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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리 테마파크’를 꿈꾸며

2022년 7월호(153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2. 9. 23.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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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농업인을 꿈꾸는 청년 농부이야기]

‘베리 테마파크’ 를 꿈꾸며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접한 농업
초등학생 때부터 감나무와 사과나무를 키우시던 부모님을 도와 농사일을 조금씩 해오던 저는 고등학생 때 큰 고민 없이 농업분야로 진로를 정했습니다. 물론 중학생 때에는 주말마다 농장 일을 돕는 것이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어서 농사는 못 짓겠다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지요. 부모님이 노지에서 농사짓느라 항상 땅에 무릎 꿇고, 허리 숙여 일하시는 것이 많이 힘들어 보였는데, 농업에 대해 구체적으로 찾아보니 스마트팜이라는 것을 하면 꼭 그렇지만은 않을 것 같았습니다. 내가 식물에 대해서만 잘 알고, 재배 관련 공부를 열심히 하면 딱히 힘 들이지 않아도 기계들이 알아서 잘 해줄 것만 같았거든요. 하지만 농대생 3년차, 스마트팜의 현실에는 제가 생각지 못했던 부분들이 훨씬 많이 숨어있음을 온 몸으로 실감하고 있습니다.


전문농업인이 되기 위해 지금은 열공 중
저는 영농창업전형으로 대학교에 입학해서 원예학과와 영농창업사업단 수업을 복수전공으로 공부하고 있습니다. 제가 다니는 충남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에는 다양한 전공들이 있지만 농대는 대표적으로 식물을 공부하는 원예학과, 토양이나 미생물에 대해 공부하는 생물환경화학과, 그리고 병해충과 곤충에 대해 공부하는 응용생물학과가 있습니다. 제가 재학 중인 원예학과에서는 식물 생리학이나 유전학 등을 바탕으로 채소, 과수, 화훼 세 가지로 나누어 공부하고 있습니다. 저는 원예를 농업 쪽으로 생각하고 대학교에 입학했는데 동기들 중에서는 꽃이나 화훼로 생각해서 들어온 친구들도 간혹 있습니다. 그 친구들은 휴학을 하고 전과나 편입을 많이 하기도 하더라고요. 
학교 수업뿐 아니라 이미 잘 하고 있는 농가를 방문해서도 많은 것을 배웁니다. 영농창업사업단에서 1년에 5~10회 정도 토요일에 벤치마킹을 가는데 농업인들이 직접 기른 농산물을 활용한 브랜드를 만들어 홍보하고 카페를 창업하는 것을 보며 저도 나중에 어떻게 해야 할지 구체적으로 고민하고 있습니다. 


노지보다 더 신경 써야 하는 스마트팜
3년 정도 학교에서 스마트팜 방식으로 딸기 시설재배를 해보니 노지재배보다 몸이 조금 덜 힘들 수는 있겠지만 신경 쓸 것이 훨씬 많았습니다. 노지에서 과수재배를 하면 따로 물을 주지 않아도 비가 오기도 하고, 토양에는 생물이 살기에 유기물도 나와 초기의 기초비료와 추가비료를 조금씩 주면 됩니다. 하지만 시설재배는 그런 게 전혀 없는 배지에서 작물을 기르기 때문에 항상 물을 챙겨서 주고, 양액(화학비료)의 농도가 잘 맞는지 매일 체크해서 관수를 해주어야 합니다. 더구나 지금은 공부를 하는 단계이다 보니 온습도의 변화나 물을 주는 양의 변화에 따라 작물이 어떻게 성장하는지 매일 확인하고 기록하며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습니다. 


