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현해탄을 건너 찾아간 일본친구 - 곤니치와! 유코 & 후미요!

여행/일본 규슈 공동체여행기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7. 6. 14. 14:18

본문

 

[새롭게 만난 일본]

 

현해탄을 건너 찾아간 일본친구
           - 곤니치와! 유코 & 후미요!

 

  “파스포또 쿠다사이!”(パスポートください, passport주세요!) 10년 전 일본을 처음 방문했을 때 들었던 첫 마디! ‘파스포또’때문에 당황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대학 졸업 후 일본 자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 채, 2년간 실버센터에서 사회복지사 연수생활을 했었지요. 일본사람은 나쁘다라는 고정관념 속에‘내가 왜 한국노인들도 잘 섬기지 못하는데 일본노인을 섬기지? 그냥 돌아갈까?’이런 갈등 속에서 지내던 어느 날, 한 일본 할아버지의‘잘못했다’는 고백이 저를 2년 동안 일본에 머물게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일본어가 한국 사투리처럼 친숙하게 들리게 된 시점에 단지 일본어를 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번 일본여행의 목적인 '하나된 아시아' 정체성을 목적으로 하는 공동체 여행을 기획하는 실무자가 되었습니다.

 

  먼저, 이번 여행에서는 일본사람들을 직접 만나 대화하고, 실제 삶을 보기 위해 호텔이 아닌, 민간 집을 알아보면서 큐슈의‘히가시소노기’라는 작은 시골 마을에 있는 숙소를 찾게 되었습니다. 집주인인 유코상은 농부이자 요가와 영어 선생님으로 자신의 집을 웹 사이트에 소개했는데 무려 21명이나 되는 저희를 받아주었지요. 그녀의 집은 옛날 일본 집으로 좁은 화장실과 낮은 천장, 2층으로 올라가는 삐그덕거리는 나무 계단 뿐 아니라 침구류와 식기 등 많은 것이 부족했음에도 불구하고 유코상은 여느 내성적인 일본인들과 달리 적극적이었습니다. 왜냐하면 내가 아는 보통의 일본인은 자신이 할 수 있는 그 이상의 일을 벌이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지요.‘내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면 어떻게 하지?’라는 걱정 때문에 우리 집이 사람들에게 불편할 바에는 아예 집을 오픈하지 않는데, 그녀는 정반대로 자신의 차고를 회의실 겸 식탁으로 개조해 주었으며, 심지어 없는 이불까지 렌트하고 식기류도 새로 사다 놓았지요. ‘일본에 이런 분이 있다니!’ 점점 그녀가 누구인지 궁금해졌지요. 또한 우리의 여행취지를 알고 자신의 주변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소개시켜 주었습니다. 일본인들은 흔히 부담스러운 일에 ‘스미마셍(죄송합니다)’를 외치지만 그녀는 달랐지요. 우리가 무엇을 부탁하면 그녀의 대답은 언제든지‘아~ 알아보겠습니다’였지요. 그래서 그녀의 도움으로 우리는‘히가시소노기 중학교’에서 학생들과 선생님들을 만날 수 있었고, 또 그녀의 일을 돕고 있는 농업 연수생 프랑스 사람도 만날 수 있었지요. 더 좋았던 일은 바로 옆집에 사는 초등학교 교사로 30년 넘게 근무하고 퇴직한 후미요상 집에도 초대되어 일본인이 말하는 임진왜란 설명도 들을 수 있었던 겁니다.

 

 

  이쯤되니 집주인인 유코상이 여느 일본인답지 않게 이렇게 적극적으로 바뀐 이유는 무엇일까가 더욱 궁금해졌습니다. 대면하여 만난 그녀는 원래 도쿄 출신으로 무역회사에서 10년간 일을 했었다고 자기를 거침없이 소개해 나갔습니다. 영어도 열심히 하고, 돈도 많이 벌고, 하이힐과 옷도 가방도 차고 넘칠 정도로 많았던 그녀!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이 도시의 직업인 생활에서 매일 받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었고, 온천과 온갖 여행으로도 그 스트레스가 해결되지 않던 어느 날,‘내가 왜 이렇게 반복에 반복을 하며 살까? 내가 이런 스트레스를 안받으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고민 끝에 회사를 그만두고‘내가 좋아하는 야채를 직접 심어서 먹자’라는 생각으로 지금의 농업을 시작했습니다. 이런 유코상의 결심을 듣자 남편은‘아나따 각고이’(너 멋있다!) 라며 적극적으로 응원해 주었고, 현재 남편은 도쿄에 살면서 가끔 서로 만나고 유코상은 이곳에서 농업을 시작한지 3년이 되었다고 합니다.

 

  아무 연고지 없는 이곳에 빈집과 땅이 있다는 말에 단숨에 달려온 그녀! 정말 대단한 여자였지요. 자신의 삶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와 자기를 향한 정직한 질문들을 던질 줄 아는 여자. 외국에서 생활할 적도 없지만 같이 사는 일본 사람들에게도‘넌 일본 사람 같지 않아’라는 말을 들어도 상관이 없는 그녀! 그렇다면 이런 그녀가 우리를 왜 이렇게 도와준 것일까 궁금했습니다. 그녀는“당신이 보내준 여행 목적의 글을 이메일로 읽으며 나도‘하나의 아시아One Asia’라는 개념에 감동받았다. 여러분들이 원하는 것처럼 우리가 일본인도 한국인도 아닌 아시아인으로서 하나 되는 것, 그것은 정말 멋진 일이다”라고 말해주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옆집에 사는 후미요상에게 전했고, 후미요상 또한 자신이 초등학교 선생님이었지만 지금까지 한국역사에 대해 잘 몰랐던 것과 한국인에게 미안해 괴로웠던 마음이 있던 차에 흔쾌히 우리를 집으로 초청해 대화하고 잘못을 고백하는 뜻깊은 시간을 갖으며‘하나의 아시아’를 만드는 일에 동참해 주었습니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날, 유코상과 후미요상으로부터 문자가 왔습니다. ‘행복한 동네문화 만들기 운동에서 하는 모든 일에 마음을 다해 돕고 싶고, 여러분들이 우리를 알기위해 이렇게 찾아와 일본인들을 향해 손 내밀었던 것처럼 자신들도 사명감을 갖고 일본 사람들에게 한국 사람들에 대해 제대로 전하고‘One Asia’가 되는 일에 동참하겠습니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리고 다음에는 후미요상이 한국에 꼭 방문할 것을 약속했습니다. 후미요상이 방문한다면 한국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삶의 실제를 마음껏 보여주며 나누고 싶습니다. (실제로 우리 중에 한 사람이 그만 겉옷을 숙소에 두고 와서 전달받아야 하기도 하거든요.)

 

  한국으로 돌아오는 내내 몸은 피곤했지만 제 가슴은 뭉클했습니다. 서양 문화의 영향으로 자기중심적이고 개인주의적이 되어가며 일본은 점차 우경화되는 시대에 진짜 아시아적인 것은 무엇일까? 이 숙제는 여전히 제게 남아 있지만, 이번 여행은 서로간의 용서와 화해, 그리고 서로를 실제로 접하면서 알아가는 것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절실히 깨닫게 해 주는 시간이었습니다. 비록 7박 8일이라는 짧은 시간을 통해 일본을 다 알 수는 없었지만, 앞으로 이들과 계속 교류하면서 정부와 공적인 차원이 아닌 순수한 민간차원에서의 관계 수립과 아시아 문화를 같이 창조해 나가기를 소망합니다.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