싶었다. 그런데 자랑할 만한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했다. 겨우 2시간 연습하고, 라이딩을 시작해서 첫째 날과 둘째 날도 20Km나 되는 거리를 완주했다. 모두들 비결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나의 대답은 “멈추기가 어려워서 계속 갈 수밖에 없었어요”였다. 꼭 멈추어야 할 때 멈추지 못하는 어려움이 여전히 두려움으로 남아 있지만 곧 극복할 수 있으리라! 
인생을 살아오면서도 멈추지 않고 끝까지 가는 것에만 의미를 두어 실패했던 적이 있다. 멈춤이 곧 실패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라이딩을 하다 보니 ‘멈춤’, ‘속도’, ‘오르막을 오르는 끈기, ‘잠시 쉼’ 등 우리 인생의 여정과 결코 다르지 않았다. 멈추는 것은 위험을 미리 막는 것이고, 새로운 출발을 위한 준비였다. 힘이 들면 잠시 멈추어 쉬면서 아름다운 경치를 바라보는 시간이 얼마나 달콤한가? 자연의 아름다움 속에 흠뻑 빠져드는 행복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선물이었다. 잠자던 세포들이 살아나고, 정신이 명료해져서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매 라이딩마다 새로운 기록을 갱신해 가는 즐거움으로 새로운 활력을 얻고 있다. 120세 시대를 살아가야 한다고 하니, 아직도 준비하고 도전하고 싶은 일들이 많다. 나와의 싸움을 즐기고, 내 몸이 내게 들려주는 이야기에 자세히 귀를 기울이다 보니 조금씩 용기가 생기고 있다. 
‘나는 왜 이제야 라이딩을 시작했을까?’

서울시 종로구 유진하우스 김영연 대표
yykim65@daum.net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53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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