딸기와 산딸기, 베리를 잡아라!!
딸기는 평당 소득이 높은 작물이라 처음 선택해서 키워보고 있는데, 딸기 뿐 아니라 부모님이 재배하시는 산딸기도 시설재배가 가능해서 딸기와 산딸기 중에 어떤 것을 주 종목으로 할지 고민 중입니다. 작년 8월, 마케팅을 위해‘농스타그램’을 시작해서 딸기 재배하는 모습들과 벤치마킹 다니는 일상들을 올리면서 딸기와 부모님의 산딸기를 판매해보고 있습니다. 중간 중간 복숭아와 토마토 잘하는 집도 소개해보았는데, 제 농스타그램 컨셉이 딸기여서 그럴 수도 있지만 확실히 소비자들의 딸기와 산딸기 선호도가 월등히 높다는 걸 알게 되었죠. 나중에 카페를 하더라도 베리류는 활용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서 매력적인 것 같습니다.
딸기를 키우기 전까지는 몰랐는데 사실 손이 정말 많이 가는 작물입니다. 4월부터 9월까지는 육묘기간이고 9월에 본격적인 정식을 해서 12월부터 열매가 열리면 5월까지 수확을 합니다. 육묘를 하는 기간이, 날이 따뜻한 여름이다 보니 벌레가 많이 꼬이고 병해충이 잘 생겨서 방제가 제일 힘듭니다. 그리고 날씨가 덥고 햇볕이 강하면 잎도 엄청 무성하게 자라 늙은 잎을 제거해주는 작업을 거의 매일 해주어야 통풍도 잘 되고 다른 잎들에게 골고루 양분이 갈 수 있게 됩니다. 잎은 광합성을 잘 하라고 남겨두는 것인데 늙은 잎은 광합성 효율이 많이 떨어지거든요. 밥값을 제대로 못하면 빨리 제거해야죠.(웃음)
수확할 때에는 딸기가 쉽게 무르다 보니 기온이 낮은 새벽 3시나 5시부터 수확을 해야 당도도 높고, 확실히 단단한 딸기를 소비자들에게 보낼 수 있습니다. 그렇게 새벽에 딸기를 따는 와중에도 오후에는 딸기 꽃대 하나에 5~6알 정도만 남기고 나머지는 따주는 적과작업도 병행해야 하는 게 손이 많이 가지요.


가장 중요한 것은 최고 품질의 상품
제가 생각하는 농업 철학의 1순위는 무조건 상품의 품질입니다. 올해 의성에서 복숭아 농사를 짓고 있는‘청아한 농원’이라는 농가에 벤치마킹을 갔는데 그분들은 자신의 농산물에 대단한 자부심을 갖고 계시더라고요. 대표님께서는 세상이 빠르게 변하면서 생산단가는 오르는데 농산물 가격은 그대로인 것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자신은 그런 걱정보다는 정말 당도 높고 모양 예쁜 복숭아를 길러내서 자신이 원하는 값을 받을 수 있는 사람, 농장이 되겠다고 하더라고요. 저 또한 그런 부분에 굉장히 공감하며 제 상품을 구매해주신 분들에게 제가 해드릴 수 있는 최고의 보답이 좋은 상품을 보내드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최고의 베리 테마파크를 꿈꾸며
코로나 이전만 해도 인건비가 그리 비싸지 않아서 그냥 딸기를 생산해서 판매하는 것이 일반 농가에서 많이 하는 추세였는데, 인건비가 너무 비싸다보니 아주 큰 평수의 딸기농가가 아니면 체험을 병행해야만 유지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수확 초기에는 딸기를 판매하고 따뜻한 봄이 되면 딸기 수확을 포함한 다양한 체험을 하는 것이지요. 
저는 체험뿐 아니라 카페 겸 식당도 같이 해서 베리류를 시그니처 메뉴로 개발하고, 베리를 활용한 소스를 만들어서 요리에 접목시킨 다이닝까지도 해보고 싶습니다. 한마디로 베리 테마파크를 만드는 것이죠. 그러기까지 더 많은 고민들을 해야겠지만 사람들이 와서 하루 동안 정말 재미있게 놀다 갈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해지고 싶습니다.

 

충남대학교 영농창업사업단 이민재

Instagram@strawbe_l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53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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