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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색셔츠 검정바지 일본 출근복 후드티 청바지 한국 출근복 사이에 낀 나!!

2023년 4월호(162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3. 12. 16.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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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색셔츠 검정바지 일본 출근복
후드티 청바지 한국 출근복
사이에 낀 나!!

 

일본 도쿄에서 4년 정도 근무하고 2022년 9월말 한국으로 돌아와 한국 IT회사에 다시 출근한지 벌써 4개월이 되어 갑니다. 그런데 저도 모르게 업무를 하면서 한국과 일본을 자주 비교하게 됩니다. 먼저 출근 할 때의 모습, 도쿄에서의 출근 지하철은 조용하고 사람들이 자신의 백팩을 앞쪽으로 매면서까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았는데, 한국에서는 사람들을 밀치는 것은 물론, 가방으로 치기도 하니 당황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한국에서의 출근 첫 날, 저를 더 당황케 만들었던 것은 바로 제 자신의 출근 복장이었습니다. 전 일본인처럼 ‘검정바지에 흰색셔츠’를 입고 출근했습니다. 그나마 변화를 준다고 구두가 아닌 단화를 신고 갔는데 저만 우울한 사람처럼 입고 온 겁니다. 더구나 제 직업이 IT관련업무여서 더 그렇게 느꼈을지 모르겠지만, 다른 직원들은 너무 편한 옷을 입고 있었죠. 후드티에 청바지 혹은 면티에 면바지는 마치 집에서 마실 나온 듯 자유로운 복장이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저도 일본으로 가기 전 한국에서 직장을 다닐 때는 이렇게 입었던 것 같습니다. 일본에서 청바지입고 출근했다가 인사팀에 끌려가 복장을 지적 받은 적이 있었지요. 한국에서까지 이리 입고 출근한 저를 보며 ‘아~ 이젠 나도 일본사람 다 되었구나!’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것뿐만 아니라 회사에서의 문화도 전반적으로 달랐습니다. 물론 개인적 관점이지만요.


일본에서 일을 할 때는 대부분 보고와 회의 중심이었습니다. 자신의 업무와 행동들을 말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캘린더를 사용해 사사건건 다 기록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이 사람이 회사 안에서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있고, 어떤 회의를 했고, 어떤 업무를 언제까지 진행하는지 한 눈에 보고 파악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라도 해야 소통이 된다고 생각해 캘린더를 사용했던 것 같습니다. 거기에 비해 한국은 언제나 채팅을 통해 대화를 할 수 있고 심지어 카톡으로 문서를 주고받을 정도니 (보안이 괜찮을까? 의심해보지만) 소통에 있어서는 좀 더 자유로운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일처리도 빠르고 금방 결과물을 냅니다. 단기 프로젝트와 제품 출시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단, 출시한 후 다시 수정하고 업데이트하는 이런 일들을 반복하지만요. 
하지만 일본에서는 빠른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합니다. 그 예로 프로젝트를 준비하는데 내마와시根回し(과정)라는 것이 있는데 이는 관계자들이 사전협의 및 합의하는 과정을 말합니다. 즉 어떤 일을 진행하거나 실행에 옮기기 전에 서로의 의견을 미리 경청하고 일을 추진함으로 앞서 예상되는 과제와 해결책, 필요한 부분들을 어떻게 획득하고 진행할 것인지에 대한 토론을 합니다. 처음에는 이것이 너무 형식적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한국에 와서 보니 어느 정도는 이런 과정이 필요하고 진짜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고 싶다면, 완성도를 위해 이렇게 해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효율을 따지고 스피드가 빠른 것이 한국기업들의 장점이지만 정말 천천히 생각하며 왜 이 기능을 만드는지 그리고 이 서비스(제품)의 리스크가 어떤 영향을 미치고 대처할지 고민한다면 개발자들도 두 번, 세 번 고생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한편, 한국IT기업에 남자 직원들이 많다보니 전에는 잘 몰랐는데 한 가지 좋은 점은 제가 남자들 사이에서 눈치 보지 않고 자유로이 일을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동료 여자 직원들을 대하다보면 세밀한 부분까지 생각해 이렇게 하면 상대방이 기분 나쁘지 않을까 하는 등의 신경을 써야 하는 반면, 남자들과는 그러지 않아도 되니 ‘아~ 이게 차이인가’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하지만 일본 남자들은 좀 달랐습니다. 상대방의 기분을 나쁘지 않게 하기 위해 유독 조심함은 물론, 수동적인 사람은 수동적으로 하이!만 대답하고 권위적인 사람은 계속 권위적인 것 같았습니다. 이에 반해 한국 남자들은 문제가 생기면 누구나 나서는 편이었죠. 군대를 다녀와서 그런지 ‘안 되면 되게 하라’하는 정신으로요. 토론이나 본인의 이야기를 하는 것도 좀 더 자유로웠습니다. 심지어 상대방에게 상처가 되든 별 상관하지 않고 팩트를 말하며 토론하는 것이 더 시원시원했으니까요. 그러나 그 와중에도 중간에 줄타기 위해 눈치를 보는 문화는 한국이나 일본이나 비슷했습니다. 한국이나 일본 남자들이 모두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닙니다. 분명 개인적 차이는 있을 테니까요.


 이런 두 나라의 직장 문화를 다 경험한 저에게 있어 아직도 적응되지 않는 당황스러운 일들이 있었지만 이제는 한국도 일본도 아닌 좋은 회사문화들을 새롭게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그래서 시도했던 것이 먼저는 채팅으로 주고받는 소통도 중요하지만 모든 업무를 문서화하는 일입니다. 왜냐하면 본인이 부재중이었을 때 그 업무를 다른 사람이 커버할 수 있도록 말이죠. 또한 서로를 배려하게 하기위해 미리 자신의 스케줄을 모두 한 눈에 볼 수 있게 캘린더를 사용하도록 독려 했습니다. 회의 잡기 위해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시간되는지 다 묻느라 불필요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닌, 캘린더만 보면 서로의 빈 시간을 바로 알아 예약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그리고 지금 내가 이 프로젝트를 왜 하는지 동기 부여를 하기위해 기획자가 시나리오를 쓰는 것이 아니라 같이 참여하는 개발자도 짧게 쓰도록 했습니다. 더 중요한 업무의 성과가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묻고 마무리할 수 있도록 입력란도 만들어보았습니다. 당장 행동의 결과가 없을 수도 있지만 모두가 위에서 결정해서 주어진 업무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스스로 생각해 보고 프로젝트에 임한다면 더 책임지고 일을 하지 않을까 싶었기 때문입니다. 여러 프로젝트들을 하면서 각자가 결과를 만들어 내긴 할 텐데 내가 하는 일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가? 이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한국에 와서 그래도 참 좋은 것은 동료들과 같이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좋았습니다. 일본에서는 웬만하면 혼자 도시락(벤또)를 사거나 준비해 온 도시락을 자신의 자리에 앉아 혼밥하는 것이 일상인데 말입니다. 전 여전히 한국 사람인가 봅니다. 점심시간만이라도 서로를 알기 위해 소통은 해야 하지 않을까요?  

 

Data Scientist 김지혜
zion2020kim@gmail.com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62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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