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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과 대학을 살리는 유학생

2023년 9월호(167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4. 6. 3.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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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너와 나의 이웃이야기 10]

 

지방과 대학을 살리는 유학생

 

한국의 유학생 도입과정은 경제개발계획과 아울러 정부 초청 대만 유학생이 유입되기 시작한 1965년에서 1979년을 제1기로 본다. 제2기인 1980년에서 2003년에는 86아시안 게임과 88올림픽, 92년 한중 수교 등으로 인한 국격 상승과 선호도가 증가하면서 유입국과 유학생 수가 폭증하였다. 그 후 2010년까지 5만 명 유치를 목표로 ‘Study Korea Project’를 진행했으나 초과달성으로 8만 3천여 명을 유치하여 일본을 제치고 세계 10위권의 유학생 유치국이 되는 쾌거를 달성했다. 당시에는 중국 유학생이 급증하여 전체 유학생의 약 80%를 차지할 정도였다. 2020년부터 현재에 이르는 제5기에는 20만 명에 달하는 유학생을 유치하게 되었고, 이 가운데 베트남 유학생이 급증하고 생계형 유학생이 증가하는 등 유학생 판도에도 많은 변화와 도전이 찾아왔다(지문선, 2023).

한국의 유학생 정책 목표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우수인재를 유치하여 한국의 경제와 사회발전에 기여하도록 한다. 둘째, 한국의 문화와 언어를 알리고 한국의 위상을 높인다. 셋째, 유학생들이 한국에서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러한 한국의 유학생 정책으로 유학생들은 한국의 대학과 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한국의 경제와 사회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엄정하게 보면 한국은 유학생 정책을 통하여 이루고자 하는 국가적 거대 목표가 명확하지 않다. 미국은 세계 재패라는 목표 하에 세계 최고의 유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일본도 일본어의 세계화라는 목표 아래 현재 경제가 어려워도 전 세계에 일본어 확산을 위해 노력하는데, 한국은 앞서 말한 하위 목표만 있을 뿐 궁극적인 국가 비전을 제시하지 못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현재 대학들도 대학 존폐의 위기 앞에서 살아남기 위해 유학생을 유치하고 관리하기에 급급한 실정인 것이다. 
이러한 무분별한 유학생 유치는 폐단을 부르기도 한다. 베트남 유학생들의 80%가 불법 브로커를 통해 입국하는데 정식 유학원을 통하지 않고 브로커를 통하면 목돈이 들지만 서류준비를 대행해주고 시간도 단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서울신문.23.01.04). 베트남보다 한국에서 훨씬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애초에 돈을 벌기 위해 가짜 학생 서류로 유학이나 어학연수 비자로 입국하는 경우도 있다. 공부에 뜻이 있다 하더라도 브로커에게 건넨 목돈은 빚이 되어 정상적인 유학 생활을 어렵게 만들고 돈을 벌어 빚을 갚기 위해 불법 취업을 하게 된다. 이러한 취업 활동으로 인해 학습량이 부족해지면 학교 수업을 따라가지 못해 중도 이탈률도 높아진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애초에 유학생 선발 절차에서 비합리적인 업무를 간소화하고 유학 관련 정보 접근이 용이하도록 하며, 학습 의지나 언어 능력을 확인하는 선발 시스템을 필히 정비할 필요가 있다. 

한편, 존폐위기에 놓인 지방대를 살리기 위해서는 유학생 유치만이 답인 것처럼 유학생의 질을 따질 겨를이 없이 되는대로 머리수만 채워서 대학을 채우는 것은 유학생 정책 기조인 인재 유치는커녕 속빈 강정이 될 우려를 낳게 된다. 유학 생활, 즉 배움은 뒷전이고 아르바이트와 경제활동에 주력하는 현실이 심심찮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법무부에서 유학생 신분으로 입국해 수업은 야간에 듣고 낮에는 유학생들에게 허용된 주당 25시간(한국어 능력에 따라 최대 30시간)을 초월하여 일하면서 돈을 버는 ‘편법 취업’을 막기 위해 저녁 6시 이후의 야간수업에 유학생들의 수강을 금지하고 야간수업을 들으면 체류 허가가 제한된다는 발표를 한 적이 있다. 이와 같은 지침은 유학생을 잠재적 불법 취업자로 보는 시각으로 유학생으로 들어와 수업은 듣지 않고 취업해 돈만 번다는 것이다. 이 지침은 실질적으로 학사관리와 취업연계 노력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는 유학생들의 현실을 외면한 것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 지침으로 유학생 비중이 높은 지방대학을 중심으로 교육의 혼란이 발생할 수 있고, 낮 동안에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유학생들로 인해 지방 경제가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는 것과 유학생들은 왜 주경야독하면 안 되는가라는 반박기사까지 나왔다. 새 지침대로라면 낮에 돈을 벌기 어려워져 결국 학교 이탈이 많아지고 대학도 등록금을 받지 못해 재정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
  
좋은 유학생을 한국에 유치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졸업 후 좋은 일자리에 취업할 수 있게 하는 것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즉, 유학 후 취업률이 유학 유치를 좌우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의 취업률은 너무 낮은 편이다. 현재 국내 외국인 박사의 62%가 학위를 따고 본국으로 돌아간다(한국직업능력연구원.2022.02.23).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 분야에서는 무엇보다 인재 확보가 우선이다. 반도체, 인공지능, 에너지 등 첨단 분야에 석박사급 인재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대학의 사활(死活)은 대학의 문제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지역의 문제로 확산되어 지역 낙후, 노령화, 지역에 필요한 인력 충원과 인재 양성 문제 등 다양한 방면에서 지대한 영향력을 가진다. 학령인구가 줄어들고 지방소멸이 이슈가 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인구 문제와 함께 인력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풀 수 있는 것은 유학생 유치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약 대학의 생존을 위해 유학생을 이용하는 수준의 행정에 머문다면 이는 또 다른 문제를 야기 시키는 독(毒)이 되고 말 것이다. 한 대학에서 내건 슬로건처럼 ‘학생 중심, 취업 중심’의 분명한 로드맵으로 지방과 대학이 상생할 수 있는 정책과 지침을 바란다. 

 

 

군포이주와 다문화센터
김강남 사무국장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67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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