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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아프고, 준비 안 된 독일EU의 내연기관 자동차 퇴출 연기하자?

2023년 4월호(162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3. 12. 23.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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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호의 에너지와 환경 10]

배 아프고, 준비 안 된 독일
EU의 내연기관 자동차 퇴출 연기하자?

 

준비 안 된 독일
요즘 주요 뉴스 중 하나가 방산 분야 수출얘기인데요. 특별히 폴란드가 독일 대신 한국과 대규모 방산 계약을 한 사건입니다. 그런데 폴란드가 독일 대신, 한국을 선택한 이유가 여러 가지 있겠지만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준비 안 된 독일의 공업생산력 때문입니다. 1990년대 냉전종식 이후 가지고 있던 모든 무기들을 다 팔아버리고, 탱크 같은 중공업 제품의 생산라인을 닫아 버린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렇다고 모두 닫은 것은 아니지만, 신규 제품 개발은 대규모가 아닌 소량으로 가내 수공업 정도의 생산력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현실적 요구인 신규 생산라인의 대규모 증설과 투자는 요원해 보이는 실정입니다.
독일의 공업생산력은 특정 분야가 아니면 기존의 시설을 이용한 생산에 그치고, 대규모 사업을 통한 매출 증대와 시장 선점은 먼 나라 이야기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유럽피언 드림을 표방하며 자연과 공존하고,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적절한 워라벨을 이루며 평화롭게 살면 문제될 것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이런 평화로운 분위기가 아닌 위기로, 전력을 다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습니다. 방산 분야에서 이번 우러전쟁으로 인해 그렇고, 기후변화에서는 친환경 차량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이상해진 EU
유럽연합(EU)은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35년부터는 내연기관차의 판매를 금지하려는 결의를 하고자 했습니다. 그런데 몇몇 국가들이 이를 반대하며 억지를 부리고 있는 실정인데요. 일단 핑계를 대는 부분은 코로나19 때문입니다. 이로 인한 원자재 공급 불안정과 중국의 전기차 시장의 장악이 자동차 강국인 유럽의 지위를 위협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이에 선봉으로 반대한 곳이 다름 아닌 친환경 국가를 자청하는 독일이었습니다. 2022년 7월 21일 EU가‘2035년 내연기관차 폐지’방침에 크리스티안 린드너 재무장관이 반대 입장을 내어놓았고, 2022년 7월 27일은 하벡 경제부 장관명의로 전기차 보조금을 단계적으로 줄이고, 최종적으로 완전히 삭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유럽의회는 2022년 7월 8일 2035년 내연기관 탑재 신차판매를 금지했지만, 찬성 339표, 반대 249표, 기권24표였습니다. 이러한 결정은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당장의 경제위기와 우러전쟁으로 인한 재정적인 압박으로 예상됩니다.

배가 아파 반대 중
독일과 유럽 국가들이 전기차 시대에 제동을 거는 이유 중 첫 번째는 중국과의 패권 전쟁이 있습니다. 2018~2021년 중국, 유럽, 미국, 한국, 일본 등 5개국의 자국 내 전기차 판매비중에서 중국은 47.5~65.7%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국회예산정책처, 친환경자동차지원사업분석 2022) 또한 중국은 지난해 전세계 전기차 신차 판매량 중 57.6%를 차지했습니다. 물론 자국 내 판매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지만 말입니다. 두 번째는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팩 역시 중국을 필두로 아시아 국가들이 독식하는 상황입니다. 1~10위 배터리 회사 중 중국 업체 6곳, 한국 3곳, 일본 1곳 순입니다. (SNE리서치 2022) 점유율로는 중국이 48.6% (중국 CATL이 32.6%), 한국이 30.4%, 일본이 12.2%입니다. 그리고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광물 중 리튬은 호주 48.1% 칠레 26% 중국 16.1%로 3개국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미국지질조사국 USGS)
이렇게 중국기업이 원자재부터 배터리, 전기차까지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데 정통 자동차 명가인 독일을 필두로 유럽업체들은 여전히 잰걸음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이에 걸맞은 제동은 유럽으로서는 이해가 가는 부분입니다. 결국 독일의 경우 전기차 혜택을 축소하고 있습니다. 독일은 4만유로 이하인 전기차에 지급하던 보조금 6000유로를 올해 2023년부터 4500유로로, 2024년부터는 3000유로로 줄인다고 합니다. 보조금 정책에 가장 민감한 국내 모델은 현대의 아이오닉5와 기아의 EV6입니다.

