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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수제 동편 만두! 그 맛을 문화와 함께 담아내고자 하는 이응태 대표

2018년 3월호(제 101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8. 3. 6.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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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生生) 동네 가게 스토리]

전통 수제 동편 만두! 

그 맛을 문화와 함께 담아내고자 하는 이응태 대표


  만두! 이젠 너무 흔해서 뭐 그리 귀한 음식이냐고 하겠지만, 경남 거창에서 자기 땅 아닌 곳은 별로 밟아 보지 않고 살았던 부호였던 외가로부터, 음식에 관한한 누구보다 많은 눈썰미와 소양을 물려받았던 어머니의 전통 손맛이 담긴 음식을 이어가며 문화로 담아내려는 용인 수지의 전통 수제 만두집 ‘동편(東偏)’을 찾아 직접 이응태 대표를 만났습니다. ‘동편’에 들어서니 고풍스런 기와집이 스크린에서 환하고 밝게 맞아주었습니다. 그 집이 바로 거창에 있는 본가라고 소개하면서 밝고 차분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풀어내셨습니다.



동편 만두의 시작

  저는 대기업에서 30년 이상 직장생활을 하며 중역으로 지내다 은퇴한지 올해로 4년차가 되어 갑니다. 전통수제만두집 ‘동편’을 시작한지는 8개월이 되었네요. 대개 은퇴 후에 사람들은 일단 물리적 자리바꿈의 체험인 여행과 함께 시간의 여가도 즐기면서 공간적, 시간적 변화 기회를 갖게 되지요. 하지만 바쁘게 살다가 갑자기 찾아온 여유로움이 오래지 않아 무기력, 불안, 상실감으로 변하면서 심리적 공허를 느끼는 것은 은퇴한 분이면 누구나 경험하게 됩니다. 사실 인간은 생래적(生來的)으로 활동생물체이기 때문에 관광목적의 여행을 즐기고 집안에서 빈 시간을 채워가는 여유로운 생활을 갖는 것도 또 하나의 통과의례일 뿐 금방 그 열정이 잦아들게 되어 있지요.

  노후풍요라는 경제적 이유도 없지 않았지만, 그런 연유 끝에 저도 활력있게 무언가를 활동해(?) 봐야겠다 생각하고 사업아이템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제가 하고 싶다고 무턱대고 아무 아이템이나 덜커덕 시작할 수는 없었습니다. 자본동원력, 본인의 소질, 그리고 혼자 혹은 가족과 같이 할 수 있는 일인지 등을 고려해야 했습니다. 그러면서 생각이 미친 것은 여행 다닐 때 누구나 항상 먹는 문제에 부닥치게 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국내나 외국의 지방들을 방문해 보면 오래된 지역음식점은 대부분 그 지역과 문화적 연계성이 있음을 알게 되지요. 가령 프랑스 지방 여행을 해보면 잘 알려진 와인뿐 아니라 여러가지 문화적 요소가 음식들과 잘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반면에 우리나라도 지방마다 나름의 특징은 있지만, 문화적 요소가 음식과 연관된 흔적을 찾기가 어려워 늘 아쉬웠습니다. 그런 걸 다르게 표현하면 얘깃거리(story telling)가 있는 먹거리라고 할 수 있겠지요.


  한국에서는 그나마 찾아볼 만한 곳이 경북북부지방인데, 이는 봉제사접빈객(奉祭祀接賓客-조상의 제사를 받들고 손님을 대접함)이라는 전통유교문화가 아직도 맥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는 안동을 둘러싼 예천, 봉화, 영덕, 영양, 의성, 청송, 영주 등 안동문화권의 종가문화와 연결되어 있는데 이들 종가들을 찾아 그분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음식도 대접받아 보면 이런 요건들을 정말 잘 갖추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다만 정말 뛰어난 맛과 격조를 갖춘 음식들인데도 대중성이 없어 쉽게 사업 아이템으로 삼기는 어렵다는 것이 한계였습니다.

  예를 들어 이문열 소설로도 잘 알려진 영양 석보의 재령이씨 윗대 조모 장계향(그곳에선 ‘장씨 할머니’로 호칭함)이 지은 ‘음식디미방’이라는 한글 최초 조리서나 안동 광산김씨 예안파 집성촌인 오천 군자리마을의 조선 중기 사대부가의 3대에 걸친 한문 필사본 요리서 ‘수운잡방’(需雲雜方)에 나오는 것들이 그것이지요. 어쨌든 제가 음식에 조예가 있는 건 전혀 아니지만 소싯적부터 내내 겪어본 것들과 여러 지역의 여행경험을 통해 몇 가지를 착안하게 되었습니다. 즉 우리나라의 전통음식과 연계해 문화적 요소가 분명히 있으면서도 대중적 관심과 어울리게 하는 사업 아이템을 찾아보자는 거였습니다.



