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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선물처럼 배달된 물품들코이카 - NGO 봉사단 파견 보따리     

2023년 1월호(159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3. 6. 24.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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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선물처럼 배달된 물품들
코이카-NGO 봉사단 파견 보따리     

 

커다란 택배 상자 하나가 집으로 배달됐다.
누가 보냈을까 의아해하며 수신자로 내 이름이 적힌 박스를 조심스레 뜯었다. 코이카 엔지오 봉사단으로 파견 가는 단원에게 전달된 물품이다. 이민 가방에 담긴 품목 하나하나를 꺼내 살피니 파견기관의 세심한 정성이 녹아있다. 비상약품 세트와 긴급 재난 사항을 대비해서 꾸린 안전물품 배낭 외에도 의류와 수저세트 등의 물품으로 가득했다. 텀블러와 코로나 키트 챙 넓은 모자는 현지 생활에선 없어서는 안 되는 쓰임새 많은 용품이라 기관의 배려가 더욱 뭉클하게 다가왔다. 물품을 받고 나니 파견이 코앞이라는 사실이 피부로 느껴졌다.


‘이제 며칠내로 한국을 떠나 르완다로 나가는구나.’
졸지에 5방의 예방주사를 한꺼번에 접종하느라 왼팔과 오른팔에 나눠 맞았던 자국에서 후끈한 기운이 전해졌다. 12월 3일, 온라인으로만 만나왔던 파견 단원들은 파견식 행사를 위해 명동의 유스호스텔에 모였다. 파견식 행사를 진행하는 KCOC(Korea NGO Council for Overseas Development Cooperation,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관계자들은 따뜻한 마음으로 봉사단원을 맞아 주었고, 최종 교육과 프로그램을 이끌었다. 파견 대륙과 나라별로 조를 편성했는데 우리 조는 모두 르완다로 떠나는 7인이었다. 줌을 통해서 미리 인사를 나눴던 터라 실제로 만나니 더 반가웠다. 파견을 위해 2주간의 교육을 받았는데, 한 주간은 기존에 제작된 영상을 시청하는 것이었고 그 다음 주간은 저녁 6시부터 10시까지 줌 미팅을 통한 실시간 교육이었다. 저녁 먹을 시간도 없이 빡빡하게 진행된 시간이었지만, 현장에서 마주할 상황들을 구체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유익한 배움이었다. 봉사단원으로서의 청렴, 성인지, 기후환경, 국제개발협력 기본 지식에 관한 이해를 기본으로 성공적인 임무수행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시뮬레이션 해봤다고 생각하면 맞겠다.


성인지 감수성을 반복해서 강조하는 것은 외국에서 홀로 지내는 삶이 외로울 수 있다는 것이고 그러기에 동료와 주변 사람과의 적절한 관계 유지에 힘써야 한다는 얘기였다. 강도와 재난 위급사항 발생 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생명이니 귀중품을 내주더라도 저항하거나 대항하지 말라는 말이 인상적이었고, 감당하기 힘들면 중도 포기해도 좋으니 너무 애쓰지 말라는 말도 큰 위로가 되었다. 물론 그렇게 홀로 고립되어서도 안 되고 주변의 동료와 동기들이 서로를 돌봐야 한다는 것은 전제하더라도 말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니 막연한 두려움과 걱정이 사라지고 무언가 구체적인 그림이 그려졌다. 더구나 함께 파견될 사람들을 직접 만나니 반가웠고 일부는 현지에서 이미 봉사자로 활동하며 재계약 과정에 있는 분들이라 우리의 궁금증을 다소나마 해결할 수 있었다. 파견되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청년층이었지만 나를 포함한 일부는 시니어 봉사자로 50살 이상의 경력자들도 있었다. 2023년부터는 나이 제한도 다소 완화되어 만 65세 이하의 건강한 남녀 모두에게 기회가 주어진다. 르완다로 떠나는 우리 조원은 키갈리 수도의 병원에서 근무하게 될 시니어 부부 단원이 있고 나와 함께 같은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선생님이 계셨고 그 외 시내 외곽에서 업무를 담당할 청년여성 3명이었다. 각각 다른 소속기관에 배치되어 일하게 되겠지만 우리는 파견지에서 종종 만나 서로를 격려하며 희로애락을 함께 나누게 될 동료가 될 예정이다.


우리나라는 원조를 받았던 나라에서 이제는 미국에 이어 그 다음으로 해외에 많은 수의 봉사 단원을 보내는 나라가 되었다. 개발이 더딘 나라라고 아무 나라나 봉사 단원을 환영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것이고 한류문화의 파급력이 그만큼 깊다는 것이다. 이제 점점 현장으로 마음의 중심축을 옮기고 있다. 이 땅을 떠난다는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정치만큼은 후진적이어서 민심을 편하게 만들지 못하는 답답함이 안타까울 뿐이다. 우리의 정치가 국민을 평화롭고 평안하게 만들 날이 올 수 있을지? 보호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의 시민에게까지 그 온정이 전해질 날이 올 수는 있을지? 알 수 없지만, 이젠 내게 주어진 지구촌의 자그마한 나라에 마음을 품는다. 


벨기에의 식민지였고, 불어를 공용어로 쓰다가 2000년 이후에는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며, 제노사이드의 참혹한 아픔을 겪으며 공존의 지혜를 모아 아프리카의 싱가포르를 꿈꾸는 나라.


그들이 우리 대한민국을 발전의 모델로 삼듯 우리도 그들에게서 배워야 할 열림과 공존의 가치가 존재한다. 나에겐 아프리카 대륙을 연구하고 르완다의 역사를 배우는 열린 자세가 동시에 필요한 시점이다.  

CMC프로덕션 제작이사/PD 이준구
ejungu@hanmail.net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59>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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