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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재해를 보는 지극히 단편적인 시각

2022년 9월호(155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2. 12. 11.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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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호의 에너지와 환경 7]

자연재해를 보는 
지극히 단편적인 시각

80년 만의 기록적 호우
80년 만에 기록적 호우로 인해 서울의 저지대는 잠겨버렸습니다. 동작구의 경우 하루 430mm의 폭우가 쏟아졌고, 시간당 100mm의 강한 비가 내렸는데 물 폭탄이라 불릴 정도로 대단했습니다. 차량이 침수되어 차를 놔두고 떠나는 사람들은 부지기수였고 지하철 역사의 천장이 내려앉아 물이 쏟아지는 등 서울 곳곳이 비 피해로 난리가 났습니다. 이번 폭우는 북쪽 시베리아기단의 찬 공기가 내려와 정체되고 북태평양에서 고기압이 몰고 온 더운 공기와 부딪히며 엄청난 양의 비를 쏟아 부은 것입니다. 한참 강력해야 할 북태평양고기압이 힘을 못 쓰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중부의 상황과는 다르게 남부는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으로 폭염이 지속되고 있었습니다. 이번 폭우는 우리나라 기상관측 사상 역대 급의 폭우였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할 문제가 있었습니다. 우리의 폭우를 바라보는 시점이 다분히 정치적이었다는 것입니다. ‘이전 시장이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다.’, ‘이번 시장이 준비하지 않았다’하며 원인과 결과가 다른 쪽으로 흘러가는 것 같습니다. 물론 당장의 폭우의 피해를 줄이고 미래의 피해를 줄이는 일은 당연히 행정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80년 만의 또는 100년 만의 사건인데 아무리 준비한다고 해서 행정적인 문제가 해결될까요? 아니면 한 세기에 한 번 일어나는 일이 매년 계속된다면, 또는 200년 만의 폭우가 온다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단순히 방어적인 관점에서 준비한다고 해결할 수 있는 일일까요? 그렇다면 근본적인 대책 마련은 무엇이 될까요? 폭우를 정치적으로 보거나 또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중독적으로 좋아하는 K미담과 한국인의 저력, 위기를 극복하는 시민들, 이런 국뽕에 취해 실질적이고 원론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시각이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미국과 유럽의 사상최악의 환경위기
미국 서부 지역에서도 우리나라와 비슷한 비구름이 발생했다고 합니다. 미국 기상청은 8월 14일 캘리포니아주에 폭염 경보, 애리조나주 등에는 홍수주의보를 발령했습니다. 미 언론에 따르면 약 1400만 명이 홍수와 폭염 위기에 놓였다고 하는데요. 홍수주의보 발령 지역에는 8월 12일 돌발적인 홍수로 2명이 숨진 네바다 라스베이거스도 포함됐습니다. 텍사스 남부, 로키산맥 중부에도 며칠간 폭우가 올 것으로 예보되고 있습니다.
일부 전문가는 기후변화 악화로 캘리포니아에 160년 만의 거대 홍수가 올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CNN방송에 따르면 국립대기연구소와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연구팀은 ‘40년 뒤, 1860년대 대홍수를 뛰어넘는 거대 홍수가 캘리포니아를 덮칠 가능성이 높다’며 ‘캘리포니아 태반이 잠길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습니다. 1861년 12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약 40일간 캘리포니아 북부 샌프란시스코, 새크라멘토와 샌와킨밸리에 쉬지 않고 눈과 비가 내려 4000명이 숨졌습니다. 연구팀은 기후변화 때문에 100~150년에 한 번 오는 대홍수가 25~50년마다 더 자주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유럽 이상 기후도 잦아들지 않고 있습니다. 스페인 북동부에서는 고온 건조한 날씨에 들불이 번져 주민 1500여 명이 긴급 대피했다고 AP통신이 8월 14일 보도했습니다. 스페인에서 올 들어 일어난 들불 43건은 지난해 4배 수준입니다.