  그래서 자연히 우리 집안에서 내려오는 음식들을 먼저 들여다보게 되었는데 제 친가나 외가로부터 어머니에게 전수되고 그 며느리代까지 이어 내려오는 음식 중에 그나마 대중성이 있는 것은 외가에서 전래된 ‘만두’였습니다. 물론 만두는 북방음식이긴 하지만 남쪽지방인 거창, 산청, 함양 등지에서도 좀 행세하는 집안(?)에서는 귀한 음식으로 만들어 먹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제 외가는 정말 음식문화가 발달한 집안이었던 모양입니다. 어렸을 때 외가에 가면 너무 먹을 게 풍부했어요. 거창은 내륙이어서 해산물 먹기도 힘들지만 멀리 삼천포에서 생물을 가져와 해삼식혜도 담았지요. 심지어 민물 털게를 잡아 털게에 소고기를 잔뜩 먹여 속이 그득해 지면 끓인 간장을 붓고 게장을 담갔다고 합니다. 안동지역의 별미인 ‘건진국수’도 수 백리 떨어진 저희 외가만한 데가 없다고 할 정도였습니다. 그런 집안에서 귀한 손님, 예를 들어 혼인할 상대가문의 손님을 ‘요객(繞客)’이라 부르는데 가장 어려운 손님인 사돈을 모실 때에 귀하게 대접하려고 내놓던 음식이 바로 이 ‘만두’였습니다. 그 속 재료도 꿩고기 같은 걸 썼으니 정말 귀한 음식이었죠. 하지만 바로 이런 ‘전통만두’가 이미 오래전부터 대중화 되어 있으니 별 고민없이 이걸 사업아이템으로 정한 겁니다. 


<만두국>


<만두전골>


  여기에 더해 동편의 특별한 음식인 ‘안동식혜’가 있습니다. 원래 처가가 안동 인근인데 결혼하고 처가에 가보니 장인어른이 안동식혜를 연중 상식을 하셔서 쉽사리 접하게 되었고 저도 모르게 중독이 된 겁니다. 아직 서울, 경기지역에서는 안동식혜를 판매하는 곳이 없는 걸로 압니다. 안동식혜는 들어가는 재료와 잔손질이 아주 많은데다 2~3일의 숙성이 필요해 판매하기가 어렵습니다. 안동지방에서도 상업판매 하는 곳은 두세 군데고 그나마 원형의 맛을 보려면 종갓집에나 가야 됩니다. 이런 안동식혜를 집사람을 설득해 ‘동편’에서 만듭니다. 이렇게 두 지방의 전래음식인 전통만두와 안동식혜를 대표메뉴 이미지로 정한 겁니다.


< 안동식혜 >


동편만두만의 특별함

  동편만두의 특별함은 먼저 만두소에 야채와 고기만 들어간다는 겁니다. 시금치, 숙주 등 여러가지 신선한 야채와 고기만 넣되 두부나 당면은 사용하지 않으면서 만두소에서 고기냄새가 나지 않도록 조리해 담백하면서도 고급스런 전통 맛을 유지하는 거지요.

  둘째로 인공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도 맛을 낼 수 있다는 것을 알리려 했습니다. 담백한데다 소화가 잘되어 고기와 밀가루가 주재료인 만두를 배불리 먹어도 속이 더부룩한 법이 없다는 것이 손님들 얘깁니다. 어떤 분은 이틀이 멀다하고 오시길래 입에 물리지 않느냐고 물어보니 전혀 그렇지 않다더군요. 셋째는 동편에서는 원래의 레시피인 흰색 밀가루 만두피만이 아니라 5가지 천연재료(백련초, 당근, 호박, 메밀, 녹차)를 가미한 만두피로 만든 오색만두를 만듭니다. 천연재료가 갖는 영양소와 함께 때깔도 좋은 세칭 웰빙 메뉴로서 동편에 오시는 손님들에게 ‘오복(五福)’을 드린다는 의미도 담았습니다. 넷째로 음식만 파는 것이 아니라 손님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사랑방 같은 분위기를 만들고자 합니다. 물론 시간이 허락하고 낯이 익은 단골분들에게 그런다는 말입니다.


<오색물만두>


개업한지 8개월! 30년간 몸 담았던 회사조직은 생활! 자영업은 생존!

  아직 개업한지 얼마 되지 않고 장소도 덜 알려져 손님이 많지는 않은 편입니다. 그렇지만 저희 동편 고객의 70~80%는 단골로 구성됩니다. 한번 오시면 맛을 알아보시고는 꾸준히 오시죠. 건물 안쪽에 위치해 있어 밖에서는 눈에 잘 띄지 않는다는 애로점이 있습니다만, 저희 동편만두의 맛과 정성이 입소문이 나서 더 많이 알려졌으면 하는 맘 간절합니다.

