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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장! 레드카드 받은 인류

2023년 9월호(167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4. 6. 16.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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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호의 에너지와 환경 13]

퇴장! 
레드카드 받은 인류

 

이미 받았던 옐로우카드
축구에서 옐로카드를 받고 나서, 한 번 더 반칙을 하면 레드카드를 받습니다. 주변 동료부터 시작해서 주장까지 모두 심판에게 달려가, 이번 건은 아니라고 변명을 하거나, 한 번만 봐달라고 사정을 하기도 하죠. 하지만 심판도 보고, 관중도 보고, TV로 중계된 명백한 상황이라면 확실한 퇴장! 레드카드가 됩니다. 불쌍하지만 말이죠. 그런데 이번 여름, 바로 그 레드카드를 지구는 인류를 향해 높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전에도 경고를 미리 받아 놓은 상태였습니다. 옐로우 카드를 한 번만 받은 것이 아니라 여러 번 받았고, 수차례 경고의 신호가 있었지만 인류는 그 경고를 무시했습니다. 그리고 감독이나 팀의 주장 같은 국제기구들의 주의도 무시를 했습니다.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는 1997년 ‘교토의정서’는 채택해 2005년 발효하였으나 미국과 중국, 인도 등 온실가스 대량배출국들은 빠져버렸습니다. 2015년 다시 파리에서 열린 회의에서는 ‘파리기후변화협정’을 채택하였으나 또 미국이 탈퇴해버렸습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당사국총회의 195개국은 세계온실가스 배출량의 90%를 차지합니다. 이 협정은 산업화 이전 수준대비 지구 평균온도가 2℃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온실가스 배출량을 단계적으로 감축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기후변화를 위한 배출량 감소정책은 마치 조별과제처럼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그러나 무엇인가를 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게 하는 지경에 이르렀고 드디어 그렇게 시간을 보낸 결과 결국 종국의 시작점을 보게 되었습니다. 드디어 조별과제 발표날이 되었고, 받은 것은 레드카드, 즉 퇴장입니다. 이제는 아무 손을 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겸허히 현 상황을 받아들이는 일들만 남았습니다. AI 조차도 인류는 기후변화를 해결할 수 없다고 한 상황입니다.

지구 작열화시대
2023년 7월27일 안토니우 쿠테흐스 유엔사무총장은 “지구온난화(Global Warming) 시대는 끝나고 끓는 지구(Global Boiling) 시대가 시작됐다.”고 말했습니다. 어떤 학자는 끓는 지구보다는 더 뜨거운 감각을 위해 작열화(灼熱化, 불 따위가 이글이글 타오름) 시대라고 표현을 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말을 한다고 해서 이게 무슨 뜻인지 알지 못하고 깨닫지도 못합니다. 이것은 레드카드입니다. 손을 쓸 수 없다는 표현이고, 뜨거운 곳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속에서도 기후변화의 인류개입에 대한 반대론자들은 어차피 기후는 주기적으로 변하는 것이고, 올해는 엘리뇨 현상으로 인해 더위가 심할 뿐이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점점 감당할 수 없는 더위로 들어가고 있으며 세계 각국의 일기예보는 매일같이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습니다. 호우가 집중되어 반년간 내릴 비가 6시간 만에 쏟아지는가 하면 태풍의 크기와 파워는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초강력 태풍들의 연속이 되어버렸습니다. 또한 뜨거운 날씨로 인한 산불은 북미와 하와이를 덮쳤습니다. 이것을 그냥 ‘기상 이변이다.’하고 치부해버리고 싶지만 통제하고 있다고 생각되었던 기상관측은 이제 모든 차트와 예측을 붕괴시켜버렸습니다.


