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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삼평과 조선의 도공들이 일본에서 꽃을 피우다

여행/일본 규슈 공동체여행기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7. 6. 14.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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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현 도자기마을 아리타]

 

 

이삼평과 조선의 도공들이

 일본에서 을 피우다

 

 

  혹시 조선 도공 ‘이삼평’이라는 분에 대해 들어 보셨나요? 아마도 유홍준의「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 큐슈편」을 읽어 본 분이거나 도자기에 관심을 가진 분이라면 알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심지어 독일 드레스덴 박물관 입구 안쪽 벽에는 ‘일본 도자기는 조선 도공 이삼평으로부터 시작되었다’라는 문구가 기록될 정도로 이삼평이라는 이름은 전세계 도자기 분야에서 독보적 존재로 알려졌습니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조선 도공 이삼평을 모시는 신사(도산신사)를 두고 추앙할 정도이지요. 그런데 아세요? 이삼평 외에도 당대에 탁월한 작품들을 만들어 내었던 ‘이우경’ 등 수많은 조선도공들도 있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저는 이번에 아리타 도자기 축제와 조선 도공들의 자취의 현장을 방문하면서 이삼평 한 분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갔다가 많은 분들을 만나는 기쁨을 맛보게 된 것이지요. 특별히 아리타 도자기 골목에서 펼쳐진 다양한 도자기들, 똑같은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각양각색의 작품들, 사람이 표현할 수 있는 것이라면 최고의 것을 표현해 낸 작품들의 향연들을 통해서 말입니다.

 

< 도산신사의 이삼평>


  그러나 마음 한편에 떠나지 않고 계속해서 드는 약간 엉뚱할 수도 있는 질문이 있었습니다. 과연 이분들이 임진왜란 때 끌려오지 않고 조선에 있었더라면 도자기의 꽃을 피울 수 있었을까? 독일 드레스덴 박물관 입구에 있는 문구가 기록될 수 있었을까? 더 나아가 서양 도자기 문화에 획기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었을까? 와 같은 질문들 말이지요.  

 

  먼저 이 질문에 대해 ‘조선에서는 꽃을 피울 수 없었을 것’이라고 답을 저는 내려 보았습니다. 왜냐구요? 조선 시대 속에 깊숙이 뿌리 박혀 있는 ‘사농공상’의 구조 속에서 예술 작품을 꽃피우는 것은 실제적으로 불가능 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고려청자나 이조백자의 탁월함을 부인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아리타에서 꽃을 피운 조선 도공들’과는 비할 바가 안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거지요. 특별히 자신의 선조였던 이삼평의 길을 잇는 14대손과 직접 나눈 대화 속에서 그런 생각이 더 들었답니다. 왜냐하면 선조의 작품을 재현해 내기 위해 땀 흘리며, 그런 선조를 자랑스러워하며, 더 나아가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 내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그분의 말 속에서 묻어 나왔기 때문입니다. 물론 조선과 한국에 외부의 침입 때문에 생긴 매우 어려운 역사적 현실이 있었지만, 한국에서는 현재 몇 대를 이어가는 도예가를 볼 수 없는 현실이 오버랩되면서요.

 

< 이삼평 14대손의 설명 >


  결국 ‘일본은 조선도공들이 마음껏 재능과 창조성의 꽃을 피우게 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저는 이 모습을 아리타 도자기 축제 속에서 확신할 수 있었답니다. 엄청나게 많이 전시된 그러나 단 한 점도 동일한 것이 없었던 작품들을 통해서, 그리고 아기자기한 작은 소품들에서부터 우주를 담은듯한 도기들에 이르기까지, 예술의 극치를 보여준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지요. 그 뿐이 아닙니다. 얼마나 그들이 탁월했는지 조선의 도공들 중 많은 분들이 신처럼 추앙받고 있다는 점에서도 알 수 있었습니다. 더 나아가 세계에서 도자기 하면 일본이 아닌 조선의 도공들을 인정하지만, 결국 그것이 꽃 피우도록 한 것은 ‘일본’이라고 언급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그 분들이 포로로 끌려와 겪었던 고난들은 이루 말할 수 없었겠지만, 도자기 예술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에 역전 현상이 일어난 것이 아닌가 하는 상념이 스쳐지나간 것이지요.

 

< 아리타 도자기 골목 >


  그래서인지 이번에 처음 방문해 경험한 아리타에서 만난 조선 도공들의 모습을 통해 저는 마음이 뿌듯하면서도 씁쓸함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그들이 끌려갈 수밖에 없었던 나약한 역사와, 마음껏 꽃 피우는 장을 열어 주지 못했던 시대의 실재 등이 자각되었기 때문입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 사회에서도 실력있는 사람을 존중하는 구조, 다양성을 인정하는 구조로 나아갈 때에 조선의 도공들처럼 ‘다양한 영역에서 세계에 영향을 끼치며 세계의 문화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한상기
berithhsk@hanmail.net

 

 

이 글은 <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제92호 >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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