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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버섯을 아시나요?

2022년 7월호(153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2. 9. 23.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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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농부 이야기 11]

겨울 버섯을 아시나요?

 

2020년 3월경 미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일이 있었습니다. 이 버섯을 먹고 36명이 식중독에 걸리고 그 중에 4명이 사망하였다는 안타까운 기사였는데, 사실 이 버섯을 먹는 한국에서는 이런 일이 없었기에 버섯을 재배하는 농부로서 더 마음이 쓰였습니다. 이 버섯은 된장찌개에, 고기와 함께 굽거나, 스프 등에 절대 빠지지 않는 전 국민이 한번쯤은 먹어 본 ‘팽이 버섯’입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는 일어나지 않는 일이 왜 미국에서는 일어났을까요? 물론 한국과 미국의 식문화로 인한 차이 때문에 ‘리스테리아’라는 식중독 균이 이 상황을 야기했다고 추정합니다. 미국의 경우 샐러드 문화가 발달되어 있기 때문에 생(生)으로 먹지 말아야 할 팽이버섯을 생으로 먹는 가운데 이런 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왜냐하면 토양이나 하천, 하수, 식물 등에서 발견되는 ‘리스테리아균’은 이 균에 오염된 채소나 버섯 등을 날 것으로 섭취할 경우 그대로 인체에 흡수될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찌개에 넣거나 구워먹는 한국의 경우에는 이런 증상이 없이 영양소 풍부한 팽이 버섯을 먹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겨울 버섯이라고도 불리는 ‘팽이 버섯’
저온에서 자라는 송화고 버섯처럼 팽이 버섯은 가장 낮은 온도에서도 잘 자란다고 해서 ‘겨울 버섯’이라고도 불립니다. 자연 상태에서는 팽나무, 뽕나무 등 활엽수의 그루터기나 줄기에서 자라는 버섯이지만, 우리가 쉽게 구입할 수 있는 녀석들은 인공으로 재배되는 버섯이라고 보면 됩니다. 하지만 이 녀석도 소비자들의 식탁 위에 올려지기까지는 다양한 과정과 많은 사람들의 수고를 거치는 버섯 중의 하나입니다. 아마 이 과정들을 대략적이나마 들여다 볼 수 있다면 겨울 버섯을 보는 시각이 달라져 보일 것입니다. 
우리가 쉽게 구입하는 팽이는 팽나무 등에서 재배하는 자연산 버섯이 아니라 톱밥과 쌀겨 등을 혼합하여 병에다가 넣어 만든 배지를 통해 생산한 인공재배 버섯입니다. 사실 배지를 만드는 과정도 쉽지 않습니다. 통기성이나 균사 생장을 위해 톱밥의 입자 크기도 정교하게 조정하고, 균사 생장에 꼭 필요한 질소를 담고 있는 쌀겨를 준비해야 하는 첫 과정은 너무나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오염된 토지에서 좋은 열매가 나오지 못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지요. 1단계에서 최적의 재료를 준비했다면 2단계에서는 두 재료를 잘 혼합해 병에다 주입하는데 이 단계도 만만치 않습니다. 최적의 비율(대략 톱밥75 : 쌀겨25)로 혼합한 후, 너무 건조해서 푸른 곰팡이가 생기거나 수분이 너무 많아 세균에 오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 수분량을 63~65% 정도 조절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을 마치고 나면 3단계로 121도에서 90여 분간 살균하는 과정을 통해 배지 내부의 미생물을 멸균시킨 후, 배지 온도가 25도 이하로 떨어지면 종균을 접종한답니다. 사실 종균 접종 과정이 핵심중의 핵심이라고 보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아무리 최상의 배지를 만들었다 해도 씨앗이 오염되거나 불량이라면 좋은 버섯 수확은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지요. 접종이 끝난 후에는 대략 1주일 정도의 발아 과정을 거친 후, 버섯이 1cm 가량 자랐을 때 전체가 균일하게 생육하도록 하기 위해 온도와 바람, 빛 등으로 생육을 지연시키는 억제과정을 10여일 정도 거칩니다. 그리고 송화고 버섯과는 달리, 버섯이 2cm 가량 자랐을 때 이산화탄소 농도를 높여서 버섯의 머리 부분인 갓 크기를 억제하고, 대부분의 성장을 촉진시키기 위해 봉지 씌우는 작업을 하고, 갓 부분이 봉지 윗부분과 일치할 때 수확을 하게 됩니다. 이런 과정을 거친 후 수확된 녀석들은 대부분 진공 또는 반진공으로 자동 포장하여 소비자들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지요. 


팽이 버섯 잘 고르는 방법
이런 보이지 않는 복잡한 과정, 농부들의 정성과 수고를 담아 마트에 올려져 있는 팽이 버섯을 고를 때에는 갓 보다 뿌리 부분의 색을 잘 봐야 합니다. 뿌리 부분이 짙은 갈색을 띠면 신선도가 떨어질 수 있어서 고르지 않는 것이 좋답니다. 그리고 포장 안에 물방울이 맺혀져 있는 것도 좋지 않고, 줄기가 너무 가는 경우에도 신선도가 떨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줄기가 너무 가늘지 않고 전체적으로 가지런하며 상처가 없고 살짝 쥐었을 때 조직이 단단하며 살이 두꺼운 녀석들 위주로 고르면 신선한 팽이 버섯을 만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상상농부 한상기
01sangsang@hanmail.net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53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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