보기 싫은 성적표, 온도 관측표 
기후변화 감시 기구가 7월 중순까지 온도를 측정한 결과 관측 이래 역대 최고치를 경신해버렸습니다. 이 수치모델은 단순히 그래프를 벗어났다가 아니라 전혀 다른 수치가 표시되며 그간의 모든 패턴들을 무시해버리는 결과를 맞이했습니다.
아래 그래프를 보시면 더욱 이해하시기 쉬울 것입니다. 2023년은 붉고 굵은 색으로 표시된 부분입니다. 그리고 점선으로 된 선은 1900년대의 평균 보다 1.5도 높은 선입니다. 여기서  2023년 온도 그래프의 5월(May)과 6월(Jun)사이, 그리고 6월(Jun)과 7월(Jul)사이에 1.5도를 넘은 것이 보일 것입니다. 1.5도는 얼마 되지 않는 온도처럼 보이지만, 예를 들어 에어컨으로 큰 집의 온도 1도를 내리기 위해서는 엄청난 전기세를 물어야 할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지구 온도 1도가 올라간다는 것은 히로시마 원폭 2,800만개가 바다에서 동시에 폭발하는 수준이라고 합니다.(국종성 포항공대교수) 이제 이 변화는 막을 수 없는 수준이 되어 버렸습니다.

더 이상 ‘그냥 좋아지겠지’는 없습니다. 지난 호에 쓴 대로 우리나라는 에어컨이 있으니 더우면 틀면 되지만 에어컨 없는 나라(유럽에는 대부분 집에 에어컨이 없음)와 도시들은 더위에 죽어갈 것이며, 반대로 겨울에는 감당할 수 없는 추위로 다가올 것입니다. 벌써부터 유럽 북쪽은 추위가 시작되었으며, 남유럽과 지중해는 40도를 넘고 있습니다. 이제 누군가의 노력과 애씀은 소용이 없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플라스틱 빨대를 쓰지 않고, 분리수거를 하며, 에어컨 온도를 올린다 해도, 그리고 아무리 전기차를 많이 타도 이제 상황은 변화시킬 수 없게 되었습니다.

서양문명의 종말에서
왜 서양문명의 종말인가? 온난화의 증거는 가까운 과거로는 산업혁명이 될 수 있습니다. 산업혁명 이후 화석연료인 석유는 인류의 에너지원이 되었으며 무분별한 개발과 사용으로 인해 뒤에 무슨 일이 파생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사용해버렸습니다. 그냥 사용하기 편리하니 사용한 것이죠. 그러나 한 세기가 지난 오늘날 그렇게 발생한 온실가스는 태양복사에너지를 지구에 가두었고 지구의 온도는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물론 과학기술의 하나의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한 노력을 폄하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로 인한 인과관계를 해결하고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하거나 사용하지 않는 구조를 만들어 내지 못함으로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자면 포장지가 있는데요. 제품이나 식품의 포장지는 제품을 보호하는 기능과 마케팅, 그리고 설명하는 기능이 있습니다. 그러나 내용물을 사용하고 나면 포장지는 버려야 하는데 플라스틱이나 비닐이 되었던 이걸 버리게 되고, 수거하지 못하고 땅에 버려지게 되면 500년이 걸려야 썩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수거한다고 치면 우선 태우게 되는데, 태우면 대기 중에 다량의 다이옥신, 이산화탄소 등의 물질을 배출하게 됩니다. 재사용 한다고 하더라도 생산에 들어가는 에너지와 수많은 공정에서 이산화탄소와 여러 물질들이 나오고 다시 이것을 수거하고 사용하는 기간 동안 에너지는 들어가게 되는 것이죠.


이쯤 되면 그게 어쩌란 말이냐는 얘기를 할 텐데요. 바로 그 상황이 지금 지구의 기후변화 상황의 현주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서양문명이 쌓아 올린 문명의 기초위에 그 삶의 방식대로 살아가고 있으며, 이것을 유지하기 위한 에너지와 물질들은 쓰고 배출하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삶 자체가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극단적인 예로 많은 영화에서 보았듯이 인류의 절반을 없애야 한다거나 아예 인간을 제거 해야한다라고 하며, 인간이 없어지면 지구의 자정작용을 통해 자연적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이 방법밖에 없는 것일까요? 영화를 보셨던 여러분들은 무슨 답을 내놓으실 수 있을까요? 2023년 여름, 우리는 레드카드를 받아들었습니다. 

 

㈜그린휠 최승호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67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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