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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볼까요? 스몰공간~!! - 일본의 스몰 공간 활용의 가치를 소개합니다.

2018년 3월호(제 101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8. 3. 27.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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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스몰공간]

만나볼까요? 스몰공간~!!

일본의 스몰 공간 활용의 가치를 소개합니다.


  지난해(2017년) 5월경 저는 일본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평범한 아줌마인 저로서는 한국 땅을 처음으로 벗어나는 가히 역사적 사건이었죠. 인천공항을 출발한지 1시간여 만에 나가사키 공항에 도착하니 지리적으로 일본이 얼마나 가까운 나라인지 실감났습니다. 일본 거리를 걷다보니 아기자기한 정원이 있는 작은 집들, 화분과 작은 소품들로 꾸며놓은 가게들을 보며 정서적으로 편안하고 따뜻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여행기간 내내 제게는 무엇보다도 일본의 ‘스몰 공간 활용’에 대한 가치를 돌아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스몰 공간 활용’을 낳은 일본의 작은 문화 들여다보기

  제가 여행한 지역은 일본 남쪽에 위치한 큐슈의 나가사키현이었습니다. 자연환경은 우리나라와 비슷하였지만, 생활면에서는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 도로 위는 조그만 경차들로 가득하였고, 따라서 도로의 폭도 그만큼 좁았지요. 뿐만 아니라 작고 예쁜 화초로 작은 공간을 잘 활용한 단독주택과 상가들, 심지어 음식을 담는 그릇과 접시 뿐 아니라 음식도 소량으로 조금만 먹었습니다. 심지어 사람들마저 아담(?)하다고 느껴질 정도였으니까요.


왜 일본은 작은 문화가 발달하였을까요? 

  일본의 작은 문화가 발달한 이유 중 하나는 일본 사람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실용성’내지 ‘효율성’과 관련된 것 같습니다. 일본은 국토의 71%가 산지이고 평야가 13%로, 땅이 비싸고 부족한데다 6,852개의 섬으로 되어 있어서 불필요하게 큰 것보다 함께 공존하며 살 수 있는, 현실적으로 작은 것을 선호할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회사의 사장이라고 하더라도 좁은 도로와 일의 효율성을 고려해 경차를 많이 탄다고 합니다. 


‘작은 공간을 활용하는 문화’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가장 먼저 숙박하던 시골 농가의 주택 화장실에서 경험한 일입니다. 미로처럼 나뉘고 분리된 좁은 공간들 사이에, 변기 외에는 한 사람만 겨우 서 있을 수 있을만한 작은 화장실이었습니다. 볼일을 본 후 습관처럼 변기의 레버를 누르고 변기통의 물이 잘 빠지는지 확인하려고 서 있는데, 난데없이 변기 위의 수도꼭지에서 물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아차,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놀라 엉겹결에 손을 내밀었지요. 손을 씻고 떨어지는 물은 수직으로 뚫린 구멍 사이를 통과해 변기물 탱크로 흘러들어갔습니다. 작은 공간과 적은 물의 한계를 극복한 기발한 발상이었죠.



  같은 시골이라도 아파트가 많은 우리나라와 달리 나가사키에서는 오밀조밀한 단독 주택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독특한 것은 이런 주택마다 화초를 이용해서 작은 공간을 꾸미고, 작은 땅도 허투루 남겨두는 법이 없다는 겁니다. 



  이런 인상적 경험을 하면서 일본의 스몰 문화와 공간 활용의 가치를 재발견하게 되었지요. 짧은 일본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와 보니 건물, 차, 도로, 아파트, 상가들 심지어 사람들까지 그전과는 다르게 모든 것이 다 커보였습니다. ‘작은 것보다는 큰 것이 좋다’는 생각 속에 너무나 익숙했던 제 자신의 모습, 또 실제 큰 것을 좋아하는 우리나라의 문화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작은 차보다는 큰 차를, 작은 평수보다는 큰 평수의 아파트를 지향하는 것이 얼마나 왜곡된 가치관에서 비롯될 수 있는지 말입니다. 


  제 가족의 경우 아이들이 커가니 큰 집으로 이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평수가 넓은 아파트에 입주했다가 청소하고 관리하기에 얼마나 어려운지를 겪은 적이 있습니다. 사실 짐을 좀 줄이고 베란다나 큰방과 거실의 곳곳에 비어있는 공간을 잘 활용했다면 충분히 해결되었을 것인데, 무작정 큰 아파트로 이사가려고 했던 것이 후회스러워집니다. 


일본과 달리 한국은 왜 큰 것을 좋아할까요? 

  한국은 ‘실용성’보다 ‘과시’때문에 그럴 수 있고, 더 근본적으로는 ‘공간’에 대한 인식 자체가 바르지 못해서 생긴 것일 수도 있을 겁니다. 예를 들어 사람이 ‘쉬고, 생각하고, 창조하는 공간으로서의 집’이 아니라, 고급 아파트나 큰 평수의 아파트를 소유한다는 것을 보임으로 사회적 인정과 과시의 수단으로 삼는 거지요.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저의 경우도 큰 평수의 아파트에 산다고 은근히 자랑하고, 작은 평수의 아파트나 임대 아파트, 주택가에 사는 사람들을 무시하는 태도를 가진 적도 있습니다. 심지어 작은 아파트나 개발이 뒤쳐진 동네에 사는 아이들이 내 아이들과 같은 학교에 다닌다는 것을 꺼려했던 부끄러운 시절도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대로 가야만 할까요? 바꿔야 한다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첫째, 일본의 스몰 문화와 공간 활용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배우고 실천해 보는 것입니다. 

  제가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직장에서는 3~6명 정도가 인형극을 위한 도구들을 꼼꼼하게 만들어가는 다양한 작업을 합니다. 일하는 공간이 좁고 한정되어 있다 보니 불편한 점도 많아서 작은 공간을 탓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일본을 다녀온 후에는 좀 더 여유를 가지고 생각을 고쳐먹었습니다. 미싱을 해야 하는데 동료가 사용하고 있다면, 잠시 기다리며 그 동안 제단을 한다거나 다른 공간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거지요. 때로는 귀찮기도 하지만 일본의 공간 활용을 응용해서 찾아보니 작은 공간을 활용하는 방법들이 생기더군요. 

  출근길에 만발한 보라색 국화를 사가지고 사무실 곳곳에 놓아두어 사무실을 작은 화원으로 바꾸는 일도 해보았습니다. 분위기가 바뀌니 일터로만 여겨지던 곳이 서로 대화하며 배려하는 따뜻한 공간으로 바뀌는 일들이 생겨 기분까지 좋아졌습니다. 

 

  둘째, 작은 공간을 활용하는 좋은 경험들을 서로 공유하고 더 좋은 것들을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페이스북이나 카카오스토리 등을 이용해 서로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집안에 그림을 걸거나 작은 화분들을 활용해 따뜻한 문화 공간으로 만들어 딱딱한 사업장의 분위기를 바꾼 것 등, 작지만 실천가능한 일부터 하나씩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인형극단친구들, 함순덕

dan6119@naver.com


이 글은 <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제 101호 >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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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2호 스키야키 (すき焼き) 돈카츠 (とんか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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