출처-아우디


독일의 믿는 구석
이런 반대의 이유에 독일 또한 복안이 있습니다. 바로 ‘e퓨얼’을 사용하자는 것입니다. e퓨얼은 수소와 탄소를 합성해 만드는 연료로, 가솔린, 디젤처럼 기존 엔진차에 넣어 쓸 수 있습니다. 배출가스가 나오기는 하나 연료를 만드는 과정에서 공기 중의 탄소를 포집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탄소중립’이 달성된다는 주장입니다. 독일 교통부 장관 폴커비싱은 “기후 친화적인 e퓨얼의 사용이 영구 허용돼야한다.”는 글을 여러 차례 올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e퓨얼은 높은 생산비용과 낮은 에너지 효율로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독일 정부는 엔진 자동차를 포기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e퓨얼에 약 2조원의 예산을 투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독일 포르셰는 e퓨얼 생산 공장을 칠레에 건설했습니다. 한마디로 말해 엔진자동차의 지위를 버리지 않겠고, 그것을 빌미로 정부와 EU에 압력을 넣고 있는 실정입니다.
다만 독일을 필두로 한 유럽 국가들의 반발에도 친환경차 그리고 전기차로의 전환은 큰 흐름으로 바꾸기 어렵다는 쪽에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북유럽을 중심으로 강력하게 2025년부터 내연기관 판매를 금지하고 있으며 오히려 이번 친환경 정책을 통해 차량의 교체와 교통문제 해결 나아가 에너지 문제까지 해결하려는 방향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출처-아우디


독일에 바라는 점
2016년 178개 당사국이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파리협정’에 서명한 이후 각국은 녹색 신재생 에너지를 촉진하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며 지속가능한 경제성장 모델로 전환하는 것이 국가의 중요한 정책이 되었습니다. 이에 네덜란드와 노르웨이는 2025년부터 화석연료차의 판매금지를 시작하였습니다. 독일과 프랑스는 이보다 늦은 2035년에는 화석연료차의 퇴출로 EU전체의 방향을 이끌어 가야 합니다. 우러전쟁으로 유럽의 방위를 위해 국방비를 2%로 올리고 재무장을 선언한 것처럼, 새로운 경제 동력을 만들어내고 신규 시장을 창출해내는 아이디어를 독일에서부터 시작해야할 것입니다. 우선 독일시장에서 타국의 전기차 제품들이 판을 치겠지만, 자국산 차량에 대한 지원정책을 늘리고, 미국처럼 독일생산, 유럽생산에 인센티브를 준다면 분명히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현재 엔진과 트랜스미션 분야의 인력을 재교육해서 배터리와 전장교육을 강화하며, 신규인력채용은 친환경자동차 분야의 모집에 역점을 둔다면 지금과 같은 몽니를 부리지 않고도 기존 브랜드에 충성하는 고객들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또 배터리 분야에 문제가 있다면, 현재 중국이 견제된다고 하니 한국 업체와 협력하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가 될 것입니다. 만약 한국에서 수입하는 것이 문제가 된다면, 한국 업체의 유럽공장을 지원하고 독일과 유럽 생산인력을 투입할 수 있다면 고용문제와 가격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요소가 될 것입니다. 다만 이런 중요한 시점에서 기존의 지위를 내려놓는 결단은 바로 담당자들의 문제이며, 의지가 있지 않다면 기회를 놓치게 될 것이고 결국 우려하는 대로 중국판이 될 것은 자명합니다. 부디 독일의 책임 있는 당사자들의 옳은 결정이 있길 바랍니다.

 

 

(주)그린휠 최승호
ceo@greenwheel.kr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62>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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