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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기다린 건강한 땅의 힘, 농업을 넘어 미래 콘텐츠로 ‘그래도팜' 원승현 대표

2023년 9월호(167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4. 6. 16.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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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 기다린 건강한 땅의 힘, 
  농업을 넘어 미래 콘텐츠로!
‘그래도팜’ 원승현 대표

 

 대학에서 프로덕트 디자인을 공부하고 기업에서 브랜드 디자이너로 활동하던 청년은 2015년, 돌연 토마토 농사에 뛰어들게 됩니다. 토마토 농장에서 농업의 미래 콘텐츠를 발견해 다양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그래도팜’의 원승현 대표를 만나보았습니다. 

오랜 기다림이 만들어낸 
                      가장 기본적인 철학과 가치
 강원도 영월, 맑은 주천강이 흐르는 길을 따라 산 아래 굽이진 길을 천천히 걷다 보면 예상치 못한 감각적인 주황빛 공간이 나타나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누구나 한 번쯤 들어가고 싶게 하는 이곳은 토마토 농사와 체험, 교육 프로그램이 함께 운영되고 있는‘그래도팜’의 복합문화공간입니다.‘그래도팜’은 1983년 설립 이래로 40년이 넘게“농민은 땅을 살리고, 살아 있는 땅은 농작물을 이롭게 키우며, 이롭게 자란 농작물은 사람을 건강하게 살린다.”는 철학을 바탕으로‘땅을 살리는 농사’를 짓고 있는 유기농 전문 농장입니다. 2015년 이직을 위해 잠시 쉬면서 부모님이 계신 영월 본가에 내려왔던 원승현 대표는 부모님과 이야기를 나누다‘브랜드’로서 부모님의 농업을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부모님은‘원농원’이라는 이름으로 1,800여 평 부지에서 유기 농사를 해오셨어요. 저는 그때까지만 해도 농장에는 관심이 없었죠. 그런데 성인이 되고 부모님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사람이 먹는 것’을 만드는 농사의 기본을 지키기 위해 타협 없이 올곧게 이어 오신 부모님의 30년 세월이 다시 보였어요.” 
 원승현 대표의 부모님은 수십 년의 세월 동안 농사를 지으며 한계에 부딪힐 때마다 “그래도 해봐야지” 하시면서 쉬운 길보다 어려운 길을 지켜왔습니다. 원승현 대표는 바로 이 지점에서“그래도”에 응축된 부모님의 삶과 가치를 발견하게 됩니다. 농사를 짓는 부모님의 삶이 바로 브랜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입니다. 그렇게 그는 농사에 대한 아버지의 철학을 담은‘그래도팜’이라는 브랜드를 구축해 자신의 농사를 시작했습니다.
 
농사의 기본을 만드는 단단한 힘, 토양과 종자 
원승현 대표는 농사에 뛰어들면서 가장 먼저‘흙’과‘종자’에 대해 공부했습니다. 토마토에 흠뻑 빠져 토마토 농사를 배우다 보니 주목하게 된 것이 바로‘흙’, 토마토가 자라는 근간이 되는 토양입니다. 원승현 대표는 대부분의 시간을 퇴비 만드는 데 쓸 만큼 토양 관리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토양을 잘 다지지 않으면 좋은 토마토가 나올 수 없습니다. 유기농업은 농약을 주지 않는 것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좋은 영양을 줄 수 있는 토양을 필요로 해요. 땅속에 좋은 미생물이 활동할 수 있도록 건강한 퇴비를 만들어야 해요. 퇴비는 숙성하는 데만 최소 7개월이 걸리는데, 참나무 껍질과 미생물, 계분 등을 섞어 버무린 뒤 삭힙니다. 이렇게 오래 삭힌 퇴비는 검은빛을 내면서 양분이 가득한 좋은 냄새가 나지요. 오랜 기다림 끝에 얻은 발효된 퇴비는 땅의 체질을 건강하게 바꿔주는 역할을 합니다.” 
 좋은 토양과 함께‘그래도팜’에서 집중한 것은 바로 토마토의 다양성입니다. 원승현 대표는‘농산물의 차별성은 농장의 가치와 특질을 담아내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토마토를 연구하다 보니, 생각하지 못했던 다양한 품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무엇보다 토마토에 가치를 부여하기 위해서는 우리 농장의 개성을 담은 토마토를 길러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 개성은 바로 토양과 종자였죠.” 

그래도팜의 토양전시실 쏘일갤러리(Soil Gallery)


 ‘그래도팜’에서는 열매에서 직접 받아낸 씨로 토마토를 길러내는 에어룸(Heirloom) 토마토를 30여 가지 재배하고 있습니다. 열매에서 직접 받아낸 씨로 번식하면 생산성이나 효율성은 떨어지지만 형질이 유전되기에 지역의 풍토가 반영되고 그 지역 그 종자만의 차별화된 맛을 낼 수 있습니다. 특히 이런 방식은 자신의 종자를 가지고 있기에, 현재 심각해지고 있는 종자전쟁에서 농업의 핵심인 종자 권리를 스스로 가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즉, 100개의 농장이 있으면 100개의 개성 있는 농산물이 존재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는 농장 특유의 특징을 담은 토마토를 생산해 가치를 높입니다.‘그래도팜’에서 기르고 있는 에어룸 토마토는 핑크범블비, 몬세라트, 시칠리안 토게타, 바바나레그 등 이름만큼이나 다양한 모양과 크기, 색을 가지고 있어 보고만 있어도 재미있습니다. 이 외에도 에어룸 토마토는 아니지만 20년 넘게 키우고 있는 그래도팜의 시그니처 토마토는 건강한 흙에서 자라 향에서부터 탄탄하고 신선한 기운이 느껴지는데,‘기가 막히게 맛있는 토마토’라는 소비자 후기를 참고해‘기토’라 이름 붙여졌습니다. 
 “보통 우리는 농산물이 맛있다는 이야기를‘당도’를 기준으로 할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토마토는 달콤한 맛 뿐 아니라 시큼한 맛, 부드러운 맛, 스모키한 맛 등 종류만큼이나 다양한 맛을 가지고 있죠. 그래서 토마토 맛을 이야기 할 때는 맛보다‘향미’라는 표현이 어울립니다. 복합적인 향이 조화를 이루어 풍부한 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기 때문이에요.” 
토마토를 한 알 따서 맛보니, 신선한 자연에서 나는 풋풋하고 맑은 향이 코끝에서부터 입안으로 가득 밀려왔습니다. 맑은 흙 향기, 오랜 시간을 기다린 깊은 달콤함입니다. 

