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도 모르는 이웃집 젊은 부부의 편지

얼굴도 모르는 이웃집 젊은 부부의 편지

 

외출하여 돌아와 보니 한라봉 한 박스와 누가 썼는지 모를 조그만 정사각의 편지봉투가 가지런히 식탁위에 놓여 있었습니다. 편지의 내용을 읽어 보니 새 생명이 태어났다는 기쁜 소식이었고, 아기가 울어대고 시끄럽게 하면 이웃에게 피해가 갈까봐 염려하는 마음에서 양해를 부탁하는 이웃집 젊은 부부의 편지였어요. 사실 아기의 부모를 제대로 본 적이 없는데 이러한 편지와 선물을 받게 되니 고맙기도 하고, 한편 이러한 생각을 한 이 젊은 부부가 대견스럽기도 했습니다. 누가 이사를 오고 가는지 모르고 사는 요즘 세상에 이러한 소식을 손 편지로 직접 받게 되니 얼마나 감동스러웠는지요. 아기를 향한 사랑과 부모로서 이웃을 배려하는 조심스러운 마음이 그대로 전달되더군요. 저는 이미 자녀들이 둘 다 성장을 했고 아들도 거의 같은 시기에 딸아이를 출산한 터라 이웃집 젊은 부부에게 더 마음이 갔습니다. 그러다 ‘무엇으로 답례를 하지?’, ‘어떤 의미를 담아서 할까?’ 처음엔 간단하게 아기에게 줄 선물만 생각했던 일이 점점 더 많은 생각으로 이어졌습니다.  

 우리 모두는 자녀들이 성장해서 어떠한 사람이 될 것인지는 모르지만 서로 영향을 주는 상호 의존적인 관계 속에 살고 있습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의 옛 속담이 있죠. 아이를 키우는데 마을, 지역사회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한 아이의 탄생을 백일, 돌, 생일 등으로 축하해 주는 것은 단순한 관습을 넘어 아이의 성장을 기대하고 격려하는 마음의 태도를 갖게 합니다. 한 가정의 대를 이어가는 가족차원에서 출발하여 사회의 구성원으로 자리잡아가도록 관심과 사랑으로 돕는 것이 이웃의 역할이 아닌가 생각하게 됩니다. 얼굴도 잘 모르는 이웃들, 잠시 살다가 이사하면 아무 상관없는 관계들, 누군가를 책임져주며 기대하기엔 너무나 동 떨어진 시대에 이웃의 아기 탄생을 통해서 순간 많은 것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 출산율이 OECD 국가들 사이에서 8년째 저출산 1위를 기록중이라는 뉴스를 모두가 접하고 있습니다. 요즘처럼 아이 낳는 것을 자신들의 수입과 계산하여 결정하는 세대에 우리 이웃의 출산 소식은 참 반가운 것이었고 잘 교육하는 본보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습니다. 아니 이런 편지를 쓸 정도의 정서를 가졌다면,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렇다면 내가 이웃으로서 도울 수 있는 것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있을까? 아기가 좋은 음악을 접할 수 있도록 클래식 음악을 선별해 주는 것과 건강한 음식을 섭취하도록 엄마에게 요리를 가르쳐 주는 일들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잘 만날 수 없는 팬데믹 시대에 태어난 아기에게 활짝 마음을 열고 사람들에게 다가가 이웃과 소통하며 기쁨을 주는 사람이 되라고 아기를 축복하고 싶습니다. 이런 저의 마음을 담은 선물로 엄마가 아기를 키울 때 도움이 될 수 있는 육아책과 산모가 건강하게 마실 수 있는 유기농 도라지배즙을 전달했습니다. 무엇보다 좋은 이웃이 우리곁에 있다는 것이 참 흐뭇했습니다.

 

경기도 군포시 조현선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61호>에 실려 있습니다.

 

 

<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는 

• '지역적 동네'뿐 아니라 '영역적 동네'로 확장하여 각각의 영역 속에 모여 사는 수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스토리와 그 속에서 형성되는 새로운 문명, 문화현상들을 동정적이고 창조적 비평과 함께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국내 유일한 동네신문입니다.
• 일체의 광고를 싣지 않으며, 이 신문을 읽는 분들의 구좌제와 후원을 통해 발행되는 여러분의 동네신문입니다.

정기구독을 신청하시면  매월 댁으로 발송해드립니다.
    연락처 : 편집장 김미경 010-8781-6874
    1 구좌 : 2만원(1년동안 신문을 구독하실 수 있습니다.)
    예금주 : 김미경(동네신문)
    계   좌 : 국민은행 639001-01-5096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