체코, 폴란드, 독일을 지나는 오데르강에서는 원인을 알 수 없는 물고기 집단 폐사가 2주째 이어져 ‘사상 최악의 환경 위기’라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8월 14일 현재 약 500km 구간에서 물고기들이 떼로 죽었고, 폴란드 구간에서만 죽은 물고기 양이 10t에 달한다고 합니다. 안나 모스크바 폴란드 환경장관은 “폐사 원인을 분석한 결과 수은 같은 중금속 때문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며 “건조한 기후로 오데르강 염도가 높아져 수중이나 강바닥 독성 물질을 활성화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프랑스는 폭염으로 자국 전력의 70% 이상을 책임지는 원자력 발전소의 가동을 일시적으로 줄여야 했습니다. 더위로 높아진 강 수온이 원자로 냉각 과정에서 더욱 따뜻해지자 야생동물 보호를 위해 중단한 것입니다.
독일에선 라인강 수위가 낮아지며 비상입니다. 독일은 러시아산 가스 공급 부족을 완화하기 위해 석탄 발전소를 다시 가동하고 있는데, 석탄 운반에 차질이 빚어졌기 때문입니다. 라인강 공식 수위가 2018년 10월 세운 기록을 깨면서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수위가 얕아지면 석탄을 실을 대형 화물선이 수용 능력의 3분의 1밖에 실을 수 없기에 일어난 일입니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이번 폭염과 홍수의 원인이 자연적인 것도 있지만 그냥 매번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기후변화라는 인식을 확실히 가지고 있습니다. 이 기후변화문제를 아주 심각하게 그리고 진지하게 정책과 산업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다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인해, 러시아로부터 수입하는 가스와 석유등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이중고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원인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더 이상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나온다면?
지난 7월, 저는 업무 차, 독일을 10여년 만에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10여 년 전 방문했던 때와는 시기가 달랐는지 모르겠지만 우중충하고 축축한 분위기의 독일이 아닌 쾌청하고 청명한 하늘을 볼 수 있었습니다. 마치 지중해 나라를 방문한 기분이 들 정도였으니까요. 햇살이 너무 따가워 그늘을 찾아야만 했었습니다. 저는 너무 오래간만에 방문이라 그런가보다 했을 수 있지만 점점 바뀌어 가는 기후 속에서 살아가는 독일 사람들과 유럽 사람들의 눈에는 기후변화가 확실히 문제라는 사실을 그들의 피부로 느끼고 있을 것입니다. 유럽은 법을 바꿔 자동차가 2025년부터 또는 2030년부터 내연기관을 아예 쓰지 못하도록 하고, 현재는 도시에 진입을 하지 못하게 하거나 통행세를 부과하는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유럽에 물건을 팔려는 기업들도 유럽의 기준에 맞춰 환경조건을 충족하지 않는다면 수출도 할 수 없게 만들어 버렸습니다. 물론 당장의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부분도 있지만 미래를 위해서 보이지 않는, 어찌 보면 당장에 효과가 없을 것 같은 일들을 법적으로 행정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빨리빨리 근성으로 무엇인가 행정적이고 법적인 것들을 진행하려면 당장의 효과가 눈에 들어와야 합니다. 결과와 성과를 빨리 내어 유권자의 표심을 잡지 못하면 다음 선거에서는 당선되지 못하기 때문에 결국 눈앞의 성과에 집중한 나머지 시간이 걸리는 정책들은 등한시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번 폭우로 인해 많은 피해가 있었습니다. 이에 따른 행정적으로 당장 할 수 있는 것들은 대심도 터널구축과 예보 시스템 강화 등입니다. 하지만 더 먼 미래적 시각의 기후변화문제를 위해 장기적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매우 부족해 보입니다. 그래서 우선순위를 두고 현재 바로 해야 할 것과 이제까지 기후변화문제 해결을 위해 하지 않았던 일들을 해야 합니다. 당장에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할지라도 말입니다. 100년 만의 대기록이 200년 만의 대기록으로 나올 수 없도록 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는다면 인류가 더 이상 해결 할 수 없는 문제들이 나올 수도 있으니까요.

 

(주)그린휠 최승호
ceo@greenwheel.kr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55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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