  직장 생활 30여년을 하며 대기업 중역과 경영자로 직장인으로서는 할 만큼 했으나 그 조직에 속한 각자는 단지 생활을 영위하는 개념으로 조직흐름을 공유하면서 맡은 역할을 하고 책임의 한계도 분명한데 반해, 자영업이 무엇보다 힘든 것은 그 자체가 생존인 훨씬 치열한 현장이더라는 겁니다. 매번 저만의 판단과 책임이 전제되는 결정의 순간이고, 그 실행의 결과도 금방금방 확인이 됩니다. 그래서 모든 사안과 그 결과가 항상 ‘즉물적’으로 다가온다고 할까요? 예를 들어 지금 종업원이 몇 명 있는데 계절이 바뀌어 손님이 줄거나 늘면 그에 따라 숫자를 바로 조정해야 하는 식으로 상황상황마다 즉시 판단하고 실행해야 할 것들이 늘 있습니다. 계절이나 경기를 타지 않고 영업이 꾸준히 잘되어 직원들도 ‘동편’을 편안하고 안정된 직장으로 여기는 날이 오길 바랍니다.


앞으로의 계획

  전형적인 가족기업인 ‘동편’은 원래의 목표대로 ‘음식과 문화가 함께하는 스토리가 담긴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예를 들면 저희 가게가 찾아오시는 손님들에게 좋은 추억을 마련해 드리는 장소가 되길 바랍니다. 계획대로라면 동네음식점인 ‘동편’이 문화적 요소를 가미해 손님들 추억을 되살리는 공간이 되는 식이죠. 지난 세대를 추억할 수 있는 음악이라도 틀어 주면서 말입니다. 그동안 잊고 지낸 음악들 중에 가요, 가곡, 올드 팝, 동요 등 지난 세대가 추억할 수 있는 곡들이 많이 있잖아요? 그저 음식만 후다닥 먹고 배만 채우고 가는 곳이 아니라, 가령 50~60년대에 청춘을 보낸 세대라면 같이 그 시절을 추억하고 공감을 나누며 풍성한 얘깃거리로 채워지는 식사시간은 어떨까요? 다들 잊고들 계시지만 박재란의 ‘소쩍새 우는 마을’, 금호동의 ‘내일 또 만납시다’ 같은 곡들을 들으면서 말이죠. 가곡 ‘봄이 오면’의 김동진 버전과 이흥렬 버전의 비교는 어떨까요? 외국에선 비틀즈를 세대가 이어가며 공감하는데 우리는 그런 세대 간 문화적 연결고리가 없으니 한번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다들 추억을 지니고 계시지만 우리 대중매체들이 그것들을 온전히 재생해 주지 못하기에 대부분 추억들을 잊고 살지요. 또 한 세대가 어떤 문화적 감흥으로 젊은 시절을 보냈는지를 아래 위 세대들과 공감하며 식사하는 것은 어떨까요? 이렇게 음식, 추억, 문화, 즐거움이 한 공간에서 어우러질까 여길 수도 있겠지만 저는 가능하다고 봅니다. 꼭 음악이 아니더라도 명화를 프로젝트 슬라이드로 보여줄 수도 있겠지요. 음식점이라는 틈새공간이 문화 공감의 주요공간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세대별 추억이 되살아나고 그 세대와 세대 사이의 공감연결이 된다면 삶이 훨씬 더 풍성해질 것 같습니다. 음식과 문화가 사람들을 더 풍요롭게 할 수 있다는 의미로서 말입니다. 물론 이렇게 되려면 장사가 잘 되어야겠지요. 하하


  이런 계획들을 이야기하시며 인터뷰 도중 직접 음악을 들려주는 모습은 신이 난 소년 같아 보였습니다. 우리나라는 개인의 인생 그 자체로서든 또는 세대 간으로서든 문화적 공감이라는 면에서 단절이 많은데 이는 문화라는 것을 일상적 개념으로 정책화하는 소양이나 인식이 부족한 탓이라며, 이런 식으로라도 탈출구 찾기를 시도해보려는 꿈을 가진 이응태 대표님! 그와 인터뷰를 마치며 ‘동편’이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우선 사업이 번창해야 된다는 현실적 소망이 자연스레 생겨났습니다. 아울러 우리 고유음식에 대한 관심과 함께 그것들이 갖는 문화적 요소를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전하는 일에 우리가 소홀하구나 하는 아쉬움도 가져보았습니다.


동편 전통 수제 물만두집 대표 이응태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성복2로 51 데이파크 A동 103호

031-889-3405|010-2312-3492


이 글은 <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제 101호 >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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