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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속 한국의 자취, 나고야성터 박물관

여행/일본 규슈 공동체여행기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7. 6. 13.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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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발자취를 따라서]

 

일본 속 한국의 자취, 나고야성터 박물관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임진왜란을 일으키기 위해 쌓은 성의 흔적인 나고야성터. 그 당시 15만 대군을 집결하기 위해 만든 성이니 얼마나 대단할까 하고 찾아가 보았지만, 성터라는 말 그대로 이미 폐허가 되어 여기가 성이었나 할 정도로 알아볼 수 없었지요. 그리고 그 폐허 위에 세워진 사가현립 나고야성 박물관그곳에는 나고야성 박물관에 대해 설명해줄 무라마츠 요스케라는 일본인이 저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무라마츠 요스케라고 합니다라고 꺼내는 유창한 한국말? 깜짝 놀라 연유를 물어보니 부산대학교에서 한··일의 고대사 연구 박사과정을 마치고 강의까지 한 경력이 있는 연구원이었습니다. 무라마츠 요스케님 덕분에 우리는 박물관을 돌아보며 일본사람들이 생각하는 한일관계와 임진왜란에 대해 설명도 듣고 자유롭게 질문도 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지요.

나고야성 박물관은 처음 들어서자마자 한국인에게는 매우 익숙한 천하대장군지하여장군이 방문객들을 맞이합니다. ‘아니 이게 일본에도 똑같은 게 있나?’라고 신기하여 물어보니 역시 한국의 장승을 세워놓은 것이었습니다. 이곳 박물관은 일본에서 보기 드물게 한국과 일본의 관계와 역사에 대해 비교적 객관적으로 소개하고 일본의 문화가 삼국시대 전부터 한반도의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을 이야기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역력했습니다. 학창시절 교과서에서나 보았던 빗살무늬 토기에서부터 신라시대의 금관, 백제시대의 불상 등 마치 한국의 박물관에서 볼 수 있을 것 같은 유물들이 전시되어(물론 모조품) 임진왜란 이전에는 한일교류가 얼마나 활발했었는지, 그리고 우리가 끼친 문화적 영향을 다시 한 번 확인했지요. 박물관에서 가장 놀라웠던 것은 역사 속의 나고야성코너의 한 가운데 거북선이 떡하니 조명을 받으며 커다랗게 자리잡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민감한 문제이다 보니 요스케님이 거북선에 대해 설명은 안하고 슬쩍 지나갔지만 그래도 박물관이 지향하는 역사의식은 엿볼 수 있었지요.

박물관 전체 설명이 끝난 후 일본 사람들이 나고야성터와 임진왜란, 도요토미 히데요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았습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다른 무사들과는 달리 낮은 신분에서 시작해 무사 최고의 자리에 올랐기에 일본사람 중 가장 출세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나고야성터에 대해서도 임진왜란 당시 전국 130개 지역의 다이묘가 모두 모였기에 본인이 속한 지방의 다이묘가 있었던 곳과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같은 영웅과 함께 그 다이묘가 있었다는 사실에 관심이 많습니다.

이순신장군과 거북선에 대해서 일본사람들은 거의 잘 모르며, 임진왜란에 대해서도 전반적으로 지식 자체는 깊지 않습니다. 교과서에서 배우기도 하지만 한반도 전역에서 전쟁을 했고 결과적으로 히데요시가 패배했다는 정도만 알고 있을 뿐입니다. 임진왜란 자체는 나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은데, 용어도 침략이 아닌 진출進出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는 합니다.(좀 민망한 표정을 지음) 그렇기에 일본 안에서도 우익적인 사람들은 자신들이 낸 세금을 써서 나고야성 박물관을 만들었는데, 한국적 입장으로 전시를 하고 있다는 비판과 불만도 많이 있어 정말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무엇이 진실이며 객관적인지, 누구나 이 박물관에 와서 보더라도 역사적인 사실을 보도록 제대로 전시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여 이렇게 연구하고 나고야성 박물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이렇게 해 놓은 곳은 나고야성터밖에 없을텐데 그래도 한일관계와 한일교류를 말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요스케님의 설명을 듣고 나니 우리를 나고야성터에 데리고 와준 후미요상에게 너무 고마웠습니다. 후미요상은 한국어를 할 줄 몰라 구글번역기를 이용하여 짧게 대화를 했는데, 후미요상도 나고야성터가 한일역사에 대해 객관적으로 잘 되어있다고 생각하여 시간을 내어 우리를 이곳에 데리고 왔다고 합니다. 나고야 성터와 관련된 사람들에 대해 일본에서는 한국의 앞잡이라고 말하며 잘못 믿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일본과 한국이 민간차원에서도 자주 교류하며 관계를 다시 회복해나가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말하는, 76세 할머니인 후미요상이 정말 여느 할머니와 다르게 보였습니다.

 

이송아

ssongahlee@gmail.com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92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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