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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룻과 재즈가 만날 때

2018년 3월호(제 101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8. 3. 9.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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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르뜨블랑슈와 함께하는 재즈파크를 다녀와서]

플룻재즈가 만날 때


  ‘플룻과 재즈가 만나면 어떤 느낌일까?’ 플룻을 3년 동안 배우고 있는 저는 강남 테헤란로의 섬유센터에서 재즈파크공연이 열린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사뭇 기대가 컸습니다. 왜냐하면 플룻티스트가 재즈를 연주하는 ‘반다드 효성’재즈밴드의 공연이 있었기 때문이죠. 



  그런 기대감 때문이었는지 첫 곡을 들을 때, 플룻의 높고 맑은 음에 빠져 저도 모르게 몸을 흔들거리고 있었습니다. ‘피리익’하며 고음을 내는 플룻의 음들이 저의 뇌를 한순간에 뚫고 지나가는듯한 느낌 때문에 대부분 처음 듣는 곡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묘한 매력으로 저에게 다가왔습니다. 맑은 하늘에 스페인 도시의 전경을 담은 영상을 보면서 스페인을 여행하며 직접 작곡했다는 Esta Noche(‘이 밤’)를 들을 때 비록 스페인에 가본 적은 없지만 제가 마치 스페인을 직접 여행하는 듯하게 했고, 또 ‘하울의 움직이는 성’ OST (인생의 회전 목마)를 들으며 애니메이션 영상을 볼 때에는 마치 그 안으로 제가 쏙 빠져들어가는 듯 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영상이 너무 좋고 그에 따른 음악이 너무 좋아서 저를 짜릿하게 만든 공연의 완성도는 높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음악만 들으면서 마음껏 뻗어갈 상상의 나래가 영상아래 갇히는 것 같은 느낌도 다소 있었습니다. 



  이번 공연의 새로운 점은 단순한 재즈가 아닌 플룻으로 연주하는 ‘크로스오버 재즈’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제가 좋아하는 ‘Oblivion’을 다른 악기인 첼로나 반도네온으로 연주했을 때에는 고독함과 애절함이 느껴지는 반면, 플룻에서는 슬픔과 동시에 희망적인 밝은 요소가 더 다가왔지요. ‘피리리익’하고 울려 퍼지는 청량한 플룻의 소리가 재즈곡을 더 활기있게 전달하는 역할을 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반대로 제가 좋아하는 탱고 곡인 피아졸라의 ‘리베르 탱고’를 들을 때에는 무언가 허전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그 이유는 아코디언으로 하는 리베르 탱고에 너무 익숙해져 있어서인지, 같은 곡을 플룻으로 연주할 때에 탱고가 열정적이고 카리스마있게 전달되지 않은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특히 플룻이 메인이 되어 아코디언과 함께 연주를 하다가, 중간에 플룻이 잠시 쉬는 가운데 아코디언이 메인으로 연주될 때 확실히 비교가 되어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심지어는 이전까지 몰입해서 잘 듣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코디언과 비교가 되는 순간 플룻이라는 악기 자체가 표현할 수 있는 음악의 색깔이 재즈나 탱고와 어울리지 않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으니까요. 하지만 더 깊이 생각해보면 제 귀에 익숙한 리베르 탱고 때문에, 플룻으로 전달되는 희망적이고 밝은 활기의 새로운 리베르 탱고라는 새로운 음의 차원을 놓치지 않았는지라는 생각도 듭니다.



  이번 재즈공연을 통해 공연보기 전에 가지고 있었던 ‘플룻과 재즈가 만나면 어떤 느낌일까?’라는 질문에 답을 얻은 듯합니다. 재즈이지만 새로운 활기와 변용으로 가득한 재즈. 아마도 재즈에 점차 관심을 갖게 된 저에게 새롭게 다가온 크로스오버 음악의 매력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고예찬 (고1)

rhtndud1020@naver.com


이 글은 <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제 101호 >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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