 지속 가능한 농업 콘텐츠로 만들어가는 내일  
 원승현 대표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다양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소비자 경험형 브랜드‘토마로우(Tomarrow)’를 만든 것입니다.‘토마로우(Tomarrow)’는‘토마토(Tomato)’와‘내일(Tomorrow)’을 합쳐‘지속 가능한 내일의 토마토’라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이를 위해 토마토를 체험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을 마련했습니다. 이 공간에서는 토양과 농작물의 다양성에 대해서 직접 보고 듣고 느끼며 체험하고 맛볼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이 이루어집니다. 
 ‘토마로우 인사이트 트립’프로그램에서는 토양의 중요성과 다양한 토마토가 주는 매력을 맛볼 수 있습니다. 그래도팜의 토양 전시관에서 건강한 땅과 흙을 체험하며, 다양한 에어룸 토마토를 먹어보고 기록하면서 자신의 토마토 취향을 찾아볼 수도 있지요. 토마토를 가지고 창의적인 방법으로 피자를 직접 만들어 보거나 다양한 메뉴를 음미하면서 토마토의 깊은 풍미와 향도 느껴볼 수 있습니다.‘토마로우 플레터’프로그램에서는 토양전시관, 발효퇴비장, 토마토밭 관람을 관람하여 건강한 땅과 흙을 체험하고, 토마토 플래터를 맛보며 자신만의 반려 토마토 씨앗 심기를 통해 나만의 토마토 취향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플레이버 오브 토마로우’에는 40분간의 도슨트 투어로 전시장을 관람하고 다양한 토마토 품종별 설명을 들으며 그에 맞는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해 특별한 미식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각각 다른 품종의 토마토를 맛볼 수 있는 인사이트트립


 소비자 취향에 맞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동시에 땅과 흙에 대해 배우는 전시관과 퇴비장, 토마토밭 투어는 빼놓지 않았습니다. 토양과 다양성 문제를 해결하는 데 소비자의 역할이 크기 때문입니다. 경험을 통해 소비자가 땅에 대한 지식과 토마토의 풍부한 매력을 체험할 뿐 아니라, 함께 고민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이 같은 마음이 오롯이 전달되었는지, 반응도 폭발적입니다.
“다양한 분들이 참여하고 계신데, 반응은 생각보다 더 뜨겁습니다. 가족이나 단체, 미식에 관심이 높으신 분들이 지인들과 함께 방문하시는데요. 시큰둥한 표정으로 지인을 따라 오셨던 분들도 경험하신 후에는 세상에 이런 서비스가 있었는데 왜 몰랐냐며 즐거운 마음으로 돌아가시곤 해요. 이런 소비자와의 만남을 통해 에너지를 받고, 또 나아갈 힘을 얻어요.” 


 농업을 넘어 문화콘텐츠로 
 ‘그래도팜’의 행보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습니다. 여러 분야의 작가, 브랜드와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토마토’를 콘텐츠로 만드는 작업을 다채롭게 이어가고 있습니다. 디자이너와 협업해 만든 오브제, 보드게임용 업사이클링 플라스틱 등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것뿐 아니라 팝업스토어를 기획해 새로운 시도를 끊임없이 이어가는 중입니다. 작년 말에는 서울 성수동에 팝업스토어를 열어 소비자들을 직접 만났고, 올해 6월에는 오뚜기와 협업하며 오뚜기의 브랜드 경험 공간‘롤리폴리꼬또’에서 팝업 전시를 진행하며 고객과의 접점을 넓혔습니다. 토마토를 콘텐츠로 다양한 문화적 접점을 만들며 뻗어 나가고 있는 것입니다.
“농사를 시작하면서 흙의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오랜 시간 공을 들였던 것처럼, 브랜드를 통해 토마토를 넘어 농업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요. 다양성을 담은 토양에서 토마토와 농업이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 발전하는 에너지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농업을 넘어 문화콘텐츠로 나아가는‘그래도팜’은 오늘도 멈추지 않고‘내일의 토마로우(Tomarrow)’를 그리고 있습니다. 농업을 바라보는 새로운 눈으로 자신만의 다양성을 만들어 내며 힘차게 걷고 있는‘그래도팜’의 행보가 우리 농업의 단단하고 건강한 토양으로 깊이 뿌리내릴 것을 기대합니다. 

그래도팜 원승현 대표
강원 영월군 주천면 서강로159-26
http://www.tomarrow.com @tomarrow1983 
사진제공-그래도팜,  농식품소비공감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67>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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